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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몬이 Mar 28. 2022

#8. 지켜주지 못한 바디밤,

꾸덕꾸덕 보습 쵹쵹 머리카락에 양보하세요-

 마쏴쥐 조아열 야시좡 최고에욜

신비롭고 아름다운 반딧불을 감명 깊게 보고 진한 여운이 취해, 내일이 우리의 마지막 여행 날이라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을 만큼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차마 떨어지지 않는 무거운 발걸음을 이끌고 숙소로 돌아가는 밴에 몸을 실었다. 돌아오는 길도 험난했지만 피곤했던 탓인지 그렇게 꿀잠을 잘 수 없었다. 순간이동을 한 것처럼 우리들을 실은 차는 우리의 숙소 앞에 멈춰있었고 우리는 그렇게 마지막까지 활기차게 안내해준 가이드와 즐겁게 인사를 나눈 뒤 숙소로 돌아왔다. 저녁 늦은 시간에 도착했지만 차에서 잠을 푹 잔 탓인지 숙소에 도착해서 친구와 나는 기운이 샘솟기 시작했다. 

원래 우리의 계획은 그러했다. 반딧불 구경을 하고 마사지와 야시장 두 마리 토끼는 피곤해서 못 잡을 테니 야시장만 들러 문화를 즐기고 야식을 왕창 먹고 이른 아침이 시작될 무렵 숙소로 돌아와 미리 딜레이 해둔 체크아웃 시간까지 푹 자기로! 하지만 반딧불을 보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에너지가 충전된 바람에 우리는 계획을 조금 수정하기로 했다. 이왕 에너지가 충전된 김에 간편하게 준비를 하고 두 마리 토끼를 잡으러 움직였다. 마사지를 받으러 호텔을 나서며 지금 시간까지 운영하는 샵들이 있을까 내심 걱정했지만 우리의 걱정은 의미 없는 것이었다. 마사지의 천국이라 불릴 만큼 새벽까지 하는 마사지샵들이 즐비했고 너무 많은 샵들이 우리 눈앞에 펼쳐졌기에 리뷰와 후기를 꼼꼼히 확인해가며 그중 가장 깔끔해 보이는 곳으로 예약을 했다.

마사지샵을 확정 짓고 예약을 마무리 짓고 보니 예약시간까지 대략 2시간 20분가량의 시간 텀이 발생했고 오히려 잘됬다는 생각에 야시장을 좀 더 느긋이 즐기기로 했다. 야시장의 매력은 굉장했다. 각종 재미난 먹거리와 그 특유의 분위기에 우린 금방 흥이 달아올랐고 팩 맥주에, 꼬치, 팩음료와, 봉지 과일 등 각양각색의 먹거리를 즐기며 지루하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그 시간이 너무 흥겨웠는지 마사지샵과 꽤 거리가 있는 곳까지 오게 와있었고 우리는 다시 한번 서둘러 우버를 이용해 마사지샵에 도착했다.

먹는다고 공연은 이미 잊은지 오래였다


 마사지샵에서의 지못미 (1)

다행히 새벽시간인지라 우버는 교통정체 없이 마사지샵까지 우리를 안내했고 딱 알맞게 도착한 우리는 예약 내역 확인을 받고선 고풍스러워 보이는 마사지실 내부로 진입할 수 있었다. 가이드처럼 샵 내부를 안내해주는 직원을 따라 샵 내부 안내를 받고 우리가 마사지를 받을 룸으로 안내를 받은 뒤 외부 활동을 했는지 여부를 먼저 체크해 주셨고 이에 따른 간편한 준비사항을 알려주셨다.

무척이나 심플한 안내사항은 다음과 같았다. 외부 활동을 했다면, 흙이나 먼지 그리고 땀이 몸에 있을 수 있으니 룸 안에 위치한 샤워실에서 간단한 샤워를 하고 준비된 위생 속옷으로 탈의를 한 후 베드에 누워 호출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우리는 알겠다는 짧은 대답을 끝으로 준비사항인 간단한 샤워를 이행하기 위해 탈의를 했고 내가 먼저 씻고 나온 후 친구가 씻으러 들어갔다. 일회용 위생 속옷으로 탈의까지 다 끝내고 베드에 누워있던 나는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친구가 의아해졌다. 그래도 뭐 별일 있겠냐는 생각을 하며 기다리는데 우리의 사전 준비 시간이 길었는지 호출을 하기도 전에, 친구가 샤워를 끝내기도 전에!! 마사지사님 먼저 우리의 마사지를 진행하기 위해 들어가도 되겠냐고 물어오셨다.

무척이나 당황스러웠다 그렇게 막힘없이 나오던 영어가 한국어와 일본어가 한대 섞이며 외래어가 되어 마사지사님을 제지 시키키 바빴다.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아직 준비가 덜 되었다고 곧 다시 말씀드리겠다고' 분명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였다. 하지만 실제로 나온 말은-, "Please wait a moment! 아.. 음... まだ準備が終わっていません! 어??? 아 죄송해요 WAIT WAIT PLEASE...." 엉망진창이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 마사지사님이 대략적으로 이해를 하셨는지 알겠다고 5분 뒤 다시 오겠다는 말씀을 주시고는 1차 고비가 넘어가는 듯싶었다. 그때였다. 친구가 샤워를 거의 마치고 나오는데 머리까지 감고 멀끔한 모습으로 샤워부스에서 나오고 있었다. 2차전이 시작됨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마사지샵에서의 지못미 (2)

다행히 일회용 위생 속옷으로 탈의까지 한 상태라 큰 문제가 될 것 같진 않아 보여 많이 더워서 씻고 싶었나 보다 생각하고 개운하냐 혼자만 그렇게 깔끔해져서 어떻게 하느냐 퉁탕 거리며 조금 지체된 것 같기에 빠르게 마사지사님을 호출하였다. 상의까지 탈의를 했던 나는 베드에 엎드려있었고 남구는 천장을 바라보며 누워있었다. 그런데 그의 상태가 조금 아주 조금 이상해 보였다. 그렇게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 때쯤, 마사지사님이 들어오셨다. 별 탈 없겠지 싶은 마음에 아늑한 한숨을 내쉬며 마사지를 받기 위해 준비를 하는데 친구 쪽을 담당하시는 마사지사님이 그만 웃음이 터지셨고 그와 동시에 친구도 웃음을 참지 못하고 눈물까지 흘리며 웃고 있었다. 베드 사이 얇은 가림막이 쳐져 있었기에 대체 무슨 상황인지 너무 궁금했던 나는 무슨 일이냐고 넌지시 물었다.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그저 웃음을 참는 소리만 들릴 뿐..

한 참 웃음이 잦아들었을 때쯤 친구가 내게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 말에 그 마사지룸 안에 있던 4명은 도저히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이야기는 이러했다.

분명 샤워룸 내부에는 허브를 이용한 클렌징 제품과 비누 바디밤이 비치되어있다. 그 말은 간단단 샤워 후 건조함을 느낀 부분에 바디밤을 사용하라는 의미였다. 누가 봐도 그렇다. 하지만 그것은 나만의 착각이었던 것 같다. 나는 보습까지 신경 써준 마사지샵에 감탄하며 향이 무엇보다 너무 좋았기에 친구들에게 줄 선물 리스트를 업데이트하며 쟁여놓을 제품으로 바디밤을 잔뜩 사야 겠다는 생각을 끝으로 나의 샤워를 마쳤었고, 그렇게 나의 행복 회로가 가동하고 있을 때쯤, 뒤이어 들어간 친구는 그 정체모를 옅은 베이지색의 네모난 덩어리가(꼭 한국의 빨랫비누 같이 생김) 바디밤이란 것을 몰랐던 것이다. 평소 바디밤을 애용하는 나로서는 그 제품이 바디밤 이라는을 촉감으로 단번에 확신했지만 그렇다 그는 몰랐던 것이다.

비누와 클렌징 제품으로 간단히 샤워를 마친 그는 짧은 머리카락에 이미 많은 양의 물이 묻은 것에 이왕 머리도 감자! 고 생각을 했었다고 한다. 그리고 본인이 샤워를 위해 사용했던 제품을 제외하고 남은 나머지 어메니티가 당연히 헤어 관련 용품일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바디밤을 이용해 머리를 감으려는 순간 나야 할 거품은 나지 않고 꾸덕한 촉감만 느껴지는 사태로 인해 이도 저도 못했다는 것이다. 어찌어찌 비누로 머리카락의 기름기를 어느 정도 제거하고 있으니 밖에선 마사지사님들(즉 여성분들)이 마사지를 위해 대거 들어온다고 하지 않나 나는 가운데서 마사지사님을 잠시 제지하고 본인을 재촉하는 정말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에 당황스러우면서도 그 기름에 떡진 머리를 대충 수숩하고 나와 아직도 머리카락의 대부분이 꾸덕한 기름범벅이라는 이야기를 말이다.

한 바탕 크게 웃고는 다시 마사지의 집중을 위해 호흡을 가다듬고 노릇노릇 나른나른한 마사지의 세계로 막 진입하려 하는 그 순간, 그의 마사지사님께선 바디밤이 머리카락에 헌신했다며 머리결이 촉촉해지면 더욱 인기가 많으시겠어요 라는 농담을 하셨고 그와 나는 죽을만큼 웃음을 참는 수 밖에 없었다.



※ 해당 마사지샵은 본 글의 마사지 샵과 관계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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