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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몬이 Mar 27. 2022

내 사랑하는 막댕아 안녕..

2021년 8월 20일 21시 38분

내 품에서 내 동생 우리 집 12살 막댕이 복실이는 급성 췌장염으로 10시간 만에 강아지 별로 여행을 떠났다.




- 일주일 전

코로나 여파로 재택근무를 하고 있던 중 이상하게 복실이가 다리에 자꾸 안기고 내 옆에 딱 달라붙어 둥기 둥가 평소와 다름없이 마냥 이뻐해 주었다. 워낙 잘 안기고 애교가 넘치던 아이였어서 평소와 똑같겠거니 생각했다.



- 6일 전

복실이 건강검진 결과가 나와서 노견이라 눈 검사를 추가로 할 겸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궁디 빵시빵시 흔들면서 정말 말 그대로 룰루랄라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평소 간식을 잘 챙겨주는 간호사님이 계셔서 복실이가 유독 이번 동물병원은 무서워하는 듯하면서도 즐기는 것 같아 나까지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는 신남이었다.

예상과 같이 건강검진 결과는 매우 건강! 나이 또래 다른 강아지들보다 더 튼실했고 뼈도 이도 장기들도 다 멀쩡했다. 혈액검사도 전부 정상적인 수치였다. 평소 귀에 염증이 있는 견종 특징의 지병 빼고는 정말 너무도 건강했다. 검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날씨도 좋고 기분도 좋아서 그날따라 1시간여 산책을 더 하고 복실이도 왠지 웃는 얼굴이었기에 기분 좋게 하루를 마무리했다.



- 5일 전

평소 11시면 일어나는 복실이가 이상하게 오후가 다 돼서 일어났다. 노견이라 이젠 잠이 많아지는구나 싶어 영양에 더 신경을 써야겠단 생각에 얼마 안 남은 영양제들을 보충하고자 오메가 3, 루테인, 유산균, 강아지 녹용 등 영양제를 잔뜩 재구매했다. 그리곤 복실이와 산책을 위해 하네스며 똥 봉투 등 실이 용품을 이것저것 챙기는데 그날따라 이상했다. 산책에 '산' 글씨만 들어도 몸통이 C 형태가 되도록 꿍둥이를 흔들며 나가자고 조르는데 오늘따라 기운이 하나도 없어 보이는 게 산책도 마냥 즐겁고 좋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고 복실이가 쉬고 싶은 날인가 보다 싶어 실이의 의견에 따라 집에서 뒹굴거리며 종일 붙어있었다.



- 4일 전

복실이가 이른 새벽부터 헛구역질을 하더니 구토를 심하게 했다. 평소 음식을 워낙 좋아해서 급하게 먹는 일이 많아 가끔 구토를 했기에 같은 성질의 구토겠거니 하고 토 상태를 봤는데 역시 소화가 안된 사료가 잔뜩 덩어리 져 나왔다. 구토 색도 맑았고 놀라긴 했지만 내가 호들갑을 떨면 복실이도 같이 초조한 얼굴을 했기에 차분히 병원 오픈 시간까지 기다렸고 시간에 맞춰 아이를 안고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미열이 좀 있었고. 혹시나 싶은 마음에 혈액검사를 한 번 더 요청드렸으며, 뭔지 모를 불안한 마음에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들려오는 결과는 '아밀라아제'수치가 요 전 건강검진 때 보다 높은 정도였으며, 병원에서는 크게 걱정할 필요 없다고 구토 다스리는 약정도를 처방받고 15kg 막댕이 복실이를 소중이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병원을 가기 전 아파 보였던 복실이는 수액 처치와 영양주사를 맞고 또다시 쌩쌩한 막댕이로 돌아와 있었다. 좀 전에 구토한 강아지 맞나 싶을 정도로 깨발랄 하게 장난감을 가지고 놀자고 꼬리를 풍차처럼 돌리며 신이 나 있었다. 괜찮은 건가 싶어 조금 놀아주다 무리를 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에 격하지 않게 놀아주고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했다.



- 3일 전

여느 때와 다름없는 하루였다. 복실이와 같은 침대에서(물론 내 침대다) 자고 일어나 밥을 챙겨주고 나도 밥을 먹고 엄마와 마트를 들렸다 복실이와 산책을 하고 남동생과 게임을 같이 하며 아빠의 퇴근시간에 맞춰 복실이와 주차장으로 마중 나가 아빠를 깜짝 놀라게 해드리고 정말 여느 때와 다름없는 하루였다.



- 2일 전

 역시 로켓배송은 최고를 외치며 재주문했던 복실이의 영양제를 잔뜩 쟁여두고 실이의 간식 창고 실이의 공간을 또 빈틈없이 매웠다. 오늘도 복실이는 심하게 늦잠을 잤다. 며칠 전에 아팠던 탓인지 뭔가 기분이 이상해서 복실이가 언제 일어날까 한참 옆자리에 같이 누워 복실이 배를 쓰담쓰담했더니 꿈뻑꿈뻑 느리게 눈을 뜨고 기지개를 켜며 일어났다. 사실 조금 더 자게 두고 싶었지만 눈 검사 결과를 듣기 위해 동물병원으로 향해야 했던 터라 조금은 억지로 깨운 것도 사실이었다. 위풍당당 매일 하루 두 번씩 하는 산책인데 뭐가 그리 좋은지 꼬리를 하늘 높이 세우고는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복실인 눈 검사도 역시나 정상이었다.



- 1일 전

복실이가 아침부터 이상했다 그렇게 뭐든 잘 먹던 실이가 사료를 잘 안 먹었다. 나는 며칠 전 구토를 심하게 했던 게 걱정이 된 나머지 친한 수의사 선생님과 전화 상담을 하고선 바로 예약을 했다. 병원에서 샘플로 주는 사료를 받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또다시 복실이와 산책 겸 병원으로 향했다. 복실이가 정말 아침부터 이상했다 평소보다 느리게 걸으며 꼭 온 세상 냄새를 다 맡아보는 느낌이 들어 나 또한 스트레스가 많은가.. 아님 오늘따라 좀 세상을 천천히 살아보는 건가 싶은 마음에 크게 서두르지 않게 병원에 도착했고 복실이의 기분도 최고로 보였다. 화~알짝 웃는 얼굴로 간호사 선생님과도 인사를 나누고는 바로 진료실로 들어섰다. 구토 이후의 상태에 대해 간략히 검사를 끝내고, 실이의 건강상태와 나이에 맞는 사료들을 잔뜩 챙겨주시기에 감사한 마음에 사료를 받아 들고 집으로 향했다.



- 당일의 시작 새벽 1시

아침에도 좀 이상한 느낌이었지만 오후에 병원을 다녀오고 나서부턴 유독 심하게 안기기에 왜 이럴까 싶으면서도 기분 좋게 꽁냥 거리 고는 하루를 잘 마무리했다. 아니 그렇게 잘 마무리하는가 싶었다. 늦은 저녁 새벽 1시가 다되어갈 때쯤 복실이 상태가 이상했다. 구토를 하는데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덜덜덜덜덜덜 떨면서 구토를 하고 오줌 같은 설사를 하고 맥을 못 차리는 모습에 나는 눈물부터 났다. 너무 놀라 24시간 병원을 미친 듯이 검색했고 하필 아빠와 엄마는 할아버님 생신으로 지방에 내려가 있던 터라 복실이를 남동생이 끌어안고  급하게 차량을 대여해 중랑 24시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으로 운전을 하며 무슨 정신으로 운전을 했는지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기억이 나지 않는데 동생이 해준 말로는 신호를 몇 번이나 무시하고 위태위태하게 운전했다고 한다...


- 당일 새벽 2시

병원에 도착한 복실이는 뭔가 다 게워낸듯한 표정으로 뽈뽈거리며 제법 큰 병원을 제 집 앞마당 마냥 돌아다녔다. 그 모습을 보던 동생이 실이 괜찮은 거 같은데?라는 말을 했지만 나는 이상했다 느낌이 뭔가 이상했다. 그날 남아계셨던 수의사 선생님은 외과의사셨다. 외관상으로 실이가 아무렇지 않아 보여 괜찮은 거 같다는 말을 하셨지만 검사를 해봐야 정확히 안다고 하시길래 구토와 변 상태의 사진을 보여드리며 할 수 있는 검사를 다 해달라고 요청드렸고 수의사 선생님은 알겠다는 말씀과 함께 복실이를 안고 검사실로 들어가셨다. 20분가량이 흘렀을까? 그 사이 나와 동생은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고 지금 당장 올라오겠다는 부모님을 (곧 70대가 되시는 두 분에게 새벽 운전을 하고 포항에서 서울까지 올라오라고 말씀드리기엔 무리가 있었다.) 푹 주무시고 내일 아침 일찍 오시라고 진정시키고 다독이며 초조하게 20분가량을 보냈다. 선생님이 오셨다 링거가 잔뜩 꽂힌 실이를 내 품에 안겨 주시더니


"혈액검사 수치가........ 제가 외과라 정밀하게 확인은 못 해 드리지만...... 지금 염증 소견이 너무 많이 보인다고, 근데 이게 기존에 귀 염증에 관련된 염증 소견인지 내부적(장기)들의 염증소견인지.. 내일 아침 내과 선생님이 출근하셔야 자세한 사항을 알 것 같다"라고... 그리고는 혹시 모르니까 입원시키는 게 어떻겠냐 제안을 하셨고 우리는 복실이가 괜찮아질 수만 있다면야 뭐든 하겠다고 실이를 마지막으로 꽈악 안아주고 너 놓고 가는 거 아니라고 언니 오빠 엄마랑 아빠랑 내일 온다고 6시간 뒤에 만나자고 인사하고 왠지 모를 편치 않는 마음으로 집에 왔고 입원실 CCTV를 안내해주셨기에 나는 잠 한숨 자지 않고 노트북을 켜 CCTV 화면만 바라보았다.

다음날 아침이 되자마자 나는 동생과 함께 병원에 전화를 하였다. 내과 수의사 선생님의 출근시간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10시. 나는 시간을 확인한 후 옷을 챙겨 입고 언제든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11시경 내과 수의사 선생님이 급하게 호출을 하셨다.


"급성췌장염"


"제가... 수의사 생활 20년 넘게 했는데... 정말 죄송하게도 이 정도의 수치면 급성췌장염이 너무 심하게 왔고... 안타깝고 너무나 죄송하지만 예후가.... 좋지 않다고 오늘이 고비인데 지금 아이가 혈압이 너무 높고 복수까지 찼다고.................. 아이가 버텨줘야 하는데 지금 실이는 기력이 너무 없.. 다고............"


나는 미친년처럼 울었다. 눈물 때문에 복실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서 눈가가 부르트도록 휴지로 닦으며 실이를  안에 안아 들었다. 제발 고비를 넘겨주길 빌고  빌었다. 제발 정말 제발.. 살아주길.... 동생은 왠지 실이 힘낼 수 있을 것 같가도   있을 라고 본인도 먹이며 실이를 다독이고 있었지만 스스로를 다독이는  같았다. 좋은 말들을 실이에게 해줘야 하는데 나는.. 이상했다 느낌이 정말 너무 이상했다. 유독 가족들 중 나랑 붙어있던 시간이 길었던 탓인지 복실이의 행동이 조금만 달라도 느껴졌었다. 그렇기에 왠지... 실이가 왠지 오늘이 마지막일  같다는 느낌이 지독하게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보호자 동반 입원실에서 3차례의 고비가 왔다. 실이가 너무 아파해 나중에는 모르핀까지 놓아주셨다. 모르핀을 맞은 실이는 조금 안정돼 보였고 혈압도 돌아와 잠시 잠깐의 희망이 생기는가 싶었다. 그때 마침 부모님이 도착하셨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발자국도  움직이고 죽은  늘어져 있던 실이가 번쩍 일어나더니 아빠 , 엄마 , 동생 품에 안겨왔고 우리 가족은 눈물바다고 실이를 안아주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실이는  품으로 오더니 나를   스윽 올려다보았다.  말을 하는  같았다. 언니 사랑해 고마웠어  있어라고.............

그렇게 실이는 마지막으로 크게 한 숨을 한 번 쉬더니 눈을 감았다.


퇴근을 하지 못하시고 함께 옆을 지켜주던 내과 수의사 선생님께서 입원실 밖에서 내가 크게 소리를 내고 우는 걸 들으시곤 급하게 들어와 실이를 안아 들고뛰셨다. 심장 재새동기로 실이를 깨우고자 심폐소생술을 하고자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심제를 주입하고자.. 실이는 강심제 3차례를 주입했지만 끝내 눈을 뜨지 못했고 우리 가족은 심폐소생술을 위해 흉부가 압박되고 있는 실이에게 그만 아픔을 주고자 결정을 내렸고 그만 보내겠다고 그만해 달라 요청드렸다...........


그 시간이... 21년 8월 20일 오후 9시 38분 무려 급성췌장염을 진단받은 지 10시간이 채 안 되는 시간이었다.



-

지금 이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나는 울고 있다.

실이가 너무 보고 싶고 그립다.

동글동글 한 그 뒤통수를 한 번만 만져봤으면, 꼬순내 나는 앙증맞은 손을 한 번만 잡아봤으면..

지금도 너무나 보고 싶고 보고 싶고 보고 싶다..


나는, 실이를 기억하기 위해 글을 쓴다.

실이를 기억하고 싶어서 글을 썼다.


실아. 내 처음이자 마지막 막댕아.

그곳에선 아프지 말고 친구들 많이 만나서 즐겁고 행복하게 놀고 있으렴

언니랑 오빠랑 엄마 아빠가 실이 만나러 갈 텐데 언니랑 오빠 모습이 조금 변해있어도 알아봐 줘야 해

사랑을 알려줘서 나눠줘서 우리에게 와줘서 우리 가족 품에서 이쁘게 커줘서 고마워

꼭 다시 만나자 내 사랑하는 동생 복실아

사랑해

@bok_shil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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