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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은 지금 바로 나

by madame jenny

"풋~!!!!!

이게 뭐야???"

오랜만에 신선한 야채겉절이에 막 한 따뜻한 밤이 몽땅 들어간 오얏돌솥밥이 먹고 싶었다.

조금 먼 거리인데도 우리 언니는 또 슝~~


그런데 김이 모락모락.. 고소한 참기름과 눅진한 젓갈향이 배인 겉절이에 야무지게

비빈 한 숟갈을 들어 올려 돌진 한 곳은 정조준된 입이 아니라 그 근처 볼 어딘가였다..

같이 온 언니의 웃음소리다

"ㅋㅋㅋㅋ뭐야~~ 안 보여???

어디다 넣는 거야??"

내 손을 잡아끌어 숟가락을 내 입 안으로

안전하게?? 안착?? 시켜주었다.

"하.. 눈하나의 역할이 이리 클 줄은.."

위치감을 잡은 후 천천히 맛있게 싹~~ 웠다!!

어느 날

갑자기 떨어진 시력과 비문증에 방문한 안과검진결과는

망막이상과 백내장..

몇 주전 예약하고 오늘 수술을 했는데

막상 수술 중 오는 긴장감..

그리고 눈을 매만지는 의사 선생님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겁 많은 나의 온몸은 사력을 다해 긴장을 안 하려고 보니 더 힘들었다.

무척 친절하게 과정을 설명해 주시고

꼼꼼하게 시술해 주심이 느껴짐에도 불구하고 간간히 느껴지는 통증과 아스레한 불빛이 온오프 되는 순간이 너무나 긴 시간이었다.

게다가 연장된 수술시간..

막상 열어보니 생각보다 상태가 많이

안 좋았었고 안 쪽 망막이 박리된 상태가

CT에서는 안 보였는데.. 수술 중 발견돼서

6개월 이상 방치되었을 때는 실명까지 갈 수 있었다는 "정말 운이 좋으시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

"우리 손녀는 너를 지켜주는 수호신이 있어서 항상 좋은 일이 있을 거야.. 할머니도 늘 네 옆에 있을게. 걱정하지 마소~~"하고 내 손 꼭 잡아주시던 할머니 생각이 났다..


3년 전 한 번도 하지 않았던 대장내시경도

그때 왠지 갑자기 해야 할 것 같아서 검사했을 때도 떼어낸 3개 용종중 하나가 양성으로 갈 수 있는 거였다.

"적절한 시기에 와서 제거됐다

조상이 도왔다??"라고 웃으시며 의사 선생님이 그러셨다.


긴장 후 맥이 풀리고 허기짐에 정신없이 먹고 차 안에서 한껏 봄볕이 따가운 차 안의 열기에 나른해졌다..


그리고

"그래.. 난 참 운이 좋은 행복한 사람이야..

이렇게 보호자처럼 츤데레로 깊은 관심과 사랑을 주는 가족 같은 보호자언니도 있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늘 나를 보호해 주는

분들?? 도 계시고.. "

얼마나 충만한 인생인가???

뭐 과학적으로 설명할 순 없지만

살다 보면 그저 느낌만으로 안도가 되는 순간들이 있다..

때론 논리적 경험과 이성이 아닌

무의식적인 분별감으로 편안함을 느낄 때가 있지 않은가?? 특히 사람과의 만남에서 말이다.

누군가 왠지 가면을 쓰고

의도적인 모습으로 내 앞에 서있는 걸 알아차릴 수 있어도

알고도 모른 척.. 하고 싶을 때가 있지 않은가.

정확히 말하자면 깊게 연관되고 싶지 않은 거고 더 솔직히 말하자면 소통이 안 될 것임을 알읆으써 미리 거리를 두는 거다

그 사람들은 본인이 보고자 하는 것만 보기 때문에 나의 진심의 의도는 안 보려는 것을 알기에.

그래서 마치 하나의 눈으로

보이는 사물이 두 개의 정확한 눈으로 밸런스를 맞춰보는 것과는 다르듯이

때론 의도적인 짝눈처럼 어스레하게

보고 넘어가는 것이 현명한 거다.


살아갈수록 지혜로워진다는 건

내 마음속의 나와 친해지는 것 아닐까??

그리고 의도치 않아도 통하는 관계의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게다가 날 지켜준다니..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수호신처럼.

내가 주는 마음을 진심으로 받아주고

상대가 나에게 주는 마음을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받으려면

가장 중요한 건 서로의 솔직함이다.


그래야 편하고 오래갈 수 있다.

내가 준다고 해도

하나의 눈으로만 보이면 정조준이 안되는 것처럼..

그건 나 자신과의 대화도 내가 지켜주고 싶은 사람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아픔도 때론 솔직하게 의도적으로 꺼내서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자가치유든 누군가 나에게 밴드를 붙여주든

맞닥뜨리고 정확히 봐야

편안해지더라..


며칠 동안 욱신거리고

지금은 전혀 안 보이는 한 쪽눈이

몇 개월 어쩌면 몇 년의 시간이 지나야

나머지 하나의 눈과 맞춰지듯이

정확하고 솔직하게 도려내고 수술하고

인정하고 치료하는 거다.

그래야 편안해지고

따뜻해지더라..


그걸 아는 데까지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아마 운이 안 좋았다면 평생 모르고 살았을 수도..


하지만 나에겐 늘 나를 따뜻하게 보고 있는

보이기도 하고 때론 안 보이는 감사한 관계의 존재들이 나를 더 따뜻하고 가치 있는 삶을 살아서 더 갚으며 살라는 소명으로 선물을 주는 것 같다.


오늘도 하나의 레슨

결론은 바로 지금 나다


그리고 늘 내 옆에 변함없이 한결같이

내 옆에 있는 사람

그리고 나는 그렇게 변함없이

누구 옆에 있는지..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면

나를 아는 것이 아닌가?

내가 늘 변함없이 바라보아야 할 방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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