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났어도 오래도록 머무르는 사람
두 사람은 오래도록 눈을 맞췄어요. 커피 한잔을 오래도록 마시면서요. 옆에는 커다란 배낭이 있었거든요. 그 배낭이 향하는 곳이 달랐어요. 둘의 목적지도 달랐고요.
하필이면 날씨가 너무 좋은거에요. 살랑살랑 바람도 불고요, 햇볕도 좋고요. 누군가를 웃게 만들고 싶은 날이에요. 여자도 그걸 느꼈을까요. 마음을 더 단단하게 동여매더라고요. 그리고는 일어나 짧은 인사를 남기고 서둘러 떠났어요.
그녀는 분명 떠났는데 향기가 남아있었어요.
웃을 때 입술이 가늘게 길어지던데, 팔 다리가 희고 길어서 잡아주고만 싶던데. 커피 잔을 들 때도 마음을 다해서 들던데. 그녀를 잠깐 봤지만 선명하게 기억이 났어요. 향기를 남기는 사람이더라고요.
잿떨이를 건네줬어요. 그녀의 향기를 지워내야 그가 떠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다음 목적지가 있잖아요. 남을 수 없으면 떠나야죠. 연기처럼 웃더라고요.
“여행 끝에는 바다같은 마음을 지닌 남자가 될거에요.”
“그랬으면 좋겠어요. 가는 길에 코끼리 팔찌를 하나 사야겠어요. 그녀 생각이 날 때마다 그녀의 행복을 간절하게 빌고 싶거든요. 지금 사랑하고 있나요?”
“저도 하나 사야겠어요. 누군가와 사랑하길 간절하게 빌고 싶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