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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Dec 13. 2018

연말에 약속이 없으면 어때요.

우리만 할 수 있는 일들이 있습니다.

올해 목표는 둥글둥글한 사람이 되는 거였어요.

누구와 만나도 편하게 친해지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어떤 언니는 저랑도 친하고 걔랑도 친하더라고요. 솔직히 그 언니처럼 되고 싶었어요.


봄에는 그 목표를 잘 이룰려고 잘 모르는 사람들과 캠핑도 다녀왔거든요. 언니처럼 엄청 유쾌한 사람인 척 했어요. 많이 웃고, 잘 모르는 이야기에도 고개를 끄덕일 때가 많았습니다. 조금씩 둥그래지는 것 같았어요. 연락하는 사람도 많아졌고요.


그런데 가을이 되니 마음이 좀 답답하더라고요. 가을 밤바다 앞에서 많이 울었어요. 우는 아이는 달래야 하잖아요. 더이상 유쾌한 사람인 척 하지 말자고 약속했습니다. 저는 웃긴 사람이 아니에요. 웃기자고 한 말에 누군가 상처를 받았다면 진지하게 옳고 그름을 따지는 고리타분한 사람에 가깝지요. 상처 주는 것도 싫고, 받는 것도 싫은 사람이에요. 재미없는 사람입니다.


돌아오니 이별했어요.

기다리니 겨울이 왔고요, 헤어지던 밤에 술을 먹고 다음날 많이 아팠거든요. 그래서 이후로 술도 못먹고 속만 앓다가 겨울을 맞이했어요.


이젠 겨울의 중간이고, 연말이에요.

특별한 약속이 없거든요, 약속을 잡자고 연락도 많이 없고요. 그렇다고 저를 탓하기엔 많이 가여워요.

둥글지도 못했고, 사랑하는 이도 잃었고, 또 가을 바다에서 많이 울기도 했는걸요.


아, 연말에 약속이 없다고 해서 못난 사람은 아닌걸요. 우리 스스로 슬퍼지게 만들지는 말아요.


캐롤도 듣고, 갓 구운 빵도 좀 먹고, 연말에는 독한 술도 마실 거에요. 낯선 사람과 춤도 추고 어쩌면 사랑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아침에 눈을 떠서 만난 이와 결혼을 하게 될 수도 있어요. 그거야말로 운명적인 만남, 아니에요? 운명을 믿는거, 연말에는 더 괜찮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약속이 없어서 할 수 있는 일들인걸요. 우리만 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여전히 기대해요 , 연말 그리고 올해 마지막 밤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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