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이 다가오니 다들 뭔가 해놓은 것들을 내놓더라고요. 야시장이 시작하기 전에 아저씨들이 막 물건을 꺼내놓잖아요, 이십대 후반은 그런 시기가 아닌가 싶어요.
곧 야시장은 열릴 텐데요, 꺼내 놓을 거라고는 몇편의 글과 그림, 도장이 찍힌 여권이나 녹이 슬어버린 팔찌들. 누구도 눈길을 줄 것 같지가 않은 것들 뿐인거에요. 손톱까지 미워 보이더라고요. 저는 마음이 너무 눅눅해졌어요.
장사를 처음 해보니까요. 뭘 꺼내도 자신이 없는거에요. 물건들도 전부 없어보이고요. 그런데 옆에 있는 할아버지는 별 것 아닌 물건들로도 기분이 좋아 보이시던걸요. 바랜 사진들로도 손님들을 가득 모으고 계셨고요.
그 할아버지는 연신 감사하다고 하셨어요. 나름대로 건강하게 살아낸 자신에게 고맙고, 이런 곳에서 여지껏 장사해도 싫은 소리 않는 아내에게 감사하다고요. 또 예쁜 딸들과 귀여운 강아지, 저기 보이는 집에 화분들도 모두 푸르게 잘 자라줘서 고맙다고요.
아, 그런 감사하는 마음이면 누구도 돌아본다는 겁니다. 무슨 물건이기에 이리도 좋은 마음인가 싶어서 기웃거리게 된데요. 제가 가진 것들을 힐끗 보시더니 충분히 감사할 것들이 많을 것 같다고 하셨어요.
하마터면 제가 보낸 시간들을 실망시킬 뻔 했습니다. 헛되지 않았었거든요. 많이 성장했고 마음이 더 예뻐진 것도 분명하고요. 제가 보낸 시간과 만난 모든 이에게 감사해요.
눅눅한 마음도 한낱 마음이 만든 일이에요. 진짜 제가 원하는 일은 아닌거죠. 마음의 버튼으로 전부 툭 꺼버리고요, 감사하려고요. 지금 제 앞에 햇살이 되게 좋은데요, 이런 따스함을 주는 신께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