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니 Jun 05. 2016

유럽친구들과 함께 한 트래킹

뉴질랜드 혼자 여행, 네셔널파크 트래킹 

National Park로 이동하는 날이다. 

어제 저녁에 버스 드라이버 위맨이 네셔널파크 일정, 준비물에 대해 설명을 해줬다.

 

네셔널 파크에 가면 카페도 없고 물이나 샌드위치 사먹을곳도 없을테니,

미리 물과 점심을 챙겨서 가야하고 방수가 되는 등산복을 입는게 좋을 거라고 했다. 


난 네셔널파크에서 7시간짜리 통가리로 알파인 크로싱 말고 4시간짜리 코스를 선택했다.

언젠가 7시간 통가리로 알파인 트래킹도 꼭 도전해 보고 싶다. 


아침에 일어나서 간단한 아침과 커피를 끓여 마시고 짐을 옮겼다. 


와카호로 -> 네셔널파크 


버스 드라이버가 우리를 카페에 내려줬다. 

며칠 동안 카페라곤 찾아볼 수 없을거라더니... 

괜히 맛없는 인스턴트 점심을 준비했다는 생각이 확 들었다.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사서 잠시 와이파이를 이용했다. 

와이파이가 되는 유일한 곳이었지만 참 느리고 계속 끊기고 답답했다. 

이곳에 와서 내가 SNS 중독이라는걸 알게된것은 물론 심각한 상태라는 걸 또 한번 깨달았다. 

나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여행객들이 와이파이 타령을 했다. 


그렇게 잠시 카페에 있다가 다시 버스를 탔고 7시간 트래킹 할 여행객들과 4시간 트래킹을 할 여행객들을 나눠 버스에서 내려줬다. 


핀란드 커플, 스위스 남자애, 영국여자애, 독일여자애 그리고 나. 

이렇게 모여 트래킹을 시작했다. 


핀란드 커플, 스위스 남자애는 트래킹을 좋아해서 네셔널 파크에서 며칠이나 더 머물 예정이라고 했다.

오늘은 4시간 코스를 먼저 돌고 내일 7시간 통가리로 크로싱을 할 예정이라고 했다. 

핀란드 커플, 스위스 남자애는 키도 크고 걸음이 빨라서 한참 앞서 갔다.


나, 영국여자애, 독일여자애 이렇게 셋이 트래킹을 함께 했다. 


함께 걸으며 사진도 찍어주고 대화를 많이 나눴다. 


연애 얘기, 일 얘기, 각 나라의 문화 등에 대해 이야기 하며 트래킹을 하니 굉장히 재밌었다. 


영국친구, 독일친구 둘다 남자친구가 있고 영국친구는 영국에서 남자친구랑 동거중이라고 했다. 

이친구들 주변엔 연인끼리의 동거가 흔하고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영국친구는 남자친구랑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사인데 연인으로 발전해서 4년을 만났다고 한다.

이 친구에 대한 믿음이 생기고 확신히 생겨서 결혼 전에 테스트같이 2년째 동거 중이라고 했다. 

서로가 친구같이 잘 맞아서 잘 지내고 있다고 했다.

단지 집값이 부담돼 결혼을 망설이고 있다고 했다. 

모두가 공감했다.

주변 친구들도 독실한 기독교인이 아닌 이상 남자친구랑 잘 만나다가 믿음이 생기면 동거를 하는 경우가 흔하다고 했다. 

독일친구 역시 경제적으로 독립한 후에 남자친구와 동거를 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했다.


통금시간에 대한 얘기가 나왔는데 유럽친구들은 통금이란게 있어본 적도 없고, 있는 친구들을 본 적도 없다고 했다. 모두가 20대가 되면 바로 경제적으로 독립을 하고 대부분 독립적이어서 그런것 같다고 했다. 


영국친구는 간호사인데 어렸을때부터 간호사가 되고 싶었고 지금 일이 만족스럽다고 했다. 

힘들때도 많지만 하루 일하고 하루 쉬는 것이 나쁘지 않고 무엇보다 보람되는 일이라 잘 맞는다고 했다. 


영국친구, 독일친구 둘다 크리스마스에는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보낸다고 했다. 

서로 크리스마스 선물도 교환하고 맛있는 음식을 해 먹는데 너무 행복한 날이라고 했다. 


난 동양인이라 서양 문화에 더 호기심이 가고 관심이 가서 뉴질랜드에 여행 왔다고 했더니 유럽친구들은 반대로 동양 문화에 관심이 많아서 아시아 여행을 자주 간다고 했다.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방학에 유럽배낭여행을 가는 경우가 많다고 했더니 그런것처럼 유럽애들은 대학교때 아시아로 여행을 많이 간다고 했다. 

영국친구가 친구들이랑 아시아 여행을 한 적이 있는데 너무 좋았다고 이야기를 하길래 왜 한국은 다들 잘 안오는건지 여행하다가 만난 많은 친구들이 한국을 잘 모르더라고 했다. 

그랬더니 영국친구가 '한국'은 분쟁국가로만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고 한국에 여행가게 된다면 소개해줄 만한걸 추천해달라고 했다. 

갑자기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경복궁? 음식? 한복?" 갑자기 홍보대사가 된듯 머리를 쥐어짜서 한국에 대해 어필했다. 

나부터 한국에 대해 공부해야 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여행 중에 외국인 친구들을 만날 기회가 많은 만큼 한국인으로서 좋은 이미지를 남기는 것은 물론

자긍심을 갖고, 기회가 된다면 우리 좋은 문화도 알려야 겠다고 다시 한번 새삼 깨달았다. 


그렇게 우리는 트래킹을 마치고 한 카페에 들러 점심을 먹었다. 

난 오렌지쥬스, 라자냐를 시켰다. 

작은 카페일 뿐인데 라자냐가 너무 맛있어서 깜짝 놀랐다.

몇시간이 지나 버스가 우리를 픽업하러 오기로 한 곳으로 가고 있는데 핀란드 커플과 독일 남자애가 걸어오고 있었다. 

다같이 버스를 기다리다가 한참이 지나도 오질 않아서 한 카페에 들어갔다. 

창문밖을 보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운치 있다.


카페에서 다같이 이야기를 나눴다. 

독일남자애는 대학원 한학기를 남기고 호주에 가서 3개월동안 있다가 뉴질랜드에 와서 여행중이라고 했다.

화학전공인데 아마 독일에 돌아가서 졸업하고 택시기사를 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핀란드 커플보고 모델같다고 했더니 둘다 키가 180이 넘어서 그렇게 보이는 걸 거라고 웃었다. 

핀란드 애들은 어차피 함께 여행중이라 서로 크리스마스 선물은 없다고 하며 다같이 웃었다. 

핀란드 커플은 아주 밝고 자신감에 차 있으며 당당해 보이는게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우리 다같이 몇시간을 얘기를 하고 있는데 드디어 버스가 우릴 픽업하러 왔다. 

네셔널 파크 Lodge에 도착했다. 

숙소가 생각보다 깔끔하고 좋았다. 

심지어 와이파이가 무료였고 아주 잘 터져서 놀랬다. 

짐을 풀고 샤워를 하고 고요하게 맥주를 마시며 책도 읽고 낮잠도 자고 있었는데 시끌벌쩍해서 일어나보니, 다른 여행객들이 도착했다. 

미리 에지랑 같은 방으로 예약을 해 놔서 에지가 방으로 왔다. 

에지는 가방이 더러워졌다고, 빨래를 해야되는데 일하는 사람이 계속 자리를 비웠다고 계속 한풀이를 했다. 


키위버스는 파티가 많고 다같이 뭉치는게 많지만 10대들 천국이라고 들었다. 

스트레이버스는 연령대가 높지만 그만큼 조용한 버스라고 들었는데 진짜 그런가보다. 

키위버스도 체험해 볼걸 하는 아쉬움이 생겼다. 


지금 내가 탄 두번째 버스는 뭉치는 일이 없어도 너무 없는 편인것 같아 조금 아쉬웠다. 

물론 이 버스에서 이팀저팀 껴가며 많은 대화를 나누기도 했지만 결국은 언제나 혼자 남겨진다. 

난 혼자 여행온것 이기 때문에 그정도는 감수해야 된다.

다만 생각 했던 것 만큼 재밌지는 않은 것 같다는 생각도 간혹 스친다. 

기대를 너무 많이 했던걸까?


여행자버스에 대한 질문을 종종 받지만 쉽게 추천, 비추천을 하는건 어렵다.

각자의 취향, 성격이 있고 모두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그래도 그 사람이 원하는게 뭔지 취향이 뭔지 조금만 들어보면 스트레이 버스랑 잘 맞을지 아닐지 조언은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저녁 시간이 돼 키친으로 나갔다.

저녁을 먹다가 버스 드라이버 위맨에게 지금 하는 일을 어떻게 하게 됐는지 만족하는지 물어봤다. 

위맨은 자기일이 좋고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매일이 다르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할 수 있는게 좋다고 했다.

홀리데이때는 가족, 친구들이 그립기도 하지만 여기서 매일 여행하는게 훨씬 행복하다고 했다.


'행복'이란 것도 누구나 자신만의 기준이 있는 것. 



작가의 이전글 외국인 친구들에게 '한국'은 어떤 이미지일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