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일상] 첫 학기를 마치며..
#1.
첫 학기를 마쳤다.
팀워크를 하면서 혹은 친구들 사이에서 많이 웃을 수 있었고 행복한 시간도 많았고 물론 마음이 상하는 일도 있었다.
첫 수업때 한국인이 나밖에 없어서 첫번 째로 놀랐고 국제학생들 마저도 영어가 유창하고 석사까지 마치고 온 똑똑한 학생들이 많아서 두번 째로 놀랐던 기억이 난다. 놀란 것 뿐만 아니라 너무 많이 긴장을 해서 사색이 되어 점심도 안먹고 하루종일 걱정만 했던 그때 그 순간이 떠오른다.
나름 영어프로그램때는 매번 맨 앞자리에 앉아 발표나 대답을 많이 했고 에세이도 가장 좋은 점수를 받아 이제 조금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던 내가, 수업시간에 아무렇지 않게 발표를 하고 디스커션으로 이어지는 학생들 사이에서 갑자기 꿀먹은 벙어리처럼 조용한 학생으로 변했었다.
물론 자기소개를 하거나 프리젠테이션을 할 땐 긴장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자신감 있는 자세로 나름 당당하게 했다고 생각은 들지만 정말 부족하단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무엇보다 친구들을 사귀고 같이 대화를 하다보면 영어가 부족한 기분이 들어 주눅이 들곤 했다. 원어민, 혹은 영어권 나라에서 자란 친구들 사이에서 그리고 이미 관련 학과에서 학사나 석사까지 다 마치고 관련 직종에서 일을 하다 온 친구들 사이에서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첫 달은 정말 압박감 속에 지냈던 것 같다.
그래도 내가 정말 간절히 원했던 만큼 친구들과 친해지려고 먼저 다가가고 말을 걸고 어색하지만 모임이 있으면 항상 따라다니고, 모르는게 있으면 친구들에게 물어보고 같이 공부하며 친구들은 어떻게 과제를 하고 어떻게 문제를 풀어나가는지 지켜보기도 했다.
정말 모르는게 있거나 도움이 필요하면 교수님께 질문을 하기도 했다.
첫 과제를 지금보면 하루도 안걸리는 과제인데 그 때는 그게 얼마나 어려워 보이던지 부담부터 가졌던 것 같다.
물론 영어권 나라에서 영어공부나 단기 TKT과정 같은 공부를 해보긴 했지만 이렇게 대학원 프로그램을 공부하게 된 건 처음이기 때문에 어려운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2010년 처음 캐나다에 가서 영어공부를 하고 테솔 자격증을 따면서부터 영어공부에 손을 놓은 적은 없었던 게 도움이 된 것 같다. 기자생활을 할 때 영어를 쓸 일이 없어서 그때 영어에 손을 잠시 놓았지만 그 후에 영어강사를 하면서 다시 영어에 노출 됐고 영어가 좋아서 계속 틈날 때마다 영어공부를 해 왔다.
캐나다에 다시 왔을 때 한국인들을 만나거나 국제학생들을 만나면 "네? 6개월 됐다구요? 근데 영어를 왜이렇게 잘해요?", "네? 8개월 됐다구요? 전 훨씬 오래 있었는줄 알았는데.." 이런 말들을 종종 들었는데.. 우리과에서는 "제니, 너 영어 많이 늘고있어. 괜찮아. 잘할 수 있어." 이런 격려의 말을 듣다보니 자신감이 잠시 하락했던 것 같다.
첫 학기가 시작하고 정신없이 바빠지는 바람에 학교에서 친구들이랑 혹은 팀원들이랑 하루종일 과제를 하고 논의를 하고 그렇게 시간을 보냈고, 과 친구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편해졌고 여가를 즐겨도 친한 과 친구들과 지내게 됐다. 카카오톡보다 WhatsApp에서 시간을 더 많이 보내게 됐고 친구들 추천으로 노트북, 핸드폰 모든 환경을 다 영어로 바꾸기도 했다.
그리고 매번은 아니지만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말을 하는지 귀기울여 듣고 막혔던 표현이 있으면 다시 찾아보고 다음 번에 써먹기도 하고, 무엇보다 친구들에게 내가 틀린 표현이나 문법이 있으면 고쳐줘도 된다고 한 후로 친구들이 가끔씩 표현을 고쳐주기도 한다.
과제가 주어지면 "언제 다 하지?"보다 어떻게 하면 되겠다는 감이 오는 과제가 있고 몇가지 분명히 어려움을 겪겠다는 감이 오는 과제들이 있는데 그런 질문이 생기는 과제들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학기에 내 신념중 하나가 구글 번역기를 쓴다거나 대충 해서 제출하는 것 혹은 한국인튜터를 구하거나 도움을 받는 과정 없이 나 스스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었고 그것은 지켜졌다. 영어로 새로운 전공을 공부해야 했고 리서치나 케이스스터디같은 과제가 나오면 항상 완벽을 추구하고 무엇보다 카피를 하거나 표절을 하는 것에 굉장히 민감한 교육시스템 덕분에 나 스스로 항상 뭐든지 최선을 다 해서 과제를 마무리하려고 노력했다. 모르는게 있으면 다시 읽어보고 또 읽어보고 친구들한테 질문을 해서라도 어떻게 풀어나가는 건지 알아내서 스스로 해내려고 노력했다.
첫 학기를 정신없이 보내고 나니 영어가 늘고 있는게 느껴지고 무엇보다 다행히도 7과목중 2과목을 빼고 좋은 점수를 받았고 2과목도 나쁘지 않게 통과를 했다. 학기중에 자퇴를 한 학생은 4명이었고 학기가 끝나고 Fail을 해서 학비를 추가로 내고 다음학기부터 다시 들어야 하는 학생도 생겼다.
게다가 최종 팀 프로젝트와 프리젠테이션을 마친 날 뿌듯함과 동시에 팀리더와 팀원들의 능력에 감탄했고 나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항상 함께 해주는 친구들한테 고마운 마음도 들었다.
물론 장학생까진 아니지만 지난 2009년, 프랑스 봉사활동을 갔을 때 영어가 안나와서 외국인 친구들과 소통을 못했던 그때를 떠올리면 지금 이렇게 발전한 내 모습이 자랑스럽고 뿌듯하다.
폭풍처럼 다가오는 다음 학기 수업들, 과제와 시험들 그리고 최종 프로젝트들과 프리젠테이션을 생각하면 벌써 또 부담이 가시질 않지만 지난학기에도 잘 해냈으니 이번 학기에도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다.
최선을 다하고 노력하면 안되는 건 없다.
고통이 있지만 그와 동시에 가치와 성장이 있으니..
국제경영학과 대학원 프로그램 첫 학기에 배운 내용은
Digital Applications for Business
Fundamentals of Project Management
Business in the Global Economy
Consulting Across Cultures
Trade Research and Market Analysis
Human Resource Management
Legal Environment of International Business
이렇게 7과목이었다. 시험이나 과제는 보통 개인과제, 그룹과제, 매주 퀴즈 그리고 중간고사 기말고사로 이루어졌고 첫 학기 팀 프로젝트(논문, 최종 프리젠테이션)가 추가로 진행됐다.
다음 학기에는 또 어떤 공부를 하고 어떤 배움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