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니의 지금라이프 Aug 29. 2024

1화) 모든 이야기의 시작, 남편의 변화

결혼한 지 6년이 흘렀다. 우리는 결혼 초부터 서로의 역할을 나누며 집안을 꾸려갔다. 남편은 늘 자상하고 책임감 있는 사람이었지만, 딱 한 가지, 그는 죽어도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지 않았다.

결혼 초기에는 이 문제로 갈등이 있기도 했지만, 나도 완벽한 사람은 아니고 부족한 점이 분명히 있으니

앞으로 음식물 쓰레기는 나 혼자 버리기로 하자고 다짐하는 척 속으로는 체념을 했다.


역시나, 계속 혼자 하다보니 참는 마음이 점점 쌓여갔다. 그러나 그런 채로 그냥 살아가고 있었다.




남편은 자신이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지 못하는 이유를 '비위가 약해서', '쓰레기 냄새를 견디지 못해서' 라고 했다. 그래서 어쩌다 한번씩 내가 시켜서 하게 될 때에는 비닐 장갑과 마스크까지, 만반의 준비를 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갔다.

처음에는 기가 차서 헛웃음이 나올 정도였지만 나중에는 '그래 그럴 수 있지'라는 마음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려고 통을 들고 나가려는데 남편이 나를 붙잡았다. 


"여보, 이제 음식물 쓰레기는 버리는 건 내 일이야. 내가 할게." 


난 정말 이해가 안되서 물었다.


"응? 그게 무슨 말이야?"


남편은 평소와는 다르게 조금 흥분된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내가 그동안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지 못했던 이유가 단순히 비위가 약해서가 아니었어. 내 생각이 그렇게 만든 거였더라고."


뭔가 깨달음을 얻은 표정과 확신에 찬 눈빛이었다. 


난 어안이 벙벙해서 그저 남편을 쳐다보고 있었다.


남편은 최근에 어떤 수업을 듣기 시작했는데, 그 수업이 어떤 내용이었는지 구체적으로 말해주지는 않았지만,

그 수업을 듣고 나서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게 되었다고 한다.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지 못했던 이유가 몸의 반응 때문이 아니라, 마음속에서 만들어진 어떤 한정된 생각 때문이었다고.


"내가 그동안 스스로를 제한하고 있었던 거야. 비위가 약하다고 생각하면서, 견딜 수 없다고 믿은거야. 내 마음이 그렇게 만든거지."


남편의 말은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그와는 다른 사람처럼 들렸다.


나는 이 사람이 갑자기 무슨 개똥같은 소리를 하나 싶었지만, 어쨌든 안하던 일을 한다니 나에게는 남편의 변화가 아주 기특하고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큰 기대는 없었다. 다짐이 얼마나 가랴. 초반에 좀 하다 말겠지 했다. 


하지만 그날 이후로 남편은 정말로 달라졌다.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일이 자연스럽게 그의 일상이 되었고, 버리러 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볼 때마다 갑자기 사람이 바뀌었다는 게 그저 신기하기만 했다.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것은 일상에서 아주 사소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까짓 음쓰 버리는 게 뭐 그렇게 어렵냐?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6년 동안 안되던 게 가능해졌으니, 나에겐 꽤 큰 사건이다.


그날의 수업이 남편에게 준 변화는 단순히 행동의 변화가 아니었다.마음가짐과 삶을 바라보는 시각까지 바꿔놓은, 내면의 깊은 깨달음이었다. 그리고 그 깨달음이 우리 부부의 일상에 작은 기적을 불러일으켰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