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은 어려워

해가 지날수록 겸손이라는 것이 얼마나 해내기 어려운 일인지 느낍니다. 가진 것이 없을 때는 참 쉬운 일이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더라고요. 많은 것을 움켜 쥔 오늘의 나는 온몸으로 어제의 나를 거부하곤 하더라고요. 그렇게 만든 오늘의 나도 그리 멋지지 않으면서 말입니다.

생각하고 느낀 모든 것은 어떠한 형태만 없을 뿐 몸 안에 차곡차곡 쌓이거든요. 우리는 자주 취향이라는 이름으로 성을 쌓고, 그 안에서 온종일 편안함을 느끼길 원해요. 누군가 성벽을 허물고 안부라도 물으면 허락도 없이 들어오냐며 화를 내고요. 그렇게 점점 겸손보다는 자아가 강한 사람으로 바뀌게 되는 것 같아요.

곧 외롭다고 느낄 겁니다. 성 안에서 노는 일도 곧 지겹게 될 거예요. 그때 우리는 정말로 변해야 하겠고요. 겸손한 마음으로 주변을 챙겨야 합니다.

먼저 전화를 해서 친구를 찾기도 해야지요. 나의 일보다 친구 일이 더 급한 날도 있어야 하고요. 하루쯤은 마음 편히  놀기도 하고요. 도움이 필요한 나지만 누군가를 돕는 날도 있어야지요. 아프다면 누군가에게 칭얼대도 보고요.

성을 허무는 계절이면 좋겠습니다.

날이 더워진 것도 모르고 홀로 있을 그대는 좀 더 겸손하면 좋겠어요. 나랑도 좀 놀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성벽을 허문다고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