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ters to Lucas
몇달전, 회사에 귀여운 신입이 입사했다. 이름하여 GD. 처음 참석한 가을 웍샵에서 GD의 <네가뭔데>를 기깔나게 불러서 붙여진 별명이다(웍샵때 다친 동료와 응급실을 가던 중이라 결국 나는 듣지 못했지만 한달내내 반응이 뜨거웠다).
신입 GD는 우연찮게 #책읽는헤드헌터 독서모임에 들어오게 됐고 그 계기로 함께 책을 읽는 멤버가 되었다. 어제 퇴근무렵 뜬금없이 신입 GD에게서 연락이왔다. 25층 사무실에 아직 내가 있는지 물어왔다. 학교 가는 화요일이라 이미 학교로 이동했다고 하니, 책상 위에 책한권을 올려두겠다고 했다.
무슨 책이지? 무슨 책일까?
첫눈 내린 오늘 회사에 가보니 바로 이 책이 자리에 있었다.
제니퍼님에게 루카스가!
너무 감사해서 사진을 여러장 찍어두지 않을 수 있었다.
차마 팀즈로 감사해ㅡ
라고 남길 수는 없어서 브런치에 길게 감사 인사를 남기고 있는 내 정성을 알아줬으면해, 루카스!!
별로 해준게 없는 것 같은데 나를 생각해주어 고마워 감동적입니다.
제가 밥을 사겠습니다 고마워요. 참으로 적절한 시기에 내게 좋은 책이었어^^
연인은 나를 만난지 50여일만에 처음으로 서운함을 토로했다. 정제된 언어로, 차분하고, 담담하게. 그런데 나는 왜 그렇게 그말이 슬프게 들렸을까. 사랑한다는 이유로 내가 그의 색채를 잃게 한것은 아닌지, 그의 자유를 사랑을 담보로 쥐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여러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못난 생각이 또 고개를 들었다.
어차피 서로 다른 사람들인데 맞추는 것도 한계가 있겠지, 그럴바에야 서로 살던 패턴대로 돌아가는것이 낫지 않을까....이쯤에서 그만둘까,하는 생각.
이 사람은 다르다, 고 생각했었는데 다르지 않았기 때문일까?
모든 관계가 애초부터 사랑을 목표로 나아가거나, 사랑을 원한다 하여 사랑까지 도달할 수 있는 것은 아닌데 우리는 사랑을 시작하게 됐다. (사랑의) 시작은 나였다.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무작정 뛰어들었다. 이례적인 상황이었다. 살면서 한번도 이런 용기를 낸적이 없었다. 그런데 왜 정작 사랑이 깊어지려는 순간 나는 이 관계로부터 문제점을 찾아내려고 하고, 벗어나려고 하고, 스스로 관계를 망치려고 하는 걸까?
사랑을 시작하기 전에 나는 분명히 강하고 담대하고 멋진 하나의 인격체였는데 사랑을 시작한 순간, 깊어지면서, 나는 왜 한없이 불안하고 확인받고 싶어하는 한없이 연약하고 불완전한 인격체로 돌변하게 되는걸까? 십년전의 어설픈 사랑의 초보 제니퍼와는 다르게, 심리학으로도 연륜으로도 신앙적으로도 성숙한 제니퍼가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나는 똑같았다. 그때나 지금이나. 어리석고 연약하고 불안하고 불완전했고 서운해했고 마음대로 결정하고 정리하려,했다.
관계를 정리하면 다시 원래 멋진 나로 돌아갈 수 있다고 믿기에 관계를 정리하려는 걸까?
어디까지 테스트를 해야 안심할 수 있는걸까?
나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이지만 나도 다 알수가 없다. 복잡하고 답답하고 힘들다.
참으로 적절한 시기에 루카스가 내게 #순간을 잡는방법 이라는 책을 선물했다. 고마워 루카스, 그런데 과연 나는 이 순간을 잡을 수 있을까? 내일의 나는 잡을 수 있다고 믿을지도 모르고, 어제의 나는 잡을 수 있다고 확신했지만 오늘의 나는 불완전하기가 이를데없어서 영 자신이 없다.
올해 첫눈이 내렸는데....첫눈이 오면 만나자고 약속했는데,
결국 우리는 매일매일 보았지만 정작 첫눈이 오는 오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