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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몬이 May 26. 2023

#1. 여수는 처음입니다만

부산출신이지만 서울촌년입니다.

@1. 마음 맞는 여행메이트 한 명이면 세상 행복해질 수 있다.

내겐 여행메이트가 있다. 비록 옷 스타일은 완전 정 반대지만 여행 스타일만큼은 누가 뭐래도 잘 맞다.

뭐 물론 내 생각뿐일 수 있겠지만, 언니와 여직 또 다른 여행을 계획하는 걸 보면 잘 맞는 거 아닐까.


@2. 그 노래는 바로 여수밤바다.  

애초 계획은 남해를 여행키로 했었다. 기대감에 잔뜩 부풀어 숙소와 여행지 그리고 틈틈이 쉴 수 있는 괜찮은 카페를 찾고 찾아가며 이미 내 몸은 남해에 가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연휴라 숙소의 사정이 썩 좋지 못했다. 괜찮은 숙소를 발견하면 예약마감이거나, 금액이 터무니없이 비싸 마우스 클릭을 멈칫거리게 만들었다.


그렇게 남해는 빠른 포기를 하고 바로 옆 여수와 거제를 고민했다. 어쩌면 기깔나게 여행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 동생의 흥얼거림에 이끌러 바로 여수로 확정했다. 그렇다 그 노래는 여수밤바다 였다.


출발하는 당일 날씨가 너무 좋았다. 좋아도 정말 너-무 말이다. 나는 날씨 요정이다 해를 부르는, 그렇지만 이건 익을 것 같은 날씨였기에 틈틈이 보이는 구름이 반가울 지경이었다. 


구름아 구름아 얼굴을 보여주렴


잠시 들린 휴게소에서 익어가던 내 왼팔에게 휴식을 주며 우동 한 그릇을 뚝딱 했다. 소식좌 둘이라 디저트는 고사하고 딱 정직하게 밥만 먹고 다시 목적지를 향했다. 한참 떠들며 5시간의 기나긴 운전을 끝으로 여수에 도착했다. 우리가 예약해 둔 숙소에서는 길고양이들이 늘어지게 낮잠을 지고 있었다. 사진으로만 간접 경험 할 수 있는 숙소는 항상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체크인을 한다. 하지만 생각보다 깨끗하고 쾌적했다.


사람 손길이 익숙한 듯 보이는 냥이들


짐을 풀어두곤 다시 차에 시동을 걸었다. 커피가 너무 마시고 싶어서.. 그렇게 서두를 수 없었다. 어딜 갈까 검색하고 고민하는 시간에 우리는 그냥 운전하다 보이는 카페로 들어가기로 하고선 무작정 출발을 했다. 


@3. 우연히 발견한 그곳들

숙소에서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왠 작은 입간판에 카페라고 적혀있는 글을 발견했고 고민 없이 핸들을 돌렸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심상찮았다. 언덕진 곳을 따라 쭈-욱 올라가야 하는 길이었는데 문득 여기가 카페 가는 곳이 맞나 싶을 정도로 의구심이 살짝 들 때쯤 눈앞에 너무 예쁜 모습을 간직한 여수 돌산카페 '피읖'이 들어왔다. 

여수 카페 '피읖'


단풍이 조금씩 지고 있던 계절이라 다채로운 색감이 우릴 반기며 기분마저 싱그럽게 했다. 커피와 당을 채워 줄 케이크 한 조각까지 먹고 나니 해가 뉘엿뉘엿 졌고 예쁘게 물들어가는 하늘을 보며 그저 "와-, 예쁘다."라는 말만 반복했던 것 같다.

배가 고팠다 은근 배가고팠나 보다. 순식간에 먹어치우고 빵을 하나 더 시킬까 잠시 고민했으니까.
뉘엇뉘엇 지는 해를 바라 볼 수 있는 통창은 사랑이다.


그저 예쁘고 예쁘던 곳


카페에서 한 참 이야기를 하고 휴식을 갖고는 시간이 더 늦어지기 전에, 저녁을 먹으러 이순신광장으로 향했다. 이번에도 그냥 눈에 띄는 가게를 들어가기로 했다. 이순신광장 사거리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한 돌문어삼합을 주로 판매하는 식당이었는데 음식의 비주얼에 한 번 맛에 두 번 놀랐다. 너무 맛있었고 다음에 여행을 오면 또다시 방문을 하고자 사장님께 명함을 받아둘 정도였으니까. 그렇게 양에 넘치게 먹었다. 앞전에 말했듯 언니와 나는 소식좌다. 둘이 라면 하나면 배가 부를다고 할 정도니 말 다하지 않았나. 그런 우리가 진짜 눈을 부릅뜨고 먹고 또 먹었다.


사진을 보는 지금도 침이 고인다. / 작년에 다시 방문했지만 식당은 문을 닫았고 그 곳엔 카페가 들어와 있었다. 아쉬워...


정말 배가 터져라 먹었던 우리는 도저히 이대로 차에 탈 수 없었다. 그럼 어쩌겠는가. 배부르니 산책을 해야지. 식당 사장님께 산책할만한 코스를 여쭈었고 근처에 벽화마을이 있다는 말을 듣고 고민 없이 그곳으로 향했다. 뚜벅뚜벅 걸으며 숙소에서 먹을 딸기모찌를 야무지게 포장하고서는 급하지 않게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이때까진 몰랐다 이곳이 줄을 서서 먹는 딸기모찌집이란 것을


배를 딱 알맞게 꺼뜨릴 생각으로 시작했던 야간산책이었지만 점점 즐기고 있는 우리를 발견했다. 다양한 벽화에 사진을 이리도 찍고 저리도 찍으며 한참을 웃고 한동안 머무르며 그렇게 여수를 잔잔하게 즐겼다.


가지각색의 벽화


열심히 걸었고 원 없이 사진을 찍었다. 느긋하게 드라이브도 즐기며 우리는 슬슬 숙소로 돌아가리로 했고 간단하게 즐길 반주거리의 안주를 사들고 누구보다 게으르게 숙소로 돌아갔다.


@4. 아쉽지만 아쉽지 않은 밤

야무지게 씻고 아까 포장해 두었던 딸기모찌의 배를 갈랐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하나로 합쳐진 간식이라 기대를 잔뜩 품고 한 입을 배어 물었고 이내 왜 우리는 두 알만 사 왔을까 아쉬운 마음 뒤로하며 내일 한 박스를 사야 한다며 맛에 대해 열띤 토론을 했다.


간단하게 사온 안주거리를 상 위에 펼치고는 영상을 찍어가며(아직까지 편집도 안 한 건 귀차니즘.. 인거겠죠? 하하-,) 내일은 무얼 하며 쉴지에 대해 이야길 나누었다. 우리는 둘 다 술을 잘 마시는 편이 아니라 사온 막걸리 두 병에 딱 기분 좋을 만큼의 취기에 여수밤바다를 보기 위해 잠시 숙소 밖을 나섰다. 비록 어두운 밤이라 바다는 볼 수 없었지만, 잔잔한 파도 소리와 함께 밤하늘에 촘촘히 빛나는 별들을 올려다보며 잠시 서로의 시간을 가졌다. 당시 나는 집에서 10여 년 온갖 사랑으로 함께하던 막댕이를 강아지별로 보낸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태라 심리적으로 많이 힘든 상태였는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 감정들을 꾹꾹 눌러 담아 참고 있었던 것 같다. 하염없이 바라보던 별 중 가장 밝게 빛나는 별 하나가 눈에 들어왔고 왜인지 그 밝게 빛나는 별에 빌어 막댕이에게 인사가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곳에선 안아프고 잘 지내고 있냐고,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하고, 너무 많이 보고싶고 사랑한다고 꼭 다시 만나자고.. 내가 혼자 조용히 인사를 건네는 모습을 알아챈 언니는 자리를 피해 주었다. 



 그렇게 나는 한참 하고 싶었던 말들을 전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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