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시작에 앞서
사람들은 변화가 서서히, 천천히 일어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대부분의 경우 그렇다. 예를 들어 시험 성적을 올리거나,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고,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물리적 법칙을 초월하여 단번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이 바로 깨달음이다.
깨달음은 내면 전체에 진동을 일으켜 주파수의 상태를 바꿀 정도로 강렬한 충격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평생 해오던 것을 그만두려고 할 때, 일반적으로는 의지와 노력이 필요한 과정이 된다.
이는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깨달음이 일어나면 의지와 노력을 초월하여, 내면의 상태 자체가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것으로 바뀐다. 이는 무의식에 깊이 자리 잡은 신념이나 감정이 의식화되는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변화는 시간이 필요한 경우가 많지만, 무의식이 의식으로 드러나는 강렬한 깨달음이 작용하면
일반적인 법칙을 넘어 단번에 일어날 수 있다.
남편의 변화는 전방위적으로 일어났다.
작게는 집안일을 기피하던 습관을 고쳤고, 크게는 아버지와의 관계를 회복했다.
남편은 계속해서 자신의 삶의 주제를 수업에서 다뤘고, 이번에는 게임에 대해 다룬듯 했다.
사실 결혼 전에는 알지 못했다. 남편이 이렇게 자주 게임을 하는 사람인지.
평일도, 주말에도 시간이 나는대로 했다.
하지만 본인도 이런식으로 게임에 빠져있는 상태를 좋아하지 않았다.
일부러 다른 스터디나 모임을 만들어 다른 일에 집중하는 시간을 의도적으로 만들어봤지만, 그 때 뿐이었다.
알다시피, 무언가에 빠지게 되면 생존의 위협과 같은 강력한 충격이 가해지지 않는 이상 헤어나오기 힘들다.
그러던 남편이 롤을 끊었다. (예상하다시피 남편이 못 끊음 게임은 11년동안 하던 롤이다)
남편의 변화를 옆에서 보면서 목격한 놀라운 점 중 하나가, 변화가 즉각적으로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수업에서 게임을 다룬 그 주부터 남편은 게임을 더 이상 하지 않았다.
"이유를 명확히 알고 나니까, 더 이상 게임을 할 필요를 못 느끼겠더라고. 내가 그동안 게임을 즐기고 있다고 착각했어. 근데 그게 아니었더라고. 수업 내용이라 자세히는 얘기해주지 못하지만, 이제는 게임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별로 안 들어. 내 몸이 더이상 게임을 원하지 않는 상태로 바뀐 것 같아."
그 이후로 남편은 정말로 게임을 하지 않았다.
남편의 무의식에서 게임을 할 이유를 계속 붙들고 있었는데, 그 무의식이 수면위로 드러나자 더이상 그 이유를 붙들 필요가 없어지게 된 것이다.
남편의 변화를 눈 앞에서 지켜보면서, 좋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혼란스럽기도 했다.
인간은 변화는 서서히 일어나야 자연스러운 거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변화가 이렇게 하루 이틀 사이에 일어나니, 이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갈피를 못 잡았다.
인생에서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일들이 눈 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걸 목격하면서,
내 머릿속은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 위해 온통 뒤죽박죽이 되었다.
'인간은 변하지 않는다'
'설사 변한다 하더라도, 살아온 시간의 절반이 필요하다'
내가 믿었던 상식이 통으로 흔들리면서, 나는 새로운 현실을 마주했다.
'사람은 변할 수 있다'
'깨닫는 순간 다른 상태가 되기에, 변하는데 시간은 걸리지 않는다'
물론 제일 큰 충격과 변화를 겪고 있는 건 당사자인 남편일 것이다.
그리고 이 놀라운 변화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남편의 내면을 진정으로 변화시키는 강력한 무언가가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