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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ny Mar 04. 2023

눈길

우리 처음 만났을 때는 이제 막 쌓인 눈 길을 걷는 것 같았다.

푹신푹신하고, 예쁘고, 하얗고, 그냥 걷기만 해도 웃음이 나는, 아무도 밟지 않은 눈을 처음 밟은 그 기분만 느낄 거라고.


시간이 지난 눈길이 그렇듯 미끄러져서 넘어질뻔했고, 질척거려서 찝찝했고, 불편했다. 그 길을 걷는 내내 웃음이 사라졌다. 그러다 결국 눈이 녹아 사라진 길을 걷게 됐고, 나는 그 길도 싫지 않았다.

그 길이 삶일 테니까.


그러다가 새 눈이 오면 다시 예전 같은 느낌을 느끼기도 하고, 미끄러지면서도 웃을 수 있게 될 거라고.


너는 어땠을까. 이 길이 마냥 지쳤을까. 그냥 새 길을 걷고 싶었을까.


눈길 과의 차이점이 있다면 너를 깨끗하게 지울 일은 없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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