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시작에 앞서
* 트라우마라고 불리는 아픈 기억이나 경험은 그렇게 바라보게 하는 고정된 시각에서 벗어날 때 진정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는데, 이는 무의식 차원에서 다룰 때 가능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그런 기회를 갖지 못하거나, 무의식에 대한 관심이 낮아 그것을 기회로 알아보지 못한다.
따라서 우리 모두는 저마다 아프고 괴로운 경험이 있지만, 대부분은 진정으로 해방되지 못하고 그저 묻어두며 곪은 상처와 함께 살아간다.
트라우마는 대부분 어린시절 경험한 부모님과의 관계에서 형성된다. 내가 타인과의 관계나, 나와의 관계에서 어떤 고질적인 문제 또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갖고 있다면 어렸을 적 부모님(아니면 형제 자매, 친인척)과 관련되었을 확률이 매우 높다.
그 지점을 무의식을 통해 타고 들어감으로써 우리는 트라우마에서 완전히 회복될 수 있다.
2화는 이 이야기를 다룬다.
남편의 변화는 단순히 집안일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와 할아버지에 대한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왔는데, 아버지와 할아버지는 엄격하고 때로는 가혹한 분들이었다.
그들의 말과 행동은 어린아이였던 남편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고, 그 상처는 평생 남편을 따라다녔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 상처는 겉으로는 무뎌지고 덧살이 붙어 더 이상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그 상처는 여전히 그의 내면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한동안 큰 문제 없이 지내고 있었지만, 작년에 그 상처가 터지고 말았다.
그동안 쌓여왔던 아버지에 대한 모든 감정이 폭발했고, 남편은 아버지에게 모든 원망을 쏟아냈다. 아버지와의 관계는 그날 이후로 완전히 끊어졌고, 결국 1년 동안 서로 연락도 하지 않게 되었다. 심지어는 부자지간의 인연을 끊자는 말까지 나왔다.
남편은 수업에서 이 주제를 다뤘다. 정확히 어떤 내용이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분명히 남편에게는 큰 변화가 일어난 듯 했다.
수업이 끝나고 방에서 나온 남편은 나에게 말했다.
"내일 아빠를 보러 갈거야."
남편의 말 속에서 어떤 확고한 결심을 느꼈다.
다음 날 퇴근 후 남편은 아버지를 보러 갔다.
그날 저녁, 집에 돌아왔을 때 남편의 얼굴에는 평온함이 묻어있었다. 나는 아버님과의 시간이 어땠는지 물었다.
남편은 웃으며 말했다.
"내가 그동안 아빠를 계속 미워하고 탓해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면서 나만의 드라마에 빠져 살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어. 이제는 아빠가 밉지 않아. 사랑만 남아있어."
나는 그 말을 듣고 할 말을 잃었다.
어떻게 그토록 깊이 뿌리 박힌 증오가 하루 아침에 사라질 수 있을까? 남편의 내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했다. 남편의 마음속에 깊이 박혀있던 상처와 증오가 단번에 사라졌다는 것.
남편이 아버님과의 관계를 회복하면서 깊숙이 있던 어둠이 거두어지고, 그 자리에 빛이 들어온 듯했다.
그의 일상에서의 표정과 말과 행동에서 실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빛의 원천이 된 그 수업에 대해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