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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의 지금라이프 Sep 13. 2024

10화) 무의식의 의식화

그게 대체 뭔가요?

무의식 수업을 들은지 6개월, 어느새 나는 무의식 설파자가 되었다.


'여러분, 무의식을 알아야 합니다! 모든 비밀은 무의식에 있어요!'

(물론 비밀을 찾는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바로 해결되지 않는다. 삶에 적용하는 실천이 있어야한다)


무의식은 단순히 심리적인 영역이 아니라 우리의 사고, 감정, 행동 패턴의 상당수를 결정하여 삶의 방향을 좌우하는 중요한 힘이다. 이끌려가는 삶이 아닌, 주도적인 삶을 살고 싶다면 무의식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무의식의 형성

어렸을 때부터 우리는 부모님, 주변 환경, 그리고 경험에서 많은 것을 흡수하며 자란다. 부모님의 말과 행동, 그들의 일상 패턴, 주변 인간관계까지 모두 무의식 속에 깊이 새겨진다. 예를 들어, 부모님이 경제적으로 불안정했다면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돈에 대한 두려움을 품고, 안정적인 직장을 최우선으로 여길 수 있다.

'돈은 벌기 어렵다. 돈은 우리를 괴롭히는 존재다. 고생을 해야 돈을 벌 수 있다.' 이런 신념이 형성되면, 우리는 그 신념에 따라 안정만을 추구하며 살아간다.

반면, 부모님이 풍족하게 살고 도전을 강조했다면, 우리는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아도' 자유롭고 독립적인 삶을 살아갈 가능성이 크다.

이 무의식적 정보들은 단순한 기억이 아니라, 우리가 사귀는 친구, 대학 진학, 직업 선택, 그리고 어떤 연인을 만날지까지, 우리의 인생을 이끄는 숨겨진 힘이 된다.


그렇다고 해서 영원히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이러한 신념을 의식화한다면, 우리는 그 신념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그리고 그 신념이 내 인생에 도움이 되는지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 가정에서 경제적 불안정함을 경험한 사람의 무의식 속에 '안정이 최우선'이라는 신념이 자리 잡았다고 가정해보자. 이 신념이 의식화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본인이 왜 무조건적으로 안정적인 직장, 안정된 삶을 추구하는지 모른 채, 그저 원래부터 스스로가 원했던 목표라고 믿으며 계속해서 안정을 위한 선택만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만약 이 '안정에 집착하는 무의식적 신념'이 부모님의 삶에서 비롯되었음을 인식하게 된다면, 그제서야 그 사람은 본인의 선택을 다시 바라볼 수 있다. '안정'을 선택하는 일이 본인의 진정한 욕구인지, 이 신념을 계속해서 밀고 나가는게 본인에게 도움이 되는지 재고해볼 수 있다.


혹자는 '어린 시절에 형성된 신념도 내 신념 아닌가? 굳이 바꿔야 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그 신념이 본인에게 긍정적이고 도움이 된다면 그대로 살면 된다.

하지만 그 신념이 나의 삶을 제한하고 더 나아가지 못하게 하는 요소라면, 그 신념을 의식화하고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 사실 대부분은 그 신념이 내게 도움이 되는지 안 되는지 생각해볼 기회조차 없다



무의식의 의식화를 삶에 적용한 사례

무의식적 신념을 넘어서 실제 행동 패턴까지 파악하게 되면 우리의 삶을 보다 주체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된다. 나의 사례를 통해 설명해보겠다.


수업을 통해 알게된, 나의 무의식적 신념이 만들어낸 행동 패턴 중 하나는 '해결하지 못할 것 같다고 느끼는 순간 먼저 포기해버리는' 행동이었다.

*무의식이 의식화되는 순간 관점의 변화는 자동으로 일어나지만, 그 관점을 삶에 적용시키기 위해서는 행동 패턴을 교정하려는 실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아래는 내가 무의식적 행동 패턴을 인지한 후 삶에서 어떻게 적용하고 내 행동을 교정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나는 내가 사는 레지던스에서 가방을 잃어버린 적이 있었다. 하루가 지나서야 가방이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알았고 그제서야 부랴부랴 1층 시큐리티에 찾아가봤지만 분실물로 접수된 건 없었고, 잃어버린 장소에도 찾아가봤지만 가방은 없었다. 시큐리티는 건물 전체를 돌아보며 찾아보겠다고 했지만 찾을지는 보장할 수 없다고 했다. 나는 곧바로 가방을 찾으려는 의욕을 잃고 침대에 뻗어버렸다. '하루가 지났고, 이미 없어졌는데 어떻게 찾겠어.'

이 때, 나의 포기하려는 패턴이 다시 작동하고 있다는 걸 인지했다. '뭔가 안 될 것 같으니까 아예 노력를 안하고 포기하려고 하네.' 이를 알아차리자 나는 바로 침대에서 일어나 가방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다 동원해서 찾아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나의 행동 패턴을 바꾼것이다. 시큐리티를 다시 찾아가 가방을 꼭 찾고 싶다는 의사를 분명하게 밝히고, 레지던스를 관리하는 또 다른 오피스에 찾아가서도 분실 신고를 했다.

결과적으로 나는 가방을 찾았다. 물론 현금만 쏙 사라졌지만, 내가 아끼던 가방과 그 안에 있던 소지품들은 그대로 되찾을 수 있었다.


이전에는 스트레스를 받거나 내가 통제할 수 없을 것 같은 상황에서 늘 회피하고 포기하던 나였다. 하지만 이런 나의 행동 패턴을 늘 인지하고, 삶에서 발견하고, 그 패턴을 교정함으로써 원래 일어났어야 할(가방을 찾는 노력을 그만둠으로써 가방을 찾지 못하는 결과)일에서 변화를 만들어냈다.

가방을 못 찾았다면 '어차피 해결할 수 없었던 문제'라고 스스로 생각했을 것이고 그 부정적신념은 강화되었을 것이다. (이게 대부분의 사람들이 겪는 반복 패턴이다. '부정적 신념 -> 신념대로 행동하고 그게 현실에서 나타남 -> 부정적 신념의 강화')


행동 패턴을 교정하는 과정은 이렇게 사소하고 작은 변화로 시작된다. 이러한 작은 결정과 선택들이 쌓여 내 인생 전반을 변화시킨다.



마무리

무의식은 우리의 삶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그 힘이 우리의 삶을 통제하게 두지 않고, 의식적으로 신념과 행동 패턴을 관리할 수 있다면, 우리는 보다 자유롭고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다.


삶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이해하고, 더 나아가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의식적 신념과 패턴을 의식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나의 경우 그 과정은 매우 흥미롭고 즐거운 여정이었다. 무의식을 의식화하는 일은 우리가 스스로의 삶을 관리하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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