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시작이라는 지점에서
매듭을 짓고 줄을 늘려요.
그 줄에 추억들을 주렁주렁 걸면서 끝이라는 지점까지 가는 겁니다. 그리고 매듭을 다시 지어내는 거에요. 모든 일에는 이렇게 시작과 끝이 있어야 해요. 수많은 추억들을 만들어 가려면 말입니다.
처음부터 시작과 끝을 매듭지어 두고, 추억을 거는 것도 좋습니다. 어떤 관계든 결국 끝이 나게 되어있으니까요. 이별이든, 사별이든요.
중요한 것은 이 매듭을 짓는 일이에요. 누군가의 노력이 있어야 되는 일이거든요, 그것을 가볍게 여기면 안됩니다. 가벼운 마음으로는 단단하게 묶이지 않으니까요. 조금만 추억이 걸리면 떨어질 매듭을 만들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시작과 끝에 용기를 낸 자신에게 혹은 상대에게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 같아요.
끝에 매듭을 짓지 못한 적이 있었어요. 다 좋았는데 마지막에 누구하나 용기를 내지 못했고요, 좋았던 추억들을 뒤로하고 반대 방향으로 걸음을 내딛었어요. 그 끝에서 추억들이 하나씩 흘러 내렸겠죠. 매듭을 잘 지어서 오래도록 간직했어야 했는데요, 둘은 그러지 못했어요. 그게 참 마음이 아팠습니다.
어떤 일은 하다 중간에 애매하게 해두고는 도망쳤거든요. 볼때마다 마음이 불편하더라고요. 그렇게도 좋아하는 일이었는데, 그 마음까지 바래지게 되었어요.
시작과 끝이 이렇게나 중요하더라고요.
작은 일이라도 그 시작과 끝이 있어야 하는 거더라고요. 그게 없으면 아무것도 아닌게 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