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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헤드헌터 Oct 07. 2024

당신의 신뢰도는 몇점인가요?



우리 회사는 한달에 한번 첫번째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에 전체 직원이 모여 회의를 진행한다. 

지난달 실적발표, 새로운 팀구성 발표, 회사 안건 발표, 근속상 수상 같은 이벤트들이 있는데 오늘은 대표님께서 선물을 준비했으니 퀴즈를 한번 맞춰보라며 회의의 시작을 흥미롭게 열어주셨다.




"우리 회사 조직문화 5가지 핵심가치는?"
신뢰, 혁신, 전문성, 재미, 성공입니다.
그럼 여기서 퀴즈!
새로 입사한 헤드헌터들이 제일 중요하다고 꼽은 가치는
이 다섯가지중 어떤 것일까요?



당당하게 손을 들어 "재미"라고 답변했는데, 오답이었다. 우리팀 막내가 손을 들어 "신뢰"라고 답변하자, 대표님이 미리.준비해온 커피쿠폰을 선물해주셨다. 


"그럼 여러분, 

우리 조직문화중 신입 헤드헌터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신뢰'를 이루는 세가지 항목이 무엇인지 

기억하세요? 첫째 일을 잘해내는 역량, 둘째 일관성, 셋째 친밀감입니다. 


신뢰를 갉아먹는 지수는 무엇일까요?  

바로 자기 중심성이 강한 사람입니다. 아무리 신뢰를 높여도, 역지사지해보려고해도 자기 중심성이 높다면 신뢰를 얻기 어려워집니다. 



그리고 회사내 팀장들을 향해 콕집어 질문했다. 

"신뢰도 90점 이상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 있을까요?"

아무도 답이 없었다. 

"그럼 자신의 신뢰도가 80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70점,60점으로 질문이 하향조절되기 전에 용기만랩 제니퍼씨는 손을 들었다. 

대표님은 질문하셨다, 제니퍼는 왜 그렇게 생각하지요?



갑자기 머리속이 하얘지면서 아주 오래전 드라마 대사가 생각났다---------->

진지하게 답을 하면 너무 재수없게 보일것 같고 

장난식으로 답을 하자니 진지한 먼슬리 회의 석상에서 그건 좀 아닌 것 같았다. 아아아아 어쩌란 말인가! 순간적으로 손을 든 나를 한번 흘겨보았다. 왜그랬니, 제니퍼야....



결국 대표님 질문에는 답을 못했고 대표님이 스스로 답을 해주셨다.

제니퍼는 일 잘하고, 신우회 리더고, 신뢰할만 하다고.

와우....그런 부연설명이 분위기를 좀 더 싸하게 만든것은 아닌가 싶었다. 

이렇게 오늘의 회의를 마치고 난 후에 든 생각은, 


첫째, 한국은 여전히 겸양이 미덕인 사회인가?


지금 우리 회사는 춘추전국시대다. 외부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능력있는 헤드헌터들이 입사한다. 나를 포함한 기존 멤버들은 건강한 긴장감에 휩싸이기도하고 괜한 신경전을 하는 상황이 벌어질 때도 있다. 근속년수 10년차가 된 팀장으로써 나는 본보기가 되어주고 싶었다(왜 그런 쓸데없는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도 나에게 그런 책임감을 심어주지 않았는데 말이다). 


스스로 <신뢰도 80점을 줄수있다>며 손을 들었는데, 지나고 나니 괜히 겸연쩍은거다. 

다들 본인이 생각하는 신뢰도 점수가 80점에 meet 하지 않아서 손을 안든게 아닐텐데, 한국문화의 특성상 소위말해 이런 경우 <나대는 제니퍼씨>로 회자되기 쉬우니까. 소심한 제니퍼씨는 걱정이 되었다. 농담반 진담반으로 손을 든건데 나름의 후폭풍으로 마음이 살짝 불편해졌다. 

한국이 여전히 겸양이 미덕인 사회여서 인건지, 내가 지나치게 타인을 의식하는건지? 그런 사회에서 자랐기 때문에 그럴수밖에 없던건지? 


두번째, 내가 정말 나댄게 맞아? 

답은? 아니다! 

신뢰도를 점수로 환산한다는 것 자체가 어떤 기준없이 어려울수있지만 수우미양가 시대에서 자란 나로서는 빼어날 '수' 정도는 아니어도 우량한 '우'정도, 그러니까 80점은 되어보여서 순간, 손을 들었던거다. 아무도 손을 들지 않으면 대표님이 민망할것도 같았고. 여기서 내가 나에게 아쉬운점 하나. 이왕지사 손든 것 당당하게 대표님 질문에 답을 할걸, 답을 하지 못한것에 대한 후회가 좀 들었다. 


회사에서 정의한 신뢰의 세가지 덕목은 잘하는 역량, 일관성,친밀감.

나의 강점은 개별화, 절친화, 커뮤니케이션, 공감이다. 

나의 강점들 덕분에 나는 고객사와 후보자, 동료들과 친밀감쌓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다. 일 잘하는 역량, 이야 인정욕구가 꽤, 상당히 높은 편이라 어느 조직에서든 인정받으며 일해왔기에 자신있었다. 그런데 유독 한가지, 일관성, 부분에서는 자신이 없어서 스스로 신뢰,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없었는데 심리학 수업을 들으면서, 좋은 코치 (커리어 코치, 다이어트 코치)들을 만나면서, 마음에 맞는 팀원들과 일하면서 점차 점차 내가 <일관성>있게 사회생활을 해내가고 있다는 것도 알아차리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당당히 "자신의 신뢰도가 80점이상 된다고 생각하는 분?"이라는 대표님 질문에 손을 들을 수 있었던거다. 일관성 없던 이전의 제니퍼에 비해 지금은 상당히 일관성있게 개선된 제니퍼의 모습에 대해 나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으니까. 

그런데 하필이면 오늘은 한달에 한번 성과발표에서 우연찮게도 1위를 하게 되었고, 

그런 자리에서 <스스로 신뢰도가 높다고 생각한다>고 손까지 들었으니 왠지 스스로를 검열할 수 밖에 없었다. 겸양이 미덕인 한국문화 특성상, 너무 나댄것은 아닌가. 다른 팀장들도 신뢰도가 낮아서 손을 안든건 아닌데 너무 튄것은 아닌가, 싶어서. 





스스로 무게중심을 꽤 잡고 있는 편이나, 타인의 인정과 다독거림이 필요했던 제니퍼씨는 커리어 코치와 회사내 유일한 동기에게 늦은밤 카톡을 보냈더니 답이 왔다.

나도  손 들었어야했는데 회의실 밖이라 손들 기회를 놓쳤어, 여윽시 내칭구, 잘했어! 




에필로그

3주간 발행을 하지 못했단걸 오늘에서야 알았다. 그간 뭐가 그리 바빴을까?

호옥시라도 기다려준 분들이 있었다면 매주 약속된 월요일에 발행할수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말씀을 드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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