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니 Dec 01. 2019

"영어로 말 잘하는게 중요한게 아니에요." 네?

#1 예전에 영어학원 강사 면접에서 종종 들은 말이 있다.


"선생님, 영어회화는 잘 하시네요. 그치만 영어로 말 잘하는게 중요한게 아니에요. 학원에서 일하실거면 내신, 수능영어 하셔야돼요."


...네? 영어로 말 잘하는게 중요한게 아니라구요?
영어를 배우는 건 영어를 통해 여러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함 아닌가요?



황당했다. 말 잘하는게 중요한게 아니라니.. 영어교육, 영어공부법에 대한 수많은 컨텐츠가 쏟아져 나오는 이 시점에서 물론 내 말이 100% 맞다고 장담하진 않는다.

다만 내가 배낭여행을 하면서, 해외에 살아보면서 여러 친구들을 만나보고 캐나다에서 공부를 해 보면서 느끼고 깨달은 건 우리나라 영어공부법이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인가 하는 의문점이 들었다.


여러 사람들을 만나보면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은 부끄러움이 많고 영어를 못한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나 역시 처음 프랑스 해외봉사활동을 갔을 때 영어에 대한 갈증이 커져 그때부터 영어회화 공부(?)에 미친듯이 파고들기 시작했다.


당연한 현상이었다. 

평생을 한국말만 쓰며 살아왔고 학교 영어수업에서도 영어로 말하기를 한 적이 없었으니. 

게다가 틀리거나 자유로운 의견을 내거나 뭔가 학교나 사회에서 정해놓은 틀에 맞지 않게 행동할 때마다 혼이 나거나 지적받는 그런 주입식 교육 환경에서 우리는 알게모르게 평생 여러 환경 속에서 주눅들으며 살고 있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말한다. 영어공부를 십년넘게 해 왔다고.

물론 공부를 하긴 했다.

"수동태 목적어가 that 절이 이끄는 명사절인 경우, 가주어 it을.....

과거분사 외어와. 다음주 시험볼거야. 시간안에 문제푸는 연습 꼭 해라."


한국의 시험을 위한 영어공부 방식은, 문법용어와 어려운 내용의 독해문제 주구장창 풀며 몇십년을 공부해도 영어로 말하는게 어려워 다시 어학연수를 가거나 회화공부를 시작해야 하는 이 현실이 도대체 언제쯤 바뀔까?


대학 진학에 초점을 맞춘 영어교육, 원어민들도 어려워 하는 높은 수준의 어려운 문법, 어휘 독해력 등을 요구하는 수능영어.


그로인해 10년 넘게 공부하고도 영어한마디 못하는 한국 영어교육이라는 비판이 난무했고 문법이나 암기식, 문제풀이식 교육에 치중되었다는 여러 비판들도 나와있다.


물론 이 교육방식에 꼭 문제만 있는 건 아닐 수도 있다.


초중고때 시험때문이라도 열심히 영어의 기본을 공부했고 많은 단어를 알고 있고 덕분에 영어독해가 가능해진 장점도 분명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어기초와 독해 모두 잡으면서 동시에 영어회화를 잘 할 수 있는 방법은 많았는데도 한국에선 초중고 시간을 그저 수능영어, 입시에 몰입하고 많은 시간을 쏟고 있는게 대다수다.


그리고 내가 충격받은건 초등학교 때부터  영어로 말하고 듣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닌 중등내신 대비에 초점을 맞춘 학원을 다니는 경우가 많다는 거다.


한창 호기심도 많고 친구들과 노는게 즐거울 초등학생때부터 중등내신을 위한 문제집을 풀고 시험에 통과하느니 안하느니 나는 더 높은 반이라느니 그런 대화를 나누는 걸 과연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까?


이렇게 열심히 해서 나중에 유학을 가든 배낭여행을 가든 해외취업을 하든, 영어로 일하는 회사에 취업하든, 워킹홀리데이를 가서 영어로 듣고말하기도 잘 하며 빛을 보면 모르겠지만, 대다수가 다시 '영어로 대화하기'에 대한 영어공부를 시작한다는 현실이다.


시험을 위한 영어문법, 문제풀이식 영어공부법, 암기식 등 이런것들을 할 시간에 영어를 이해하면서 회화에 초점 맞춘 문법과 영어에 대한 노출량으로 함께 기초를 다진 후 어휘, 듣기, 영어책읽기, 말하기 등이 어우러지면 나중에 성인이 되어서도 영어로 인한 중복된 공부와 교육비 낭비는 줄게 될 텐데 말이다.


한 어머니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저도 영어회화 위주로 학원도 보내고 그렇게 해서 아이가 영어를 좋아하고 즐겁게 배웠으면 했었어요. 근데 초등학교 3학년 되니까 주변에서 다들 빨리 중등내신 대비 해야한다, 문법이랑 다 미리 준비 해야한다 하니까 걱정이 되고 나만 뒤쳐지는거 아닌가 해서.. "


내가 소신있게 나가려해도 주변에서 서열화와 경쟁을 부추기며 엘리트주의와 연관된 여러가지 시스템들과 사회현상속에서 걱정되는 부모님들의 마음도 이해가 간다.


일단 영어는 소통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 누군가와 소통할 기회가 있거나 외국을 나갈 기회가 있을 때 가장 동기부여가 커지듯 말이다. 영어란게 소통의 수단이 되면 재밌어지고 그렇게되면 더 열심히 하고싶은 자극이 될 것이다.


하루빨리 우리나라도 영어로 말 잘하는게 중요한게 아닌 세상에서, 영어로 즐겁게 대화할 수 있는 곳으로 되고,  어떤 환경에 놓여도 자신감있고 밝게 다른 나라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 


영어로 자유롭게 듣고 말할 수 있게 되면 이 세상이 이렇게 넓었었나? 하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겪어보지 못한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비행기를 자주 타게 될 줄 몰랐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