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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 May 25. 2016

결정장애라면 '혼자' 떠나라

뉴질랜드 혼자 여행 8일째, 4일치 식량을 준비하다.


Lake Aniwhenua to Whakahoro!

춥긴 했지만 바쁜 일정을 소화하느라 피곤했는지 아주 푹 잤다.


오늘은 와카호로 블루덕st으로 이동하는 날.

짐을 싸고 준비해서 버스에 탔다.

하필이면 반바지를 입었던 어제, 여기저기 벌레에 물리고 숲에 긁히기도 해서 오늘은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민소매 티를 입었다. 갑자기 추워지기도 하는 뉴질랜드 12월 날씨에 대비해서 바람막이, 후드잠바, 니트가디건은 트렁크에 넣지 않고 따로 빼놨다.


와카호로로 가는 길에 Weeman이 버스에서 여러가지 설명을 했다.


무엇보다 와카호로에서 2박3일을 머물고 네셔널파크에서 1박2일을 머문 뒤 웰링턴으로 갈 예정인데 웰링턴에 가기전 4일간 시골이라 레스토랑이나 마트를 들를 수 없을 거라고 했다.

게다가 유일한 도시인 웰링턴에 도착하는 날이 크리스마스라 모든 상점이 문을 닫을 거라고 음식을 준비해야 된다고 했다. 그래도 웰링턴인데 모든 상점이 문을 닫을까 싶어서 다시한번 위맨한테 물어봤더니 모두 다 닫을거라고 미리 사놓으란 말만 반복했다.

와카호로, 네셔널 파크에서는 와이파이 역시 안될 가능성이 많다고 했다.

그래서 1시간 뒤에 마트에 세워줄 테니 그곳에서 4일 식량 등을 준비해 놓으라고 했다.

네셔널 파크에서 트래킹할때 먹을 점심도 미리 준비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혼자 여행하는 중이라 1인분 요리거리를 사기도 애매하고 4일간 와이파이도 되지 않는 시골에 있을 생각을 하니 가슴이 먹먹해졌다.


와카호로에서 많은 액티비티가 있으면 괜찮을텐데 '승마' 말고는 딱히 할만한 액티비티도 없었다.

다들 와카호로에서 2박3일이나 머물러야 되는 일정과 와이파이가 안되는 것에 막막해 하는 분위기 였다.

어쨌든 마트에 들러 4일간 아침, 점심, 저녁을 어떻게 먹을지부터 계획을 짰다.

한국이었다면 분명히 함께 있는 사람에게 '결정권'을 주고 내 짐을 덜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누군가한테는 별거아닌 결정일지라도 4일간 어떤 음식으로 어떻게 생활할지에 대한 결정은 내게 아주 큰 부담이기도 하다.

눈을 감고 4일동안의 나를 상상했다.

혼자 계란한판, 야채 등을 사서 요리를 하기엔 음식이 남을 것 같아 간단한 시리얼바나 바나나, 1회용 인스턴트 음식을 샀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아메리카노를 마시기 힘든 환경일지도 모르기 때문에 블랙커피 작은 통을 하나 구입했고 밤에 마실 수도 있는 맥주, 미니와인과 물도 샀다.


그렇게 장을 보고 타우포에 들렀다.

볼만한 곳이 있으면 여기저기 들러서 보고 걷기도 했다.

그렇게 중간중간 같은 버스 친구들과 잠시 얘기를 하고 난 혼자 여행을 즐겼다.


Stray bus로 뉴질랜드 북섬 일부를 이동하면서 느낀 점은

캐나다에서 있었을 때보다 진짜 영어를 접할 기회가 많다는 것이다.


캐나다에서 더 긴시간을 있었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긴 했지만, 이곳에서는 짧은 시간에 다양한 나라 특히 영어를 쓰는 서양권에서 온 다양한 친구들을 많이 만나 대화를 할 수 있는 환경에 놓여졌다.

캐나다에서는 내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될 정도로 많이 배웠지만 캐내디언들과 함께 하는 자리에서도 동양인은 항상 있는 편이었던 것 같다.

게다가 영어를 배우는 편한 동양인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았던만큼 동양 특유의 발음이나 억양, 제스처, 반응, 문화 등에 젖어들기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뉴질랜드 여행 중에는 동양권 친구들을 만나기가 어려웠고 한국인을 본 적도 대화를 한적 역시 단 한번도 없었다. 여행 동반자가 있었거나 한국인이 있었다면 조금은 그쪽에 의지를 했을지도 모른다.

한국에선 음식점이든 어디든 누군가를 따라가서 날 이끌어주기만을 바랬고 그들이 나 대신 결정하고 도와줬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철저히 나 혼자였고 어떤 일정이든 나 혼자 해결해야되기 때문에 Driver의 말에 더 귀 기울이게 되고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혹시 모르는게 있다면 항상 Driver나 그 상황에 맞는 누군가한테 가서 언제든 질문을 했다.

내가 이렇게 질문을 많이 하는 사람인지 처음 알았다.

이번 2주간의 여행은 짧지만 오히려 이들과 섞여 나 자신을 갈고 닦고 용기도 가지고 영어도 많이 쓰게 되는 아주 소중한 경험이 됐다.


와카호로에 도착했다.


숙소 자리를 잡고 짐을 풀고 저녁을 먹었다. 오늘 저녁식사는 유일하게 숙소에서 제공하는 양고기를 10불에 먹을 수 있는 날이었다. 양고기를 기대했는데 아주 질겨서 돌을 씹는줄 알았다.


영국 커플이 있었는데 그 남자애는 일을 그만두고 왔다고 돈아끼려고 승마를 안한다고 한다. 퇴사하고 여행중인 사람이 생각보다 많았다.  중간중간 이렇게 여러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여행이 좀 더 값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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