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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몬이 May 26. 2023

[경험] 쿠팡풀필먼트/입고

생각이 많을 땐, 몸을 움직이자

#1. 머릿속을 비우자!

5월이 시작되면서 고민과 생각이 너무 많아 머릿속이 뒤죽박죽이었다. 생각이 가득 찬 머리로 내린 결론의 결과물들은 하나같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다 문제나 고민거리가 생기면 너무 그 부분만 파고들지 말고 한 걸음 떨어져 봐야 한다는 말이 문득 떠올랐다. 하지만 그 한 걸음 떨어져 보고자 함 도 내겐 걱정거리로 다가왔다. 그래서였다 쿠팡을 선택한 계기 말이다.


단순했다. 생각이 많아? 그럼 생각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 보지 뭐, 근데 그것도 걱정돼? 그럼 아예 벗어나보자! 생각을 비울 땐 역시 몸을 움직이는 게 가장이겠지? 그럼 몸을 움직이는데 역시 무언가의 성과가 있으면 더 좋겠지? 혼자 이것저것 알바사이트를 뒤져가며 만족스러운 알바를 발견하고 내 스스로가 기특했다.


쿠팡 일자리엔 다양한 지원 방법이 존재했다.

계약직으로 주 5일을 근무하며 급여를 받아가는 형태와, 하루씩 주 3일만 일 할 수 있는 단기직의 형태 등 본인의 상황에 따라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우선 나는 현재 하고 있는 일들이 있기에 계약직이 아닌 단기직으로 지원을 해보고자 마음먹고 지원방법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쿠펀치라는 어플을 설치하고 가입절차를 거친 후 내가 원하는 날짜에 내가 원하는 공정으로 내가 원하는 센터에 업무를 신청하면 끝이었다. 그렇게 되면 우선 1차적으로 신청 단계가 끝이 난 것이다.

이제 신청의 업무상태가 확정으로 바뀌길 기다려야 한다. 확정으로 넘어가는 단계는 문자 통보가 오는 식이었다. 나는 오후(19시-익일 04시)의 근무를 선택했기에 확정 관련 알람 문자는 근무를 신청 한 당일 오전에 통보가 왔다.


쿠팡에서 온 확정문자


이렇게 문자가 오면 첫 근무일 경우 답장을 하고 근무당일 안내받은 장소로 늦지 않게 출근을 하면 된다.


(좌) E동으로 이동을 하고 길따라 쭉들어가면/(우) 쿠팡허브의 입구가 보인다


#2. 처음이지만 당황할 것 없다.

첫 출근이라면 쿠팡허브 입구에서 직원분이 출근 체크를 위한 절차를 하나씩 알려준다. 알려주는 방법대로 차근차근 어플을 통해 신원확인을 하고 급여를 받을 계좌까지 입력을 한 후 출근 체크를 하고 입구를 들어서면 바로 왼편 사무실로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쿠펀치 어플로 QR체크와 함께 신분증을 제시하며 본인 확인을 한 번 더 진행한다. 여기까지 끝났다면 카드키와 함께 사물함 열쇠가 달린 카드키목걸이를 주는데(절대 잃어버리면 안 된다. 잃어버리는 순간 15,000원이 급여에서 제외됨을 명심하자!!) 카드키에 적힌 번호의 사물함을 찾아 가지고 온 모든 소지품을(핸드폰 포함) 보관해 두고 선택한 공정에 따라 작업장으로 올라가게 된다.


나는 첫 근무였기에 약 2시간 30분가량의 안전교육과 성희롱예방교육 그리고 실제 작업방법 안내 교육 등을 먼저 받아야 했다. 그렇게 안내받은 교육장인 403호로 이동 후 교육을 받는데(그 시간이 가장 행복할 줄은 그땐 미처 몰랐지.. 또르륵..) 실무 교육을 집중해서 들으면 좋다 실제로 실무 교육 후 바로 업무에 투입되기 때문이다.


좌측부터 쿠펀치(근무를 위한 어플) > 헬로버스(셔틀버스 어플) > 셔틀(탑승객) 순이며 '셔틀(탑승객)' 어플은 굳이 필요 없다.



#3. 드디어 시작인 것인가

19시부터 시작된 교육은 대략 21시 30분이 되어서 끝이 났고 '입고'공정을 선택한 나는 3.5층으로 배정되어 이동했다. 장갑을 받고 PDA라고 하는 물품 스캔기기를 배정받은 후 교육 담당자를 따라가면 그때부턴 업무 시작이다. 카트에 업체로부터 쿠팡으로 입고되어 들어온 물품들이 가득 들어있는 박스(이걸 도트박스 라고 하는데 이하 박스라 하겠다.)를 카트에 옮겨 실은 후 선반에 박스 안에 있는 물건들을 진열하는 업무였다. 그렇다 업무 자체는 단순하고 단조롭다. 하지만 이 단순함이 나중엔 팔다리에 지옥을 안겨주었다. 슬슬 박스를 드는 것이 버거워지고 선반의 위쪽에 공간이 남은 경우 사다리를 들고 와 오르락내리락하는 작업에 점점 웃음끼도 말도 표정까지 없어지고 그저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일만 했던 것 같다. 물품이 든 박스는 무거울 때도 가벼울 때도 있으며 선택할 수 없기에 그저 쌓여있는 박스를 하나씩 처리해 나가는 식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 치명적 단점은 그곳은 매우 덥다는 것이다. 나는 더위를 정말 안 타는 편인데 그곳에서 만큼은 땀을 한 바가지 흘린 것 같다. 그래서일까 물을 그렇게 마시는데 화장실은 2-3시간에 한 번 갈까 말까였다.


여담이지만 화장실도 한 번씩 가주면서 너무 더우면 각 층에 마련되어 있는 에어컨이 빵빵한 휴게실에서 5분 정도 쉬면서 업무를 해도 눈치 주는 사람 한 명 없다. 그만큼 덥다는 소리이다.


그렇게 좀비처럼 일을 하다 보면 50분의 저녁시간이 주어진다. 작업하던 카트는 한 자리에 모아두고 PDA상 작업 중인 박스는 휴식상태로 돌려놓고 밥을 먹기 위해 움직이면 된다. 업무 중간이나 업무 전 교육담당자에게 나눠 받은 식권이 있는데 이 식권을 잃어버리거나 식권이 없으면 밥을 먹지 못하니 꼭 잘 챙겨야 한다.

작업장을 벗어나 1층 사물함에서 핸드폰만 간단히 챙겨 A동 물류센터의 건너편까지 대략 15분 정도 걸어가면 드디어 구내식당이 나오는데, 밥은 맛있다. 그도 당연하지 않을까? 그렇게 몸 쓰는 일을 하고 땀에 절어 먹는 밥인데 뭔들 안 맛있을까. 밥을 다 먹고 나면 E통 근무센터까지 이동하는 시간을 제외하고 10분 정도 여유가 남았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외부에서 잠시 앉아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았다.


#4. 점점 시간이 더디게 흐르는 것 같은 신비로운 경험

저녁을 먹고 오면 꿀만 같았던 첫 번째 쉼이 끝났고 2차전이 시작된다. 업무는 똑같다. 박스를 내 카트로 옮겨 싣고 비어있는 진열 선반을 찾아 돌아다니며 물품을 진열하고 정리하면 되는 업무이다. 밥을 먹고 잠시 쉰 효과가 있다. 잠시간이지만 반짝 일을 집중해 할 수 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달았다. 이제부턴 시간과의 싸움이란 것을.. 점점 시간이 더디게 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조금씩 지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지침이 온몸으로 느껴질 때쯤 단비와 같은 20분의 휴식시간이 주어진다.

이 20분 동안 나는 그냥 휴게실에서 삶은 달걀 하나를 먹고는 바로 기대어 쪽잠을 잤다. 마치 학창 시절 수업과 수업사이 10분의 쉬는 시간에 단잠을 자는 것과 같은 기분으로 한숨 돌리고 오면 또 잠시지만 마지막 3차전의 일을 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5. 업무 종료, 가자 집으로!!

한 참 無에 가까울 정도로 머릿속을 비우고 몸을 쓰며 일을 하다 보면 안내방송이 나온다. "작업장에 계신 모든 분들께서는 업무를 중단해 주시고 퇴근을 위해 이동해 주시기 바랍니다." 뭐 대략 이런 안내였던 것 같다. 사실 잘 안 들리지만 말이다. 간단한 팁 하나는 3시 55분까지 모든 업무를 마무리하면 되는데, 중간중간 PDA기계로 시간을 잘 체크하며 마지막 진열까지 3시 55분에 종료할 수 있도록 스스로 알아서 시간 조절을 잘해야 한다.(아니면 집에 가는 셔틀버스를 놓칠 수 있다.) 업무에 사용했던 PDA기기를 반납하고 다시 처음 카드키를 받았던 1층 사무실로 내려가 보관해 둔 짐들을 찾고 카드키는 직원에게 반납하면 된다. 그리고 반드시 물류센터를 벗어나기 전 핸드폰의 쿠펀치 어플을 실행시키고 쿠팡와이파이로 연결 후 업무종료 ' 안녕히 가세요'를 클릭해서 근무 체크아웃을 해야 한다. 이때는 안내해 주는 직원이 없는 경우가 더러 있기에 하는 방법을 모른다면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길 추천한다.


체크아웃까지 마쳤으면 방금 내가 나온 건물인 E동을 오른편에 두고 건물뒤쪽으로 반바퀴 정도 돌면 되는데, 그곳에 집으로 향하는 셔틀버스가 있다. 참! 근무 시작 전 '헬로버스'라는 쿠팡의 셔틀버스 어플을 반드시 설치해서 내 집으로 가는 노선을 지정하고 탑승권을 미리 발권해 두면 좋다.


서틀버스 탑승권

가끔 헬로버스에서 확인되는 차량번호와 내 동네로 가는 버스의 차량번호가 다른 경우가 종종 있으니 버스 앞쪽 탑승 부근에서 어느 방면으로 향하는 버스인지 확인하고 타는 것이 가장 좋다.




#6. 몸을 쓰니 복잡했던 생각이 희미해졌다.

역시 머릿속이 복잡할 땐 몸을 쓰는 게 정답이었다. 하지만 한 편으로 마음이 무거웠다. 내일 당장 마무리 지어야 할 몇몇 문제들을 너무 손 놓고 있던 건 아닐까 하는 불안이 문득 찾아왔다. 물론 어느 정도 가닥은 잡아뒀었다. 다만 조금 더 좋은 결정을 하기 위해 미루고 미뤘던 일이다. 나는 약간 완벽을 추구하는 성향이 있어서 끊임없이 이게 맞는 거겠지라고 스스로를 다그친다. 조금은 여유를 가져도 될 테고 마음을 편하게 먹어도 될 텐데 아직은 그게 잘 안되었다. 그렇게 또 불안이 스멀스멀 피어날 때쯤 셔틀버스에 무거워진 몸을 앉히는 순간 그래, 뭐 서두를 거 있겠나 싶었다.


문제나 고민은 너무 직면하다 보면, 넓게 바라보지 못할 때가 종종 있다. 그럴 땐 주저 없이 몸을 쓰는 일을 하던 움직이는 시간을 가지며 한 번쯤 생각을 비워내 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끝으로, 한 번쯤 인생에서 경험해 봐도 좋은 일 같다. 그렇다고 내 시간을 쪼개면서까지 찾아서 할 일은 아니다.


다음 편은 다른 공정인 '출고'로 돌아옵니다!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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