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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Dec 11. 2018

울리지 않는 휴대폰은 그럭저럭 잘 지낸다는 증거에요.

오랫동안 연애에만 집중하다보니 이별 후에 주변에 남은 이들이 없었어요. 나를 찾는 사람은 아무도 없게 되더라고요. 특별한 날이 아니면 가까운 친구들도 잘 연락하지 않았어요. 이런 저런 힘든 일이 많았지만 휴대폰이 쓸모가 없게 된 것. 아, 그것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세상에 아무에게도 의미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이 받아들이기가 참 힘들었어요. 기분이 좋은 소식을 전할 사람도, 전해줄 사람도 없다는게 끝없는 고요함을 만들었고요, 그 안에서 편안하게 지내지 못하는 것이 점점 미워졌습니다.


울리지 않는 휴대폰은 말없이 살아가는 저랑 비슷해보였어요. 걘 별 말도 없이 배터리를 쓰고, 저는 시간을 보냈지요.


그렇게 시간이 지나 어느날부터 휴대폰이 쉴새없이 울렸습니다.


집안에 큰 일이 있었어요. 아픈 사람이 둘이나 되었어요. 일하는 아빠, 아픈 가족 둘, 그리고 약한 엄마와 저. 모든 가족들이 저를 찾았어요. 의미있게는 되었는데, 전보다 슬프다고 느꼈습니다. 끝없는 고요함이 그리웠어요. 아무런 일도 없는게 그저 지루한 일인줄 알았는데 그게 평온이었습니다. 한동안 휴대폰이 울리면 저도 울었어요. 메시지를 보지 않아도 울게 될 것을 알았거든요. 그렇게 힘든 시간을 버텼습니다.


요즘은 그와 헤어지고 오랫만에 휴대폰이 울리지 않아요. 그래도 전처럼 속상하지 않네요. 그가 많이 그립지만 이 평온함도 잘 받아들이게 된 것 같아요.


울리지 않는 휴대폰에 울지 말기로 해요.

지금이 평온하기 좋은 시간입니다.

마음 속 오롯하게 집중하면서 진심으로 그 사람을 그리워하면 좋겠어요. 많이 그리워하는 것도 이별의 방법이니까요. 사랑스런 메시지는 오래도록 오지 않을 수도 있겠지요, 그래도 마음 속 사랑들은 가득 채워두면서 새로운 이를 기다리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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