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읽는 헤드헌터 Dec 18. 2024

애도상담사 고선규
<여섯밤의 애도>

"심리융합 세미나"를  통해 만난 사람들 Part III


가까운 이의 죽음을 경험해 본 사람들의 슬픔에는 죄책감이 더해진다. 

저마다의 애도방식은 다르겠지만 심리학자들은 상실한 것에 대해 잠시 머무는게 좋다고 말하며 충분히 애도하고 슬퍼해야 한다고 말한다. 교통사고나 암 처럼 죽음의 원인이 명확한 상황앞에서도 남겨진 사람들의 죄책감은 어쩔수가 없는데 참사로 생을 마감한 이의 가족이라면? 

고선규 애도상담사

소화되지 않은 슬픔과 상실의 경험은 신체기관을 울게 한다. 



이번 학기 마지막 특강으로 만나뵙게 된 고선규 교수님을 통해 <애도상담사>라는 직업에 대해 접하게 됐다. 심리부검센터에서 근무했었다는 교수님은 스스로를 애도상담사, 라고 소개했다(심리 부검센터는 또 얼마나 신비로운 센터인지!). 

우리 사회의 안타까운 죽음들을 외면하지 않고 온전히 애도할 수 있도록 계속 듣고 쓰고 말하려고 하는 임상심리 박사. 자살 사망자 뒤에 수많은 자살 사별자들이 있다는 사실에 집중하며 그들을 위해 본인이 배운 지식을 활용해가고 있는 고선규 박사의 미처 다 못한 이야기들은 그녀의 책을 통해 읽게 되었다. 고백컨데, 책이 훨씬재미있었다(강의에 비해..)



편애하는 밑줄

이 책은 자살 사별자들이 매달 만나서 서로를 지지하고 격려했던 애도 모임 <메리골드> 에 대한 내용으로, 그들이 어떻게 그 힘든시간을 견뎌왔는지에 대해 담겨있다. 함께 메리골드 모임을 나누었던 5명은 

조울증이 있었던 동생을 잃은 원이, 과로자살로 오빠를 잃은 민이, 입시 스트레스가 심한 예민한 삼수생 동생을 잃은 선이, 조울증 엄마를 돌보다 뇌경색 이후 목숨을 끊은 아빠를 둔 영이, 이혼 후 난폭해진 엄마 밑에서 자라다 집에서 탈출하다시피 선택한 결혼으로 불행하다 목숨을 끊은 언니를 둔 경이다.


자살 생존자 권리장전이라는게 있다. 죄책감으로부터 자유로워질 권리로 시작해서 새로운 시작을 할 권리가 있다고 마무리하는 이 권리장전의 내용을 읽다보면 권리라고 이름 붙였지만 자살 사별자들이 애도 과정에서 겪어내야 할 과업을 느껴진다.


자살 사별자들은 흔히 '자살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자살학의 창시자인 임상심리학자 에드윈 슈나이드먼 박사는 자살은 내적 대화의 결과라고했다. 자살이 최종 해결책으로 선택된 후에는 자살을 계획하고 이제 자살이 고통의 해답으로 고정된다는것이다.


심리학에서 죄책감이라는 감정은 도덕적 가치관을 위반했고 그래서 그 행동을 취소하거나 수정하도록 만드는 감정으로 설명한다. 



심리부검(죽음 직전 고인의생활 전반에 걸친 정보 획득, 수많은 자살 사망자에 대한 정보 데이터를 모아 자살예방 정책을 수립하는 근거로 삼는다). 영원히 잊을수 없는 그날, 그 순간 사별자가 느꼈을 그날의 어떤 감각과 기억들, 감정에 집중하여 질문한다. 




차마 공감한다고 말할 수 없는 슬픔의 무게를 가진 자살 사별자들에 대해 읽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처음 교수님 강의를 들었을땐 가까운 주변 지인 중에 자살한 가족때문에 죄책감으로 괴로워하는 이가 없어서 와닿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면 나의 할아버지도 자살로 죽음을 맞이하셨고 아버지도 그러한 생각을 한적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얼핏 전해들은 것 같다. 그러니까 우리들 모두는 누군가를 자살로 잃거나, 자살하게 될 수도 있는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라는것. 내 생각이 경솔했다. 그러나 너무 무거운 맘으로 책장을 덮고 싶지는 않았다. 어떤 상처도 결국은 이야기 나누고, 치유해가면서, 회복될 수 있는 힘이 있다는것을 믿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 아자아자 화이팅....!!





책을 읽으며 남은 질문들

* 애인을 자살로 잃게 되면 남겨진 한쪽은 어떤 마음이 들까? 나를 만약 그렇게 잃게 된다면 그는 어떻게 나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어떤 방식으로 애도할까?




tip for someone

* 20~30대 여성 자살 사별자 자조모임 <메리골드>
* 서울시 자살예방센터 자조모임 <자작나무>
* 자조모임 (self help group, mutual group)이란 정신건강 전문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거나 전문가들이 돕기에는 한계가 있는 문제를 이미 겪었거나 극복한 사람이 집단을 이끌며 참가자들이 자신의 경험과 필요한 정보를 나누고 서로를 지지 격려하는 모임이다.
* 애도상담: 사별을 포함한 모든 이별이후에 겪게 되는 심리적 과정을 내담자가 잘 겪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상담이다
* 자살유족 원스톱 서비스 센터: 사망후 법적, 행정적 처리를 도와주는 센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