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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의 지금라이프 Sep 01. 2024

4화) 미지의 문을 열다

남편이 수업을 통해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지, 정작 그 수업의 내용이 무엇인지는 전혀 알 수 없었다. 남편은 늘 작은 방에서 문을 닫고 수업을 들었고, 나는 그저 웅얼웅얼 어렴풋이 들리는 목소리를 통해 그가 무언가 열심히 하고 있다는 사실만 알았다.


수업이 궁금하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일부러 물어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처음으로 수업에 대해 말을 꺼냈다.

우리는 침대에 나란히 앉아 얘기했다.


남편은 자신이 이 수업을 듣고 가장 먼저 생각난 사람이 나였다고 했다. 본인이 겪은 변화를 나도 함께 경험해서 이 기쁨을 함께 알았으면 좋겠다고 진심을 담아 말했다.


그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솔직하게 말했다.


"나는 지금 딱히 바꾸고 싶은 게 없는데?"


그러자 남편은 자기 발 밑을 응시하며 3초 정도 침묵하다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되물었다.


"여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뭐야? 바라는 삶은 어떤 모습이야?"


그 질문에 나는 다시 한번 생각에 잠겼다.


나는 책을 통해 통찰력과 지평을 넓히는 데서 큰 행복을 느껴왔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다. 책을 읽어도 그 때 뿐이고, 내 일상은 변함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게 나를 답답하게 만들었다.


진짜 무언가를 이루어내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나는 평생 깨달음만 얻고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며 살아가야 하는 걸까. 어떤 경지에 이르는 사람들은 따로 있는 걸까?

나는 지식을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머리로 이해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그 이상의 지혜를 쌓고 싶었다.


그런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자 남편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거면 됐어."


그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남편은 나를 위해 수업을 소개하는 자리를 만들어주겠다고 했다. 그는 진심으로, 그리고 열정적으로 그 수업의 효과를 나에게 전하고 싶어했다.


수업 사이트에 들어가 어떤 프로그램인지 대략적으로 살펴보았다. 솔직히 커리큘럼은 그렇게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지는 않았다.

그러나 몇몇 키워드가 마치 살아서 나를 향해 손을 흔들며 내 주의를 끌었다. 그 단어들은 마치 오래된 기억의 조각들을 끄집어내듯, 안에서 잠자고 있던 어떤 갈망을 자극했다.


호기심이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수업 소개 자리에 참여하기로 마음먹었다.


수업이 어떤 형태로 진행될지,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남편이 겪은 변화를 나도 경험할 수 있을지, 그 수업이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기대감과 궁금증이 뒤엉켜 내 마음을 흔들었다.


나는 미지의 문 앞에 서 있었다. 그 문을 열고 첫 걸음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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