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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 May 25. 2016

혼자 떠난 뉴질랜드 여행, 밤낚시 체험

뉴질랜드, 무보수로 일하지만 행복하다는 독일 인턴생

Lake 숙소에서 다같이 마오리 전통음식 '항이'를 먹고 미리 신청해놨던 장어잡기(밤낚시)를 하러 갔다.


저녁을 먹을때도 호수 앞이라 밤이 되어가니 벌레들이 내 얼굴로 돌진해서 고생했다.


새벽부터 일어나서 여러가지를 하다보니 점점 피곤해졌고 추워져서 낚시를 왜 한다고 했을까 후회가 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벌레가 너무 많아서 분명 호수 아래로 내려가면 벌레가 더 많을 게 예상됐기 때문이다.

이미 액티비티를 신청해놨고 언제 또 뉴질랜드에서 장어잡기를 해볼까 싶어서 긴 바지로 갈아입고 액티비티를 갔다.

장어잡기를 하러 인도할 사람은 역시나 이곳에서 무보수로 인턴쉽을 하고있는 독일 남학생이었다. 장어잡기를 신청한 사람은 나와 한 말레이시아 여자애 이렇게 둘 뿐이었다.

장어잡기를 간다고 하면 '장어'를 먹냐고 놀라는 친구들이 많았다. 말레이시아 친구도 그랬다.

우리나라에서 장어를 먹기도 하냐고 하길래 뉴질랜드 여행 떠나기 전날도 장어를 먹고왔다고 사진을 보여줬더니 생각과 다르게 맛있어 보인다고 했다. 진짠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장어를 먹는게 신기하다고 해서 몸에 좋고 우리나라에선 많이들 먹는 편이라고 했다.


먼저 독일 인턴생이 한번도 씻지 않은 것 같은 장화가 붙어 있는 옷과 랜턴을 줬다.

밤이라 어두웠고 호수로 내려가는 길은 좁고 험난했다.

내려가니 낚시하는 법을 알려주고 다같이 장어잡기를 시작했다.

인턴생은 물에 들어가 걸어다니며 멀리 가서 잡아야 잘 잡힌다고 설명했다.

물에 들어갔지만 넓은 호수에 불빛하나 없이 어둡고 춥다보니 점점 지치기 시작해서 난 그냥 올라와서 의자에서 기다리겠다고 했다.

말레이시아 여자애는 치과의사라고 하는데 영어도 잘하고 아주 용감했다.

별밖에 안보이는 호수에서 랜턴 하나만으로 저 멀리 들어가서 혼자 낚시줄을 던져놓고 노래를 흥얼 거렸다.


나는 왜 저런 용기가 없이 언젠가부터 이렇게 두려움에 떠는걸까?

인생도 그런것 같다.

두려움없이 무엇이든 도전하고 모험을 즐기던 예전과 달리 지금의 나는 무언가 시작할 때 마다 망설이고 이 후에 어떤일이 일어날지 재고 또 잰다.

여행에서도 그랬다. 여행을 하면서 '내가 좋아하는것'과 '싫어하는 것'이 뭔지 정확히 알게 된다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아니, 원치 않지만 '내가 못하는게' 뭔지 정확히 알게 됐다. 그렇게 몇시간이 지나도 장어는 잡히지 않았고 랜턴에 수많은 온갖 벌레들이 달려 들었다.

랜턴을 일부러 잠시 끄고 있어도 벌레는 끊임없이 나를 공격했고 유일하게 옷으로 가릴 수 없었던 목을 알수 없는 벌레들에게 여러차례 물렸다.  

너무 어두웠고 우리 셋 빼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이렇게 낚시를 한다는게 신기했다.

장어가 잡혀서 끌어올리려고 하면 자꾸 달아나는걸 보니 낚싯줄이 아주 약했다.

그렇게 매번 놓치고 놓치다보니 시간이 지났다.


잠시 지쳐 의자에 앉아 독일 인턴생이랑 얘기를 나눴다.

독일인턴생 역시 3개월동안 숙식만 무료로 제공받고 무보수로 이곳에서 일한다고 한다.

 아무것도 없는 시골에서 무보수로 일하고 있지만 뉴질랜드에 오자마자 행복해서 계속 있고 싶다고 했다.

독일에서도 낚시를 좋아했는데 마침 뉴질랜드에서 장어잡기를 담당해서 이렇게 장어도 잡고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했다.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한다.

굉장히 행복해 보였다.

내가 유럽 배낭여행겸 프랑스 해외봉사활동 떠났을때 어떤 어려움에 닥칠때마다 걱정하거나 무서웠던게 아니라 오히려 즐기고 가슴뛰었던 그 순간.

그때 그 순간이 떠올랐다.

경험은 우리삶에 아주 값진 무언가지만, 오히려 경험없이 아무것도 모를때 뭐든지 즐기게 되고 그 후가 궁금해 지는 것도 있는 것 같다.

처음 배낭여행을 떠난 다는 것. 처음 여행중 길을 잃어 해결해본다는 것. 처음 외국 친구들과 대화를 해본 다는 것. 처음 외국친구들과 요리도하고 생활해본다는 것 등.

그때 그 순간 어떤 일이든 두렵지 않고 오히려 즐길 수 있었던건 '처음' 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 순간 하늘 위를 올려다 보게됐다. 수북한 별들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빛나는 별을 보니 그냥 이유없는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항상 앞이나 땅만 보고 지내왔던 그 순간들이 필름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동안 겪었던 많은 일들, 지금 이 순간 그리고 이제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

이 넓은 땅에서 그저 작은 존재일 뿐인데 왜그렇게 아둥바둥 타인과 그리고 나 자신과 싸우며 살아왔을까?

내게도 저런 평온한 모습을 찾아서 돌아가고 싶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우리는 철수하고 호수를 빠져나와 서로 도우며 숙소로 돌아왔다.

하필이면 밖에 있는 내내 우리 방 불을 켜놓고 있어서 많은 벌레가 내 침대, 베개, 신발 등 밝은 색이 보이는 모든 곳에 붙어 있었다.

샤워실은 계속 불이 켜져있으니 말할것도 없었다.

벌레라면 기겁을 하는 내가 또 한번 놀라서 다른방 친구들에게 살충제 있냐고 물어봤더니 당연 없었고 그냥 불을 끄고 있으면 벌레들은 다 나갈거라고 쿨하게 말했다.

말레이시아 여자애는 그 벌레 소굴속에서도 노래를 크게 부르며 샤워를 하고 있었다.

유난떠는 나를 또 한번 돌아보게 됐다. 하하.


그렇게 샤워를 하고 자려고 누웠고 같은 방을 쓰는 스위스 친구와 대화를 하게 됐다.

장어잡기에 대한 현실을 알려주고 여러가지 각자 나라에서의 일 얘기도 하고 Stray bus 얘기도 했다.

스위스 친구 에지가 Driver Weeman이 웃기려는건지 계속 운전하다가 음악에 맞춰 경적을 울리며 '빵빵 빵빵빵' 할 때마다 놀랐다고 한다.

스위스는 조용한 편이고 운전할때 경적 울리는 일이 있긴 해도 적은 편이라 경적 울리는 소리 들을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고 한다.

아시아여행 했을때도 경적 울리는 소리에 사고난줄 알고 많이 놀랬다고 한다.  

그렇게 여러가지 얘기를 하다보니 너무 재밌어서 계속 웃었더니 옆방에서 시끄러웠는지 주먹으로 벽을 '쾅쾅' 쳐서 우리는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 하고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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