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의 하루의 루틴은 아주~~~ 심플하다.
몇 가지 결여된 구성요소가 있긴 하지만..
(기동력, 타의적인 공간의 제약 등)
언젠가 아무도 모르게 깊은 산중이나
바닷가 마을에서 한 달만 살다오리라..
했던 걸 의도치 않게
도시 한복판에서 갑자기 하게 되었다.
새벽운동..
명상. 아침독서.. 기록.
지난 시간 늘 해왔던걸
멈추었던 시간들을 접고
이곳에 와서 루틴을 다시 시작했다.
나의 동굴을 이곳으로 정한 가장 큰 이유는
조용하고 근처에 공원과 미술관이 있다는 것.
낮에 보는 풍경과 새벽에 보는 풍경이
너무도 다르고
저녁불빛이 너무 예쁘다는 것.
동네가 깨끗하고 잔잔하다는 것.
나를 아는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참. 너답다."라고 했다.
"못 말려..ㅎㅎ"
나답다는 게 뭘까?
그게 참 중요했는데..
혼자 있다 보니 말을 하는 시간도
줄고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자꾸 생각에 대한 정리를 하게 된다.
미각도 후각도 청각도 시각도
무척 간결하고 섬세해진다.
그동안은 나는
남의 말을 잘 들으려고
무척!! 잘 들으려고 했다.
상대방의 태도에 대한 나의 반응은
나라는 사람의 색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서비스업에 종사했기에 더 필요한 요소이기도 했다.
말을 하기 전 온몸에 체화된 나만의 향기처럼 습관화된 태도를 보이고
경청하는 자세.
나를 낮추고 내가 돋보이기보다는
상대를 높이는..
그래서 때론 의도적으로 내 말을
감추게 된다.
그런데 혼자 있다 보니
그게 자유로워졌다.
오히려 마치 자문자답하듯
스스로에게 말하다 보니
그동안 내 맘에 눌러있던
진짜 나다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고
나의 말을 찾고 싶어 졌다.
행성보다는 위성처럼
칼날보다는 칼자루처럼 살았던 내가
이젠 역행을 해보고 싶어 진다.
나 다움의 말도
나 다움의 생각도 의도적으로 한계 지어졌던걸 깨뜨리고자 한다.
상대방의 삶을 민감하게 들여다보고
맞추고 했던 거 말고
나를 애정 가득 한눈으로 들여다보고 싶다.
어쩌면 '나'라는 배는 그동안
정박해 있기만 하고
본질적 역할을 못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핸들을 잡아줄 사람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자율주행하는 거다. 이젠..
바다 한가운데 파도와 풍랑이 있을지라도
헤치고 전진하는 배는 결국 나아가겠지.
요 며칠 무척 많이 아팠다.
하지만 이 작은 동굴에 새로운 식물 반려친구를 데려오니 금방 화사해지고
마음이 한결 따뜻해진다.
가장 가까이 나와 동고동락하고
같이 숨 쉬고
때론 이야기도 하고
그러면서 이들도 나도 조금씩 자라겠지.
때가 되면
잎이 지고 다시 피고
목이 마르면 내가 물을 주고
사랑을 주고 하듯이..
이 친구들은 나에게
푸릇한 안정감을 줄 거다.
진정한 반려생활..ㅎ
진짜 찾으려고 할 때 알지 못했던
의도치 않은 깨달음은
내가 또 한 걸음 나아가는
나다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