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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 May 24. 2016

미국 친구에게 카야킹을 배우다

뉴질랜드 혼자 여행 7일째, 먼저 다가간다는 것  

로토루아에서 혼자 Hop off한 뒤 3일을 보내고 다시 Stray bus 타임테이블에 맞춰 예약해놓은 대로 Lake Aniwhenua로 이동하는 날이다. 

 
Stray bus가 오후 1시에 Crash palace hostel로 날 픽업 하기로 되어있는 일정.


로토루아에서의 마지막날은 아주 푹 잤다.

인도여자애가 코를 골아도, 밖에서 누군가가 소리를 질러도 잘 잘수 있었던건 내가 예민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3M 귀마개 덕분이었다. 

여행 중 호스텔이나 비행기에서 3M 귀마개는 소음차단에 아주 유용하다. 

물론 자고 일어나면 귀마개 한쪽은 꼭 바닥에 떨어져 있거나 없어져서 찾기 힘들기도 했지만.


짐을 맡겨놓고 로토루아에서 유명하다는 아이스크림도 먹고 돌아다니다가 Stray bus에 타기 위해 호스텔에 돌아와서 로비에서 기다렸다. 

혼자 여행을 하다가 많이 외롭기도 하고 불안한 마음이 가시질 않았는데 로토루아에서는 참 좋았다. 

다시 Hop on하게 될 스트레이 버스에서는 어떤 친구들을 만날지 설렘반 두려움 반이었다. 


아주 작고 뚱뚱한 한 남자가 스트레이 버스 타는 사람이 누구냐고 소리치고 있다. 

그렇게 Stray bus에 두번째로 Hop on을 했다. 주황색 대형버스가 아닌 아주 작고 낡은 버스에 짐들이 이상하게 쌓여있어서 어딜 앉아야 할지 헤맸다. 

알고보니 방금 주황색 스트레이 대형버스에 문제가 생겨서 잠시 버스를 바꿨다고 한다.

버스에 먼저 타 기다리다보니 호비튼 투어를 하고 돌아오는 여행객들이 한명씩 버스에 타기 시작했다. 


첫번째 버스보다 사람은 많았는데 커플로 온 남자 세명 빼고 모두 여자였다. 

오랜만에 여고 수학여행을 가는 기분이었다. 

어쨌든 버스에 한명씩 타기 시작하길래 모두한테 인사를 했다.

이번 버스는 다들 이미 여행을 시작한지 오래됐고 친구들끼리 온 여행객들이 대부분이라 첫번째 버스와는 달리 나한테 아니 남한테 별 관심이 없는 눈치였다. 


옆에 앉은 독일 여자애가 먼저 어디서 왔냐고 말을 걸어줘서 대화를 하며 이동했다. 

웰링턴에서 3주 어학연수를 하고 여행중이고 남섬까지 돌 계획이라고 했다. 

중간에 몇군데를 들러 관광을 한 뒤 Lake Aniwhenua라는 곳에 도착했다. 

마오리 족이 운영하는 곳인데 호수 앞이라 아주 아름다웠다.

에너지가 넘치는 주인 아주머니한테 설명을 듣고 저녁으로 '항이'를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고 먹기 전에 숙소에 짐을 풀기 시작했다. 

먼저 다들 친구들끼리 왔거나 커플들이라서 내가 갈 방이 마땅치 않았지만, 한 방에 자리가 많이 남았길래 들어가서 짐을 풀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한 터키계 스위스 여자애가 들어와서 인사를 나눴다. 

스위스에서 태어나서 살고 있고 호주에서 단기 어학연수를 하고 아시아, 호주를 여행하다가 뉴질랜드로 왔다고 했다. 금융업계 쪽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야근도 많고 너무 힘들어서 회사를 그만두고 10개월째 여행중이라고 했다. 여행이 너무 좋고 다시 돌아가서 일을 하기가 싫다고 했다. 내 상황과 비슷해서 '일'과 '여행' 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 굉장히 재밌었다. 뭔가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이었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편안하고 좋은 에너지를 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숙소에 액티비티가 여러가지 있었는데 나만 팔찌만들기, 카약타기, 밤낚시(장어잡기)까지 3개나 신청했다. 나중에 여행 막바지에 영수증을 정리하다 보니 이곳에서 뭔가 5불인가 더 결제가 됐었다. 이 점때문에 두번 째 버스 Driver인 Weeman한테 도움을 요청하고 질문을 해도 알아서 해결하라는 대답만 돌아와서 실망스러웠다.

액티비티를 신청했던 Sheet나 액티비티 가격이 나와있는 책을 다시 보겠다는데도 어딨는지 기억이 안난다고만 해서 정말 답답했다.

그런데 나만 느낀게 아니라 호주커플도 버스 드라이버한테 계속 불만이 쌓여서 컴플레인을 여러번 걸었다고 한다. 결제문제도 있어서 직접 이메일도 보내고 여러모로 귀찮은 일이 많았다고 위멘에게 쌓인 불만을 털어놨다. 호주커플 말고도 스위스 친구도 위멘한테 불만이 많았고 위멘은 우리를 돕고 뭔가 여행을 책임진다기 보다는 그저 운전만 하고 밤에 자기랑 뜻이 맞는 사람들과 술마시기 바쁘다고 했다.

첫번째 버스 Driver들은 아주 적극적이고 여행자들을 더 즐겁게 해주거나 많이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질문을 많이 해도 항상 친절하게 도와주며 언제든지 도움이 필요하면 와서 말하라고 했었는데 '위멘'은 달랐다.


짐을 풀고 밖으로 나갔더니 커플이나 친구들끼리 앉아서 대화중이었다.

한 영국 커플과 스위스 남자애가 앉아있길래 먼저 가서 말을 걸었다.

같이 맥주를 마시며 얘기를 하다가 '항이'만들기를 보고 팔찌만들기를 했다. 

할머니랑 아주머니한테 여기 가족들이 이렇게 호수앞에서 살면서 공놀이도 하고 음식을 만들며 너무 행복해보인다고 부럽다고 했더니 그렇게 봐줘서 고맙다면서 인생의 전부인 '가족'과 함께인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다고 한다. 

시간이 남아서 카야킹은 언제 하는 거냐고 물어봤더니 하고싶을때 알아서 저 길을 뚫고 내려가서 호수에 있는 카약을 타라고 하길래 당황스러웠다. 

여태까지 액티비티는 다 누군가가 가르쳐주거나 함께 설명해주고 했었는데 여기선 알아서 하라길래 아래 누가 있냐니까 지금 주는 구명쪼끼를 들고가서 누가 있을테니 일단 내려가 보라고 했다. 

많이 당황스러웠지만 일단 결제를 했기 때문에 구명쪼끼를 입고 호수쪽으로 내려갔다. 

내려가는 길도 진흙투성이에 무성한 풀에 내 팔과 다리가 긁히기 바빴다. 

혼자 그렇게 힘들게 내려가고 있는데 높은 울타리같은걸 넘어야 하는 곳이 있어서 한숨을 쉬는데 한 호주커플이 올라오고 있어서 마주치게 됐다.

커플들은 대부분 조용히 여행하고 싶어할 것 같아서 먼저 다가가지도 않았었는데 호주커플 남자 아담이 먼저 말을 걸어왔다. 어디서 왔냐고 여태까지 우리 말 한번 안했다고 소개좀 해보자고 아주 당당하게 말을 걸길래 한국에서 왔다니까 그곳은 어떨지 궁금하다며 남북한 둘다 너무 가보고싶다고 했다. 

호주 커플은 여행을 좋아해서 아시아도 많이 했는데 한국만 가본 적이 없다고 한다.

아담이 울타리를 넘을때 애슐리도 작은데 해냈으니 너도 해낼 수 있다고 손잡아 줄까 하길래 그냥 스스로 도전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잠시 얘기를 하고 카약을 타러 갔다. 


여태까지 액티비티는 누군가가 안내를 하거나 설명해줬는데 여기선 구명조끼를 들고 내려가면 누군가가 있을 거라는 말 뿐이었다. 많이 당황스러웠지만 일단 결제를 했고 구조대원이나 가이드가 있을거란 생각과 함께 구명쪼끼를 입고 호수쪽으로 내려갔다.   


카야킹을 하러 내려갔더니 진흙투성이에 카약만 몇개 덩그러니 놓여져 있었고 수영을 하러 왔다가 열악한 환경에 그냥 사진을 찍고 있는 미국 여자애들이 전부였다. 

한창 자기들끼리 노느라 바쁜 미국애들한테 먼저 다가가서 말을 걸었다.

여기서 카야킹을 하려 했는데 도와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게 사실이냐며 혼자 카약을 타야하는데 어떻게 타는지도 몰라서 당황스럽다는 얘기를 했다.   

내 사연을 듣더니 케이티라는 친구가 자기가 미국에서 카야킹을 배웠다면서 너만 괜찮다면 자기가 도와줄 수 있다고 했다. 나야 그렇게 해준다면 정말 고맙다고 반겼다.

학교 친구들이라는 미국애들은 아주 친절하고 밝았다.   

내가 카약에 먼저 탔고 케이티가 호수쪽으로 내가 탄 카약을 밀어줬다. 케이티가 노를 어떻게 젓는지 알려주고 내 짐을 맡아주며 사진도 찍어줬다.   

그렇게 카약에 탄 채로 다같이 어디 나라에서 왔는지 대화를 했다.

미국애들은 내 영어 이름도 지어주고 한국 문화에 대해 물어보기도 했다. 싱가폴, 중국 등 아시아 여행을 종종 가봤지만 한국은 생각도 못해봤다며 한국은 분쟁 중이라는 것 외에는 잘 알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뉴질랜드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 Where are you from? Korea? South or North? 였다. 그렇게 미국 친구들과 학창시절 이야기부터 여행얘기까지 하며 많이 웃었다. 미국드라마에 나오는 귀여운 4총사 느낌의 친구들이었다.   

미국 친구들과 즐겁게 대화하며 많이 웃었다. 

뭔가 미국드라마에 나오는 귀여운 4총사 느낌의 친구들이었다. 내가 먼저 이들에게 다가가지 않았다면 카야킹을 배우지도 못했을 것이며 이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지도 못했을 거다. 먼저 웃으며 다가간다는 것.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다.

내가 먼저 이들에게 다가가지 않았다면 카야킹을 배우지도 못했을 것이며 이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지도 못했을 거다. 먼저 다가가서 말을 걸었더니 우린 ‘소통’했다.

따스한 햇살과 내가 젓는 노에 흔들리는 물소리가 나를 들뜨게 했다.   

내가 물위에서 움직일 수 있게 해준 케이티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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