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면 어릴 때 영어공부법과 가장 유사했던 방식인데 문제가 많아 보이면서도 도움은 되는 아이러니한 그런 영어공부 방법같다.
스파르타식으로 매 수업시간마다 배우는 단어를 외우고 배운 내용에 대한 시험을 보며 통과하지 못하면 통과할 때까지 재시험을 보는 방식이었다.
숙제도 많았다. 수업은 대부분 일주일에 3번이었지만 학원에 오지 않는 날이나 주말, 혹은 수업이 끝난 후까지도 아이들이 학원에서 간식이나 식사를 싸와서 보충이나 재시험, 못다한 숙제 혹은 추가로 해야하는 공부를 했다.
레벨마다 달랐지만 기본적으로 배운 내용에 대한 문제를 풀어오는 양이 상당했고 틀린 문제 오답노트 정리는 물론 단어시험이나 문법 시험 외에 리뷰테스트도 주기적으로 봤다.
학교 시험이 있으면 시험대비를 추가로 했고 영어 경시대회가 있으면 특강을 하고 문제를 여러세트를 풀고 틀린 문제는 다시풀었다.
일반적으로 이런 패턴이었다.
수업내용은 영어문법수업과 독해, 듣기수업 그리고 원어민 스피킹수업으로 이뤄졌다.
매 수업시간마다 기본 문법부터 생활영어 뿐만 아니라 학교시험에 필요한 문법까지 다뤘다.
아이들이 이 시기에 영문법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 놓으면 평생 영어의 기초를 단단히 잡을 수 있다.
(문법은 필요없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들이나 영어권 나라에서 많은 시간동안 영어에 노출이 되기 쉬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문법을 익힐 수 있을 수도 있다.
다만 나는 한국에서 영어공부를 하는 환경이라면 기초문법을 잡으면서 영어를 습득하는 것이 훨씬 빠른 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옛날 방식으로 복잡한 용어만 나열하는 그런 문법수업은 필요없다는건 공감.. )
독해수업은 영어원서가 아닌 영어문제집으로 설명을 듣고 배운 내용으로 직접 해석을 해보고 문제를 풀고 답을 맞추는 등 꼼꼼히 다뤘다.
매번 올때마다 단어시험이 있으니 아이들이 학원에 오는게 부담스러워하고 처음엔 매번 재시험에 걸리다보니 우는 아이도 많아서 마음이 아팠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시간이 지나면서 대부분의 아이들이 단어암기법을 스스로 터득해서 100점을 맞고 자신감을 갖거나 한두개정도 틀려도 아쉬워하기도 했다. 아이들의 적응력은 대단하다. 물론 단어암기를 어려워 하는 아이들도 당연히 많았고 아직 어린 아이들은 한글도 서툴러서 한글 맞춤법을 잘못 쓰거나 한글 뜻을 물어보기도 했다.
레벨이 올라가면 갈수록 독해 실력도 많이 늘었고 아는 단어도 많아지다 보니 학교시험에서 100점을 받아오는 아이들이 많았고 토셀이나 토플경시대회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 상을 받는 아이도 굉장히 많았다.
꾸준하게 어느정도 공부 양만 채우면 영어를 잘 (?) 하게 되는걸 보고 신기했다.
영어를 잘 (?) 한다는 것의 의미가 애매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잘한다'는 것은 특히 '시험영어'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는 의미다.
사실 원어민 스피킹 수업이 일주일에 한시간 정도 포함돼 있지만 반 정원도 많을 뿐더러 스피킹 실력을 키우기에는 일주일에 한시간이라는 영어노출 시간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학교시험점수나 토플 점수는 좋아도 영어로 자연스럽게 하고자 하는 말을 표현하는 걸 어려워 하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읽기, 쓰기, 듣기, 말하기에 종합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는 Neat의 도입도 검토됐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멀티미디어에 기반을 둔 시험을 시행하기엔 당분간은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대학을 갈 거라면 더욱 수능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도 일단 단어와 문법영어를 확실히 잡아두고 이에 대한 지식이 많아지면 머릿속에 인풋(Input)을 많이 넣은 만큼 나중에 언젠가 스피킹을 배우고 싶어 아웃풋(Output)이 필요할 때에도 분명 도움 될 것이다.
어릴 때 배운 영어방식이나 토익과 같은 시험영어에 초점을 맞춰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스피킹을 못한다는 얘기도 많다. 사실상 영어공부에 도움 안되는 공부는 없기 때문에 그래도 좋게 생각하면 이 방식도 머릿속에 인풋을 많이 넣어둘 수 있는 좋은 시기다.
영어공부에 가장 중요한 건 '단어와 숙어'라고 생각한다.
일단 영어를 알아듣고 읽을 때 무슨내용인지 알고 말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단어'는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시험을 통해 억지로라도 많은 양의 단어를 외우게 하고 반복하게 해서 평생 단어 가지고 속을 끓이지 않게 만들어 주는 게 이론으로는 아이들 영어공부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어느순간 몇몇 아이들이 지쳐서 영어를 무서워 하거나 힘들다고 한다.
최악의 경우엔 영어가 싫다면서 포기를 한다.
어마어마한 양의 공부를 시키는 나로서도 항상 아이들이 대견하면서도 짠했다.
성인들도 매일 숙제가 있고 매번 시험을 본다고 하면 갑자기 학원이 가기 싫어지고 멀쩡하던 머리가 아플 때도 있지 않나? 하하.
성인들마저도 영어공부를 할 때 목표와 희망을 가지고 재밌게 하는게 중요한데 한창 뛰어놀 아이들에겐 이 방식이 너무 안쓰러웠다.
영어를 공부라기 보다는 '놀이'처럼 재밌고 편안하게 접한다면 어떨까?
3편에서는 영어를 재밌고 조금은 쉽게 숙제나 시험에 대한 스트레스 없이 '게임'과 '쉐도잉'으로 수업했던 내용을 공유할 예정이다.
P.S. 세가지 방식 중 어떤 방식이 좋고 나쁘다는 건 절대 아니다.
어떤 영어교육 방식이든 모두 뜻이 있고 선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다만 어떤 방식이 어떤 영역에 더 효과가 있었는지에 대한 느낀 점을 공유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