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출신이지만 서울촌년입니다.
@1. 마음 맞는 여행메이트 한 명이면 세상 행복해질 수 있다.
내겐 여행메이트가 있다. 비록 옷 스타일은 완전 정 반대지만 여행 스타일만큼은 누가 뭐래도 잘 맞다.
뭐 물론 내 생각뿐일 수 있겠지만, 언니와 여직 또 다른 여행을 계획하는 걸 보면 잘 맞는 거 아닐까.
@2. 그 노래는 바로 여수밤바다.
애초 계획은 남해를 여행키로 했었다. 기대감에 잔뜩 부풀어 숙소와 여행지 그리고 틈틈이 쉴 수 있는 괜찮은 카페를 찾고 찾아가며 이미 내 몸은 남해에 가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연휴라 숙소의 사정이 썩 좋지 못했다. 괜찮은 숙소를 발견하면 예약마감이거나, 금액이 터무니없이 비싸 마우스 클릭을 멈칫거리게 만들었다.
그렇게 남해는 빠른 포기를 하고 바로 옆 여수와 거제를 고민했다. 어쩌면 기깔나게 여행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 동생의 흥얼거림에 이끌러 바로 여수로 확정했다. 그렇다 그 노래는 여수밤바다 였다.
출발하는 당일 날씨가 너무 좋았다. 좋아도 정말 너-무 말이다. 나는 날씨 요정이다 해를 부르는, 그렇지만 이건 익을 것 같은 날씨였기에 틈틈이 보이는 구름이 반가울 지경이었다.
잠시 들린 휴게소에서 익어가던 내 왼팔에게 휴식을 주며 우동 한 그릇을 뚝딱 했다. 소식좌 둘이라 디저트는 고사하고 딱 정직하게 밥만 먹고 다시 목적지를 향했다. 한참 떠들며 5시간의 기나긴 운전을 끝으로 여수에 도착했다. 우리가 예약해 둔 숙소에서는 길고양이들이 늘어지게 낮잠을 지고 있었다. 사진으로만 간접 경험 할 수 있는 숙소는 항상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체크인을 한다. 하지만 생각보다 깨끗하고 쾌적했다.
짐을 풀어두곤 다시 차에 시동을 걸었다. 커피가 너무 마시고 싶어서.. 그렇게 서두를 수 없었다. 어딜 갈까 검색하고 고민하는 시간에 우리는 그냥 운전하다 보이는 카페로 들어가기로 하고선 무작정 출발을 했다.
@3. 우연히 발견한 그곳들
숙소에서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왠 작은 입간판에 카페라고 적혀있는 글을 발견했고 고민 없이 핸들을 돌렸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심상찮았다. 언덕진 곳을 따라 쭈-욱 올라가야 하는 길이었는데 문득 여기가 카페 가는 곳이 맞나 싶을 정도로 의구심이 살짝 들 때쯤 눈앞에 너무 예쁜 모습을 간직한 여수 돌산카페 '피읖'이 들어왔다.
단풍이 조금씩 지고 있던 계절이라 다채로운 색감이 우릴 반기며 기분마저 싱그럽게 했다. 커피와 당을 채워 줄 케이크 한 조각까지 먹고 나니 해가 뉘엿뉘엿 졌고 예쁘게 물들어가는 하늘을 보며 그저 "와-, 예쁘다."라는 말만 반복했던 것 같다.
카페에서 한 참 이야기를 하고 휴식을 갖고는 시간이 더 늦어지기 전에, 저녁을 먹으러 이순신광장으로 향했다. 이번에도 그냥 눈에 띄는 가게를 들어가기로 했다. 이순신광장 사거리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한 돌문어삼합을 주로 판매하는 식당이었는데 음식의 비주얼에 한 번 맛에 두 번 놀랐다. 너무 맛있었고 다음에 여행을 오면 또다시 방문을 하고자 사장님께 명함을 받아둘 정도였으니까. 그렇게 양에 넘치게 먹었다. 앞전에 말했듯 언니와 나는 소식좌다. 둘이 라면 하나면 배가 부를다고 할 정도니 말 다하지 않았나. 그런 우리가 진짜 눈을 부릅뜨고 먹고 또 먹었다.
정말 배가 터져라 먹었던 우리는 도저히 이대로 차에 탈 수 없었다. 그럼 어쩌겠는가. 배부르니 산책을 해야지. 식당 사장님께 산책할만한 코스를 여쭈었고 근처에 벽화마을이 있다는 말을 듣고 고민 없이 그곳으로 향했다. 뚜벅뚜벅 걸으며 숙소에서 먹을 딸기모찌를 야무지게 포장하고서는 급하지 않게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배를 딱 알맞게 꺼뜨릴 생각으로 시작했던 야간산책이었지만 점점 즐기고 있는 우리를 발견했다. 다양한 벽화에 사진을 이리도 찍고 저리도 찍으며 한참을 웃고 한동안 머무르며 그렇게 여수를 잔잔하게 즐겼다.
열심히 걸었고 원 없이 사진을 찍었다. 느긋하게 드라이브도 즐기며 우리는 슬슬 숙소로 돌아가리로 했고 간단하게 즐길 반주거리의 안주를 사들고 누구보다 게으르게 숙소로 돌아갔다.
@4. 아쉽지만 아쉽지 않은 밤
야무지게 씻고 아까 포장해 두었던 딸기모찌의 배를 갈랐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하나로 합쳐진 간식이라 기대를 잔뜩 품고 한 입을 배어 물었고 이내 왜 우리는 두 알만 사 왔을까 아쉬운 마음 뒤로하며 내일 한 박스를 사야 한다며 맛에 대해 열띤 토론을 했다.
간단하게 사온 안주거리를 상 위에 펼치고는 영상을 찍어가며(아직까지 편집도 안 한 건 귀차니즘.. 인거겠죠? 하하-,) 내일은 무얼 하며 쉴지에 대해 이야길 나누었다. 우리는 둘 다 술을 잘 마시는 편이 아니라 사온 막걸리 두 병에 딱 기분 좋을 만큼의 취기에 여수밤바다를 보기 위해 잠시 숙소 밖을 나섰다. 비록 어두운 밤이라 바다는 볼 수 없었지만, 잔잔한 파도 소리와 함께 밤하늘에 촘촘히 빛나는 별들을 올려다보며 잠시 서로의 시간을 가졌다. 당시 나는 집에서 10여 년 온갖 사랑으로 함께하던 막댕이를 강아지별로 보낸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태라 심리적으로 많이 힘든 상태였는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 감정들을 꾹꾹 눌러 담아 참고 있었던 것 같다. 하염없이 바라보던 별 중 가장 밝게 빛나는 별 하나가 눈에 들어왔고 왜인지 그 밝게 빛나는 별에 빌어 막댕이에게 인사가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곳에선 안아프고 잘 지내고 있냐고,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하고, 너무 많이 보고싶고 사랑한다고 꼭 다시 만나자고.. 내가 혼자 조용히 인사를 건네는 모습을 알아챈 언니는 자리를 피해 주었다.
그렇게 나는 한참 하고 싶었던 말들을 전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