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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Dec 17. 2018

떠나는 방법

때로는 그냥 저지르기

여행을 수없이 다녔어요.


그때는 손에 쥔 것이 없어서 떠나기가 참 쉬웠어요.들고 갈 물건도 몇 개 없었고요, 뭘 꼭 하고 와야지 하는 욕심도 없어서 참 가벼웠습니다. 가서 뭐든 해도 되었거든요, 아무거나 먹어도 되었고요.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제게 운명처럼 느껴졌어요.

사랑이든, 우정이든.


지금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뭘 이리 많이도 담았는지 주머니가 불룩해요. 두손 가득 들어도 넘치는 짐들이 생겼고요. 전보다 사람들을 잘 못 믿으니까 그만큼 겁도 많아졌어요.

아, 살다보니 떠나기가 참 힘들어졌습니다.


우연히 스무 살에 썼던 일기장을 폈는데,

때로는 마음 먹기도 전에 그냥 저지르기

마음이 쿵 했어요.

어렸지만 더 잘 알았던 거에요.

마음을 먹고 차근차근 준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곧 주머니 불룩하게 걱정이나 고민들이 쌓일지도 몰라요. 누군가가 붙들지도 모르고요.

그럼 또 떠나지 못할겁니다.


가고 싶었잖아요,

특별히 마음에 어딘가를 정해 놓지는 않았어도요. 빛나는 조명에 이국적인 향기따라흘러 나오는 음악따라 생기를 되찾기를 바랐잖아요.

그거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떠나기에 말입니다.


가고 싶은 곳, 보고 싶은 것, 먹고 싶은 음식이 있어야 떠나는 게 아닌걸요. 떠나서 잠시나마 집착이나 기대없이 상처받지 않고 훠이훠이 걷고 싶은게 다인걸요.


그럼 저지르면 돼요.

할부는 돌아와서 일하면서 갚죠, 행복하게 갚을 수 있을거에요. 떠오르는 누군가에겐 잠시만 미안해도 돼요. 여행후에 품고 돌아올 애정으로 더 사랑하면 될테니까요.


더 추워지기 전에 티켓부터 사두고 따뜻하게 기다려요. 분명 더 행복해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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