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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 Jul 03. 2016

왜 일상은 지루하기 짝이 없을까?

'여행'과 '현실' 사이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행복한 하루를 사는 건 어떨까요?
나마스떼


퇴근 후 요가를 한 뒤 버스로 달려갔다.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바나나 한 개만 먹었더니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 져 있었다.
목이 말라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 마시고 싶었지만 몇달 전 결제한 비행기값이 떠올라 카드를 가방으로 다시 슬며시 넣었다.
버스에 앉아서 가겠다고 눈에 불을 켜고 버스로 달려가는 내 모습이 잠시 한심해 보였다.

 

월요일인데도 퇴근 길 만원버스 안은 술냄새가 짙게 풍겼다.
직장인들은 월요병에 시달렸던 하루의 회포를 풀며 술한잔씩 기울였는지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다.
여기저기서 짜증내는 소리도 들려온다.
아니나다를까 버스에서 내리려는데 왜 문을 열지 않았냐는 이유로 한 아저씨와 버스 기사님은 말싸움 중이었다. 대부분이 고단한 하루를 보낸 것 같다.


나 역시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로 마음이 시키는 게 아닌 머리가 시키는 대로만 살아왔다. 
열정과 모험심 가득했던 내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살아있다는 기분이 들 정도로 매번 콩닥콩닥 뛰던 가슴과 꿈으로 가득한 초롱초롱한 눈빛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버스 거울에 비춘 내 모습 역시 불만투성이의 모습 그대로였다.


가족들과 떠났던 태국여행을 시작으로 해외에 관심이 생겼었다.
그 후로 여행도 자주 다녔고 해외봉사활동부터 1년간의 해외생활까지 비행기를 많이 탔다.

여행을 떠날 때마다 잠시 멈췄던 설렘이 되살아 난다.

현실에서 벗어나 새로운 곳으로 떠난다는 건 전율을 느끼게 해준다.


물론 지금은 돈을 벌기위해 일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그 때 처럼 즐거울 수만은 없다는 걸 잘 안다. 
게다가 졸업 후 흔히 말하는 열정페이로 일을 하기도 했고 임금체불을 겪기도 하는 등 여러 과정을 거쳤다.


그렇다 해도 왜 현실은 해외에서의 생활만큼 재밌지 않고 지루하기 짝이 없을까?

특히 최근에는 같은 일상의 반복이었다.
평일엔 당연히 일과 집 뿐이고 주말 역시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예전엔 취미도 많았고 친구들과 약속도 많았다.

일을 하다보니 피곤해서 집에 오면 잠에 곯아떨어지기 일수다.

게다가 친구들이 결혼을 하면서 바빠지기도 했고 서로 다른 길로 가다보니 대화가 어색해 지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나 역시 그냥 혼자 커피한잔 마시며 책을 보거나 쇼핑을 하는게 더 편해진 것 같다.


열정으로 도전했던 일에서 실패를 경험하다보니 '현실'에 마주했다.
드라마를 보지 않는 내가 가장 공감하며 재밌게 본 드라마가 '미생'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람 관계에서도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절망만 했다.  
무엇보다 내 자신이 소극적으로 변했다는 걸 알게됐다.
어느 순간부터 어떤 일이든 '노력'을 하지 않고 내가 편한 길로만 가려고 하는 모습을 발견했다.


여행을 할 때나 특히 캐나다로 1년간 떠났을 때 내가 가지고 있었던 건 '절박함' 이었다. 
그와 동시에 설레는 '목표'가 있었다. 


이곳에서 살아가야 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소통하고 싶고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에 가슴 벅찼다.
모든걸 새로 시작해야 된다는 부담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진정한 행복을 찾고 싶었다.

아니 새 삶을 시작해야 했다. 나 혼자서는 불가능했다.
그러다보니 나쁜 생각은 버리고 남을 배려하게 됐고 좋은 삶의 균형을 잡기 위해 노력했다.

붐비는 지옥철에서 짜증내기 일수였던 내가 이곳에서는 매일 미소를 짓고 있었다.

원하는 삶을 상상하고 꿈꿨다. '꿈'을 갖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고 즐거웠다.


캐나다에서 지낼 때 지루한 수업으로 유명했던 반이 있었다.
선생님이 조금 차분한 편이고 목소리가 작았지만 굉장히 마음이 예쁜 분이셨다.
수업분위기를 더 밝게 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발표했고 항상 밝게 웃었다.
그렇게 긍정적으로 마음을 변화시키고 즐겁게 참여한 결과 어느 수업보다 재밌는 수업이 됐다.
덕분에 졸업식날 선생님으로부터 그 반 1등 상을 받기도 했다.

같은 반 친구들이나 모임을 통해 만나게 된 친구들에게 먼저 다가가 핸드폰 번호를 물어보기도 했고 먼저 점심 약속을 잡기도 했다.
언제 어디서든 먼저 다가가 소통했고 그만큼 즐거운 날이 많았다.
캐나다 시골이다보니 조금은 느린 슬로우라이프에 적응하게 됐고 나도 그들처럼 지나가면서 항상 미소짓고 웃으며 인사를 하기도 했다.
이웃집 생일파티에서 온 가족이 함께 웃으며 노래를 부르고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에 저절로 행복이란걸 느끼기도 했다.


내 긍정적인 생각과 행동은 '행복'으로 이어졌다. 
내가 뭔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그만큼 바빠지다보니 나약한 생각에 빠질 시간 여유도 없었다.



지금 내가 삶이 지루하고 외로운 원인은 사람으로부터 소외된 게 아니라 내 안에 있었다. 
일상이 익숙하다보니  안주했고 주변의 소중함을 잊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내 감정에 내 인생이 달라지고 있다.
'불행'이 나타나도 원인을 찾고 인정한 뒤 그 원인과 결과를 통해 뭔가를 배워야 한다.
다시 그런 원인을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내 습관을 조금만 바꾸면 내 삶이 더 활기차게 변할 수도 있다.

매사에 감사하는 것도 중요하다.

돌이켜보면 감사할 일이 이렇게도 많은데 일상에 지치다보면 잊게 되는 것 같다.


원하는 게 있다면 과감히 도전하고 '일'과는 별개로 현실과 타협해 어느정도 병행한다면 가슴뛰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여행'을 떠날 때 처럼 새로운 마음으로 삶을 바꾸긴 쉽지 않을 거다. 
다만 가끔씩 떠나는 '여행'을 통해 내 마음을 다잡고 계속해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열정을 되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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