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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son Oct 15. 2021

베르나르 배르베르 ‘죽음’을 읽고,

독후감

 2019년 08월 24일 오후 7시 첨단 엔젤리너스에서 『죽음』 독서모임 시간을 가졌다. 이 책은 『개미』로 유명한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쓴 최신 책으로 이번년도 05월 30일 열린책들에서 출판되었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프랑스 태생으로 몽환적인 느낌을 많이 받는다. 내가 주인공인듯, 독자인듯, 저자인듯, 책인듯. 이는 그만큼 흡입력 있는 문체라 생각된다.


 작품은 『개미』,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천사들의 제국』, 『타나토노트』, 『신』, 『파피용』,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나무』, 『잠』, 『인간』, 『웃음』, 『제3 인류』, 『파라다이스』, 『카산드라의 거울』, 『아버지들의 아버지』, 『쥐의 똥구멍을 꿰맨 여공』, 『여행의 책』, 『EXIT』가 있다.


 처음 『죽음』을 선정한 이유는 제목 때문이다. 삶을 살아가는 시간 속에서 죽음이 있기에 느낄 수 있는 것과 사유 할 수 있는 대상이 있다. 그래서 별로 기대하지 아니하고 읽었던 책이다. 이 책으로 모임을 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우리는 가지고 있는 것에

좀처럼 감사하지 않고

언제나 없는 것만 생각한다.

이것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큰 비극을 만들어 내는 이유이다.

-쇼펜 하우어


 작가 가브리엘 웰즈는 어느 날 죽었다. 그는 유령이 되었다. 강한 정신은 자신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인지없이 불멸로 구분한다. 내가 죽은 공간이 살아있는 삶이고, 당신이 살아있는 삶이 죽어있는 공간이 된다. 그런 무분별한 인식에서 죽은자를 확인하는 테스트는 세 가지 거울 테스트, 불꽃 테스트, 자유 낙하 테스트가 있다.


 살면서 힘든일에 부딪힐때 겪는 감정변화 충격-부정-분노-타협-슬픔-체념-수용은 죽은 자에게도 변함 없었다. 그는 뤼시 필리피니를 만난다. 뤼시는 가브리엘의 소설 『죽은 자들』 영향을 받아 영매가 되었다. 둘은 인연이 되어 『죽음』 속 의문점 죽음의 진실과 운명의 사랑을 찾아서 여행을 떠난다.


 뤼시는 가브리엘 육체에서 채취한 검은 혈액으로 블라디미르 크로스에게 분석을 맡긴다. 안티마이신 A가 검출되어 독살 증거를 발견한다. 살인 용의자는 쌍둥이형 토마 웰즈와 편집자 빌랑브뢰즈가 유력했다. 범인을 찾는 도중 뤼시는 납치되어 헤로인을 주사 받는다. “영혼 가브리엘은 어떻게 뤼시를 구할 것인가?”, “가브리엘을 죽인 범인은 누구인가?”.


 작품 속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을 쓴 에드몽 웰즈는 개미를 연구한 곤충학자였다. 이런 『죽음』 등장 떡밥은 낚시를 하는 영화사 ‘마블’을 표상하고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을 상념한다. 이 세계관은 형이상학 영혼은 아스트랄계를 다니며 환생을 준비한다. 그 과정은 자명한다. 소유냐, 존재냐.


-쇼펜 하우어 ‘진실의 3단계’

1. 조롱당한다.

2. 격렬한 저항을 받는다.

3. 자명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추리 작가 가브리엘은 사후 세계에서 아서 코넌 도일을 만났다. “당신은”, “...... 그렇소, 아서 코넌 도일이요.” 저승을 모티브로 하여 작가들끼리 만남을 갖는 액자 구성은 프랑스를 배경으로 만든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와 유사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영화는 사후가 아닌 과거에서 이루어진다.


 『죽음』 속 저자와 아서 코넌 도일의 대화는 작가 본인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대사가 나온다. “아이디어는 훌륭한데 엄격함이 부족해. 아직 등장인물의 심리를 섬세하게 다루지 못했어.”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품이 재치있는 아이디어와 폭 넓은 상식과 지식으로 이뤄진 세계관이라면, 아서 코넌 도일의 셜록 홈스는 개성있는 성격 묘사로 사건 진행을 인물 관계 심리로 아주 섬세하게 표현한다.


 추리소설의 본질은 남들이 우리에게 믿게 만드려는 진실과 우리에게 감추려는 진실이라 느낀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타인 의견의 부족함을 느끼고 가시 세계 속 비가시 세계 힘의 존재를 믿으며 점성가나 영매를 곁에 둔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도 자신의 부족함을 채워 주는 인물을 작품속에 등장시킨다. 이는 흔히 동일률을 기본으로 둔 변증법으로 많이 쓰인다.


 『죽음』 이후 연상시키는 ‘장의사’. 현실에서 장례에 필요한 일을 해주는 사람이다. 과거 죽은 사람을 확인할 때, 시신의 엄지발가락을 깨물어서 죽은 사람인지 산 사람인지 확인했었다. 현대 과학에서는 맥박으로 생사를 확인하고 심폐소생술로 많은 생명이 살아난다.


 이번년도 2019년 07월 27일 새벽 02시 40분쯤 상무지구 코요테에서 발생한 ‘예고된 인재’ 붕괴사고에서도 심폐소생술 조치를 하였다. 법률로 죽음을 인정하는 시점은 심정지다. 세상이 당신을 해치려 한다는 믿음은 파라노이아. 세상이 당신을 행복하게 한다는 믿음은 프로노이아. 소설을 읽으며 현실과 죽음에 대한 거리감을 의식한다.


불가능한 것들을 제외한 뒤

남는 것이 아무리 어처구니

없을지라도 그것이 진실이라고

내가 몇 번이나 말했나?

-아서 코난 도일 경


 리암 니슨의 <테이큰>이라는 영화가 있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이혼한 부인 사이에서 낳은 딸이 프랑스로 여행을 가서 인신매매 조직에 납치되어 구출하는 이야기다. 가브리엘의 『죽음』 안 비밀을 파헤치는 동료 뤼시는 어느 순간 마약 조직에 납치되어 헤로인을 주사하고 흐트러진 정신속에서 가브리엘과 영혼이 바뀐다.


 현실을 바탕으로 꾸민 영화 <테이큰>과 공상 소설 『죽음』은 ‘fiction’ 속 현실과 비현실로 구분된다. ‘fiction’은 본성에 대한 가장 완벽한 지식. 다양한 모습 중 구체적인 묘사, 재치와 유머의 토로가 정확하게 정제된 언어로 세상에 전달된다. 저자는 이런 글쓰기를 통하여 진정한 나로서 존재한다. 작품밖 창조자로 사건에 얽매이지 아니하다.


 뤼시의 몸 안에 들어간 가브리엘은 여자의 몸으로 육화했다. 이는 꿈에서 죽음으로, 죽음에서 삶으로, 남성에서 여성으로 관점이 이동한다. 남성은 여성과 다른 종이다. 남근기 남자아이는 엄마의 사랑에 경쟁자가 아빠라 깨닫는다. 남자아이는 엄마를 사이에 두고 아빠에게 두려움을 느낀다. 그리고 엄마를 사회적으로 습득하고 아빠의 위대함을 느끼며 배운다. 여자아이는 아빠의 사랑에 경쟁자가 엄마라 깨닫는다. 여자아이는 아빠와 다름을 인지하고 선망한다. 엄마에게서 여자아이로 태어난 것을 열등감을 느끼며 원망하지만 같은 성을 깨닫고 따라서 배운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 표현이 있듯이 남자와 여자는 상이하게 다르다. 애초에 다름을 인정하고 대화로 합치점을 찾는다. 『죽음』은 프로이트의 명언으로 시작하는 책이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정신분석학 창시자다. 『꿈의 해석』이란 책으로 꿈을 설명하려 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지그문트의 영향을 받았다.


 심리성적 발달로 본  『죽음』 책 2권 p.150를 보면 유아기(아기 때 빨던 엄마의 젖 냄새)는 1단계 구강기, 어린 시절(형이 짖궂게 뀌던 방귀 냄새)은 2단계 항문기, 엄마가 쳐주던 카드 점(엄마의 장미 향수와 오래된 타로 카드 냄새)은 3단계 남근기, 그가 들려주는 괴물 이야기에 몸서리 치면서 귀를 세우던 여자 동급생들(파촐리와 풍선껌 냄새가 나던 소녀들의 싸구려 향수)은 4단계 잠복기, 첫 성교(그녀의 몸 내음을 오래도록 맡으면서 성행위가 좋은 건 상대의 냄새 때문이라고 생각했다)는 5단계 생식기다. 이는 태어나서 청소년 시기까지 심리성적 발달 과정을 알린다.


사랑이 거울처럼

우리의 모습을

되돌려주는 것이라면,

고독은 거울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과 같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당신은 어떤 모습으로 환생할 건가요?” 죽은 영혼에게 의문을 던진다. 『죽음』속 사후세계는 가브리엘이 머무는 ‘하위 아스트랄계’가 첫 번째 단계이며, 그 위에 ‘중위 아스트랄계’, 더 위에 ‘상위 아스트랄계’가 있다. 가브리엘이 헤디 라마 곁에서 태양을 빙 돌아 지나간다. 지구에 80억 명이 살아있으며, 40억 위의 영혼이 떠돌아다닌다. 이를 관리하는 작은 행성을 만들었다.


 성경을 참조해 ‘연옥’이라 이름 붙였다. 상위 아스트랄계가 있는 곳이다. 헤디 라마는 상부와 영매-영혼-지구인들을 중개하는 중위 아스트랄계다. 환생을 원하는 영혼이 ‘굿딜’을 하는 것으로 보아 자유 의지가 있나보다. 이야기는 연옥에서 천상으로 올라가며 환생을 관장하는 메트라톤을 만나 해결된다. 그동안 수수께끼가 풀리며 작가가 어떤 의도로 끝맺음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반전이라 표현한 노파 등장 모습에 영화 <매트릭스> 오라클을 떠올렸다. 그 외에 컴퓨터 세상속 스미스 요원은 ‘자유 의지’로 타인에게 본인으로 모습을 변화시킨다. 이는 판이하게 다를지 모르지만, 타인에게 간섭하는 ‘자유 의지’에서 유사함을 느낀다. <매트릭스> 컴퓨터가 연결의 매개체가 되듯이 『죽음』 네크로폰은 이승과 저승을 이어준다..


 ‘아스트랄계’로 나뉜 ‘저승’, ‘연옥’, ‘천상’은 1265년 피렌체에서 태어난 단테 알리기에리의 『단테의 신곡』이 떠오른다. 인간의 사후세계를 여행하는 단테의 여행기이다. 인간의 죄로 이루어진 ‘지옥’으로 림보, 색욕, 폭식, 탐욕, 분노, 이단, 폭력, 사기, 반역 구간이 있다. ‘연옥’은 죄를 정화하고 ‘천국’으로 가는 희망의 중간단계이다. 신곡은 베아트리체의 인도로 ‘천국’ 엠피레오(지고천)에 이르고 끝난다. 현실에 존재하지 아니한 사후세계를 쓴 『단테의 신곡』. 이는 시대의 실재를 벗어난 ‘환상문학’으로 여겨진다.


발명은 한 사회가 아직 충족되지

못한 어떤 필요를 느낄 때,

즉 어떤 기술이 불만족스럽고나

부족하다는 인식이 만연되어

있을 때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총,균,쇠』


 끝으로 『죽음』은 1권, 2권으로 끝내기 아쉬운 작품이다. 정말 많은 상식과 전문지식 그리고 형이상적 미장아빔을 향유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삶을 엮어 투영하여 쓴 책 같았다. 개인적으로 예일대 강의 『죽음이란 무엇인가?』 책과 함께 읽으면 시너지가 좋을거라 추천 받았다.


 『죽음』은 순수문학을 제외한 장르문학이며, 상관이 없는 『현대미술 강의』는 재현을 거부한 순수미술의 추구이다. 결국 장르문학은 현실을 탈피하여 구분하는 공상이다. 읽는 내내, 삶과 죽음 양면을 나누는 재미가 있었다. 이는 칼리코프로젝트를 알려준 물리학 전공자와 유사한 느낌이다. 그리고 읽는 중간에 ‘실수와 잘못을 저질러봐야 고칠 수 있다’는 글귀에서 오래된 『아프니까 청춘이다』 책을 읽으며 위로 받던 시절이 회상되었다.


 전 모임에서 읽었던 『누구의 인정도 아닌』 책 글귀 처럼 남과 경쟁이나 비교 없는 삶이 자존감 높은 행복한 삶이라 여겨진다. 자신의 삶은 흐르는 시간안에서 개성있는 인생으로 완성시켜가는 성공의 과정이다. 훗날 유전자가위로 병 뿐만 아니라 외적인 특징도 바꾸는게 가능하다. 도덕적으로 문제가 많겠지만, 그런 시대가 온다면 인간은 겉잡지 못할 정도로 발전할 것이다. 모임 대화 하면서 빠른 미래안에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품으로 『탄생』이 예견되었다.


 그리고 나중에 내가 소설을 쓴다면 “『첨단독서모임』 제 8회 정기모임 도중… 누가, 나를 죽였지?” 마피아게임이 시작 될 것이다. 『죽음』은 유도심문과 피해망상 사이 음모론으로 진실을 발견한다. 참고로 귀신의 무게는 21g 된다는 풍문이 있다.


맺음 시

죽음은 위대하다.

우리는 입으로 소리 내 웃지만

그의 것일 뿐.

우리가 삶의 한가운데 있다고 생각할 때

죽음은 어느새

우리의 한가운데서 운다.

-『두이노의 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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