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당하는 연습이 필요했다

by jenny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고 살고 싶었다. 최후의 최후까지, 선택을 미루면서 살았다. 선택했다 거절받으면 자존심이 상했고, 내 존재 전체가 부정당하는 것처럼 여겨졌다. 그냥 대학이나 회사에 떨어진 건데, 그냥 차인 건데, 그냥 멀어진 건데, 그냥 나와 맞지 않았을 뿐인데, 나는 왜 끊임없이 스스로를 자책하고 코너로 몰고 갔을까.


누가 내 의견을 별로라고 말하면, 내 존재가 부정당하는 기분이 들었다. 내 의견과 나를 분리해서 생각하는 것. 내 의견이 별로라고 말하는 게 네가 별로라는 말과 동의어는 아니라는 것. 말은 쉽지. 나는 거절이 싫었다. 그래서 포기한 꿈이 몇 개고, 친구가 몇 명인 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아무도 나한테 거절을 당해도 큰일이 안 생긴다고 얘기해 준 적이 없었다. 삶은 나한테 다른 이들에게만큼 가혹했으며, 그렇게 여유가 없는 사람은 거절을 당하는 게 실패라고 생각해 버리고 마니까. 실패는 큰일이잖아. 이렇게 주저앉으면 다시 못 일어날지도 몰라. 그래서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여행을 하면서 크고 작은 거절들을 겪었다. 오늘은 방이 없어요 에서부터 너 나가 까지. 그래도 그냥 웃으면서 받아들였다. (울기도 했다.) 거절당하는 것도 연습이 필요했었나. 거절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거절 한 번 당했다고 큰일이 나지도 않았다.


요즘은 회사에서 ‘아니요, 동의하지 않는데요’라는 말을 들어도 예전처럼 나를 공격한다고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리고 일에서의 아니요는 이 일을 하고 있는 모두를 더 생각하게 해 준다.


많이 거절하고 많이 거절당하면서도 뭔가를 시도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숨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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