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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Mar 22. 2020

삶에 아름다운 감각과 질서를 부여하자

  코로나가 오래도록 이어지니까 삶에 질서가 사라지는 것 같아요. 아침에 출근해서 일을 하고, 퇴근 후에는 친구들과 커피나 맥주를 마시며 삶을 나누고.

주말이면 햇살 좋은 곳으로 향하고, 때론 수영복을 입고 물을 잡았거든요. 요즘 같은 날씨에는 한강에서 마냥 쉬는 것도 참 좋았고요.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배경처럼 만들어졌던 삶의 모습이 결국은 삶의 질서였고, 그 질서 안에서 참 행복하고 아늑하게 지내왔던 것이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친구는 헬스장을 운영하거든요. 2m의 간격을 유지하지 못해 잠시 휴업을 한다고 했어요. 그 옆에 있는 맛집으로 유명한 식당으로 고개를 돌렸는데요. 그곳 사람들의 간격은 30cm가 될까 싶어 한숨이 나왔습니다. 질서가 없는 삶은 때론 불공평하기까지 하다는 사실. 그게 참 미웠어요.


삶이 불공평하고 밉게 느껴지는 순간, 우리는 불행하다 느끼잖아요. 그 친구도 저도 어딘가 힘이 빠진 채로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암송>이라는 책의 오디오북을 틀었어요. 사람의 명치를 누르면 나는 소리가 그 사람의 진짜 목소리라는데, 그 부분을 읽는데 문득 궁금하라고요. 내 진짜 목소리는 어떨까 싶고요, 어쩐지 지금은 참 우울하고 불행하게 느껴지는 목소리를 낼 것 같아서 두렵도 했고요.


자리에서 일어나서 손톱을 깎았습니다. 아주 정성스럽게요. 삶의 질서는 바로잡지 못하더라도, 작은 일상의 일들을 정성스럽게 하겠다고 다짐했어요. 흐트러진 책상과 옷장도 정리했고요, 봄에 맞지 않는 두꺼운 옷들도 정리했어요. 비타민도 꺼내서 보이는 곳에 두고, 화병에 보랏빛이 예쁜 꽃도 두었습니다.


참 힘든 요즘이잖아요.

그래도 명치를 눌렀을 때, 제대로 내 목소리를 내고 싶습니다. 삶에 아름다운 감각과 질서를 불어넣어서, 조금 더 힘을 내고 싶어요.


있잖아요, 그대도 어딘가에서 기운을 내고, 일상을 살뜰하게 살피기를 간절히 기도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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