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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 Dec 10. 2017

시간이 많으면 잡생각이 든다고..

[캐나다 유학생활] 학교 파업이 끝나고 생긴 작은 변화들..

갑작스럽게 다가왔던 교수들의 파업.


나를 포함한 학생들은 과제와 시험에 지쳐 파업이 걱정되면서도 반가운 마음이 없지않아 있었던 건 사실이다.


물론 걱정이 더 컸지만 2주정도 하지 않을까 예측했던게 큰 이유였다.


그런데 1주, 2주, 3주가 지나 갑자기 5주차가 되어 모두 걱정이 커졌고 결국 학생들마저 시위를 하기 시작했다.


교수들이 바라는 바가 있어서 파업을 하고 협상을 바랬을지 몰라도 캐나다엔 특히 토론토 컬리지엔 국제학생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너무 책임감 없는 건 아닌가 싶었다.


물론 다 각자의 이유가 있겠지만 국제학생들에게 5주란 시간은 정말 금과 같고 계속해서 나가는 생활비, 렌트비 그리고 이러다 학기가 밀리면 어떻게 되는건가 하는 걱정스러움은 정말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컸다.


학생들 마다 달랐겠지만 나같은 경우 계획을 세부적으로 짜고 캐나다에 왔기 때문에 4주차가 넘어갈 때쯤 크고 깊고 정말 많은 생각들을 멈출 수가 없었다.


학교 파업이 시작하고 몇몇 과목 교수들은 Plan B로 과제를 내줬고 중간고사가 시작할 때쯤 파업이 시작돼, 중간고사를 대체할 과제를 내준 경우도 있었다.


학교 자체에선 파업중엔 과제를 제출해도 안되고 교수들과 연락도 할 수 없다고 했지만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고 어차피 해야될 과제이기 때문에 마감에 맞춰 과제를 꼬박꼬박 제출했다.


일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집에만 있지는 않고 주말엔 항상 일을 하러 갔기 때문에 많이 무료하진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1주, 2주가 지나가다 보니 정말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니고 어떤 일이 생긴것도 아닌데 많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정말 아무 이유없이 많은 생각과 미래에 대한 생각부터 감정까지 크게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내가 캐나다에 대학원 프로그램을 들으러 다시 오기 전부터 아니 어쩌면 대학교를 다닐 때부터 지금까지의 삶을 다시 돌아보게 되고 지금 이 결정을 하고 캐나다에 와서 지내던 것까지 다 필름처럼 스쳐갔다.


게다가 남의 집에 렌트비를 주며 살면서 겪는 서러움과 인간관계에서 겪게 되는 일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과엔 한국인이 나 뿐이며 1년간 7과목의 팀플을 모두 같이 해야되는 팀이 인도남학생 3명과 이루어져 팀에서 겪는 작은 충돌들, 대부분이 석사까지 마치고온 똑똑한 친구들 사이에서 힘들게 따라가느라 겪었던 많은 힘들었던 과정들까지 괜히 서러워 지기 시작했다.


정말 몇년간 고민해서 결정했던 유학이라 그런지 소중하고 감사한 시간들이고 잘 지내고 있지만, 분명히 힘든 일도 있었고 무엇보다 서럽거나 괜히 공허한 감정이 들 때도 있었다.

 

본과가 시작하고 너무 바빠서 힘들긴 했지만 바쁘게 하루하루를 보내느라 이렇게 깊게 생각한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파업이 시작하고 생각할 시간이 많아지다보니 아니, 대책없는 이런 상황에 미래를 예측할 수 없어서인지 많은 생각을 한 것같다. 


영어프로그램을 들을 때도 정신없고 과제가 많긴 했지만 (지금 하는 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반에 90%가 중국인, 일본인, 한국인이어서 뭔가 편안한 마음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정말 너무 신기하게도 중국, 일본, 한국끼리는 곂치는 것도 많고 서로 문화가 너무 비슷한 게 많은건 사실이다.

영어 프로그램을 들을 때는 사실 매번 발표도 하고 나름의 리더십도 발휘하며 자신감이 넘쳤지만 본과에 입학 한 후로 예상한 것과 달리 대부분이 인디안이었고,

내 학사 전공과 다른 전공을 택해서인지 배경지식이 있는 다른 친구들 사이에서,

게다가 영어를 원어민수준으로 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괜시리 주눅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상하게 본과가 시작한 후로 그렇게 아무렇지 않던 발표도 두려워졌고 너무나도 빠르게 교수와 토론하는 아이들 사이에서 과제나 토론, 시험 모든게 훨씬 시간이 많이 걸리고 게다가 나름 완벽주의인 성격상 아무렇게나 하긴 싫어, 스트레스를 받아왔던 것 같다.


과제나 시험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배움이 좋은 것도 있고 오랫동안 고민해서 결정했던 만큼 절대 포기 하기싫어서 매일 새벽까지 학교에 남아 노력해 왔다.


그런데 파업이 시작했고 일을 시작했고 나 뿐만 아니라 학교 친구들도 파업이 시작되는 즉시 일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서 다들 종종 만나긴 했지만 학교를 다닐 때 만큼 만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고 그런 이유 때문인지 허무하거나 공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나처럼 첫 학기 였던 학생들은 특히 이제 적응 시작하고 친구들과도 친해지기 시작할때쯤 파업이 시작해서 모든게 엉키는 기분이라고 호소했다.

한인사이트에 가도 그렇고 주변 친구들 얘기를 들어봐도 나만 이렇게 느끼는 게 아니라 대부분 생각의 변화가 찾아왔던 거다.


학교가 무책임하게 파업을 하는 것부터 토론토에 TTC가 고장나거나 공사를 하는 경우가 많아서 구간마다 갑자기 내려서 셔틀을 타러 줄서서 대기하고 일을 오가는 시간이 더 걸리는 것도 답답하고 여러모로 일처리가 느린 것조차 싫어지기도 했다.


일단 나는 파업이 시작하기 바로 몇주 전에 지금 듣고 있는 프로그램이 끝나면 다른 전공으로 한 프로그램을 더 들을까 고민을 했었다.

파업이 시작하고 많은 생각을 하게됐고 무슨 큰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닌데 생각의 정립이 되어 이번 프로그램에서 최선을 다하고 인턴쉽이나 일을 구해보는 걸로 결정했다.


물론 지금 파업이 끝난 후로 매일있는 개별과제와 팀플, 밀렸던 중간고사, 그리고 이번 학기동안 진행되는 큰 팀프로젝트까지 너무 벅차서 일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고 있지만 학교에서 취업설명회 같은 것도 주기적으로 있어서 나중에 여유가 되면 참여도 하려고 한다.


파업이 끝나고 다시 학교에 돌아간 첫 날, 너무 기뻤다. 그냥 학교 첫 날 같았다. 일단 학교에 다시 돌아와 수업을 들으니 배움도 즐겁고 친구들도 만나니 좋았다.

그런데 5주간 쉰게 뭐라고 갑자기 영어도 잘 안나오는 것 같고, 과제하던 패턴과 공부패턴도 망가졌는지 내 자신이 정신이 없고 부담이 생겼다. 무엇보다 내용이 점점 더 어려워져서 정말 몰라서 너무 답답해서 교수님께 질문을 하기도 했고 친구들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나 뿐만 아니라 다른 학생들도 다 그런 것 같았고 갑자기 봐야하는 중간고사, 밀린 과제들에 항의도 했다.


특히 원래 예정된 방학 스케쥴에 따라 여행이나 자기나라에 갔다오는 비행기를 예약한 친구들은 방학이 줄어버린 탓에 프리젠테이션을 교수와 화상으로 하기로 하기도 하고 많은게 꼬였다.


학교측에서 수업을 못한 만큼 환불을 해주는 대신에 지금 학교를 자퇴하면 전액 환불을 해주기로 했고 그 덕분인지(?) 우리반에 4명이 자퇴를 했다.

정말 자퇴할 것 같지 않았던 캐내디언 남자애는 교수와 면담중에 이미 프로젝트 3까지 진행을 해왔는데 이제와서 프로젝트 제품과 회사를 변경하면 좋겠다는 조언과 중간고사에 대한 범위나 파업 등 잘은 모르지만 여러가지로 생각이 많았던 것 같고, 브라질 남자애는 전공을 바꾸겠다고 자퇴를 했다.

한 중국 여자애는 프로그램이 어렵다고 못따라가겠다고 자퇴를 했고 한 중국 남자애는 일을 하겠다고 자퇴했다.

다 각자의 이유가 있었을 것이고 어쨌든 우리과에 4명이 자퇴한 후로 동양인은 나 '혼자' 남게 됐다.


혼자 한국인 인 것도 가끔 서러운 마음이 들때가 없지않아 있는데 이제 혼자 동양인이다. 물론 반 친구들과 많이 가까워져서 혼자 동양인인게 큰 문제가 되는건 아니지만 이상하게 정말 가끔씩 이방인 같은 느낌이 들때가 있고 너무 어렵거나 이해를 못한 내용을 한국어로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다.


어쨌든 4명이 자퇴한 바람에 팀원 변경도 생겼고 팀원변경이 된 애들은 또 새로운 제품과 회사로 팀 프로젝트를 해야하게 되기도 했다.

학교파업을 계기로 매번 학교에서만 새벽까지 과제를 하던 패턴이 바껴서 너무 늦지 않게 집에서 과제를 다 마무리 한다거나 생활 패턴도 조금 바꼈다. 파업동안 시간이 있으니 건강하게 먹을 식단도 많이 찾아봐서 장 보는 패턴과 요리방식도 변화했다.^^;


몇주간 너무 바쁘게 지내고 있고 겨울방학 전까진, 아니 방학 후에도 학기가 연장되서 계속 바쁠 것 같다. 게다가 이제 궁금한게 있으면 수업시간에 질문이나 발표도 하기 시작했다. 프리젠테이션은 두렵지 않은데 수업시간에 발표가 두려웠던 이유를 생각해보니 수업시간에 교수가 말하는 내용에 대한 정확한 답을 '몰라서' 였던 것 같다. 하하. 지금 배우는 내용에 대한 공부를 해본 적이 없어서 경험이 많은 애들보다 지식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고, 또 다른 이유는 좀만 논지에서 벗어나거나 의견이 다르면 엄청 빠른 속도와 긴 문장들로 질문이나 반박을 하는건 물론, 무엇보다 뒤에서 은근히 그 아이를 험담(?) 하는 애들이 있어서 그것도 은근 부담이 된 것 같다. 몇몇 애들이 팀과제를 나눠서 하거나 앞에서 발표를 하거나 하는 걸 보고 누구는 똑똑하고 누구는 답이 없다 걔랑 같은팀 하기싫다 걔는 열심히 한다 이런 평가를 엄청 하는데 그렇게 평가하는 게 참 씁쓸하지만..

어찌됐든 그 아이들에게 나쁘게 보이거나 팀에 해를 끼치기 싫어서라도 (팀 평가도 계속 반영되고 팀 리더들이, 팀원중 누군가 조금만 참여를 안하면 가차없이 교수에게 면담신청을 한다.) 따라가려고 노력하는 것도 있으니 그래도 어떤 이유가 됐든 열심히 해야하는 하나의 '동기'가 된 것 같기도 하다.


또 다른 변화중 하나는 수업을 빠지지 않고 항상 앞에 앉고, 과제도항상 듀에 맞춰 제출한 덕분인지 교수님들과 전보다 가까워진 것 같고 또 한가지는 교수님들이 한국에 대해 질문을 하거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친구들한테는 한국 서비스나 인터넷, 교통시스템 등 좋은 점을 많이 말하곤 하는데 수업시간에 교수님들이 한국에 대해 잘 말하지 않고 중국이나 혹은 일본에 대해서만 많이 말해서 조금 아쉬웠는데 이제 한국에 대해서도 많이 질문 하기 시작하셨고 특히 내가 들고 다니는 'LG'노트북을 보고 'LG'노트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처음 본다고 하면서 한국 제품에 대해 또 이야기 했다. 친구들도 내 LG그램그램을 보면 어디서 샀냐고 많이 물어보는데 내가 LG CEO도 아닌데 엄청 홍보하고 다니며 괜시리 자랑스럽다.

한국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는 건 '삼성', '빠른 인터넷' 등인데 나 혼자 한국인이라 좋은 점을 가능한 더 많이 알리고 싶고 잘못된 정보를 알리기 싫어 신중해 지기도 하다.


파이널 팀 프리젠테이션이 방학이 끝난 다다음날이라 방학동안 그 부담을 느끼지 않기 위해서는 그 전에 끝내는게 지금의 목표라 하루도 쉬지 않고 바쁘게 지내야 할 것 같다.

바쁜 와중에 학교에서 커피한잔 하며 창문 밖으로 보이는 예쁜 구름을 보면 내가 원하던 공부를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다시 설레는 감정이 들기도 한다.

초심을 잃지 말고 항상 긍정적으로 뭐든지 해낼 수 있다는 생각! 감사하는 마음을 갖자!




틈날 때 마다 해먹었던 나름 건강한 내맘대로 요리들^^;

냉장고에 내 공간이 넓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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