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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testore 젠테스토어 Sep 22. 2023

패션 특강: 아카이브란 무엇인가?

Stories: Fashion and Digging

Stories: Fashion and Digging

패션 특강: 아카이브란 무엇인가?




패션에 관심 있는 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단어, 아카이브(Archive). 어원 그대로 풀이하면 ‘기록 보관소’라는 뜻으로 해석되지만 패션에서의 아카이브는 좀 더 깊은 의미를 가진다. 단순한 수집이나 백업과는 다르다. 트렌드의 20년 주기설만 봐도 그렇다. 매해 새로움과 혁신에 대한 강박증을 앓고 있던 패션계도 최근엔 과거로부터 그 해답을 찾고 있다.



1947년에 출시된 후 2022년에 재해석된 GUCCI의 Bamboo백 ⓒthe-restory.com



이처럼 패션에서의 아카이브는 오래된 미래와 같다. 이미 일어난 일이지만 언젠가 일어날 일. 하지만 이 둘은 절대 기계적인 반복이 아니다. 동 일한 악보를 연주하는 연주자가 모두 다른 연주를 보여주는 것처럼, 그 안엔 항상 미세한 차이가 서려있다. 결국 아카이브는 이 차이에 대한 기록이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무엇이 변했는지 보단 무엇이 남아있는지다. 수많은 차이들을 극복하면서도 끝까지 살아남은 것이 바로 그들의 찬란한 정체성일 테니. 이것만으로도 우리가 아카이브를 살펴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패션에게 아카이브란?


패션계에서 아카이브가 중요한 가치를 획득하게 된 건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그들은 보존과 유지보단 줄곧 변화에 초점을 두고 있었고, 오히려 과거로부터 도망치려 애쓰는 듯 보였다. 그러나 최근의 패션은 다르다. 때로는 현상처럼 번져 나가고, 때로는 중독처럼 사람들을 헤어날 수 없게 만든다. 이제 패션은 문화의 한 영역이라 인정받을 정도의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중이다.

뿐만 아니다. 박물관에선 유서 깊은 럭셔리 브랜드들에게 옷을 기증하길 요청했으며, 거장 디자이너의 초기 컬렉션들은 상상치도 못할 가격에 거래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경향 속에서, 패션은 그들의 역사와 정체성을 증명해 줄 무언가가 필요했다. 물론 시작부터 아카이브의 중요성을 깨닫고 철저히 준비를 해왔던 브랜드도 있지만, Anna Sui의 드레스 소동처럼 디자이너 본인도 갖지 못한 과거 컬렉션 제품이 빈티지 수집가에 의해 SNS상에 업로드되며 화제를 몰아, 역으로 디자이너가 재구매를 원했던 경우도 있었다.



Anna Sui가 재구매를 원했던 1998 AW의 드레스 ⓒvoguebusiness.com



이처럼 아카이브는 브랜드의 역사와 정체성을 증명하는 것 외에도 패션을 사랑하는 이들에겐 한 편의 바이블과 같은 역할을 한다. 최근 패션계가 과거로의 회귀를 선언한 것에 힘입어 아카이브 패션을 추구하는 것이 패션을 향한 ‘찐사랑’을 증명해 보이는 증거로 작용했던 것. 이로써 아카이브는 기록될 만한 가치가 있는 것들이 들어설 수 있는 한계 없는 창고와도 같은 곳이 된다.

자, 그럼 이젠 우리의 애정을 보여줄 차례다. 걱정 말아라. 어려울 것 없다. 준비는 젠테가 다 알아서 할 테니.






젠테가 떠먹여주는 주요 브랜드의 아카이브 모음집



Ralph Lauren


Ralph Lauren 2024 SS ⓒwwd.com



지난주 막을 내린 뉴욕 패션 위크에서 무려 4년의 공백을 깨고 나타난 Ralph Lauren. 그들은 설립 이래 단 한 번도 한 눈 판 적이 없다. 오직 아메리칸 정통 클래식 무드, 딱 한 길만 고집해 왔으니까. 과한 장식이나 눈에 띄는 변주 없이 항상 웨어러블한 느낌을 유지하는 게 특징이자 장점이다. 특히 2000년대 초반의 컬렉션은 최신 트렌드인 올드 머니룩의 기원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절제된 우아함이 돋보이니, 타 브랜드의 흔한 로고 플레이에 염증을 느끼고 있다면 반드시 참고해야만 할 아카이브.




2003 FW






2005 FW






2014 FW







HELMUT LANG


HELMUT LANG 2024 SS ⓒwwd.com




피터 도(Peter Do)의 출현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은 2024년의 HELMUT LANG. 미니멀리즘은 지루하다는 편견으로부터 우리를 구원한 헬무트 랭(Helmut Lang)은 그 명성에 어울릴 만큼의 훌륭한 의상들로 지금의 HELMUT LANG의 초석을 다졌다. 커리어의 시작부터 트렌드와의 결별을 선언했던 독특한 행보 속엔 다른 브랜드가 쉽게 넘볼 수 없는 실용성과 간결함이 스며있었다.




특히 데뷔 후 초창기에 진행된 컬렉션들은 특유의 절제미에 충실하면서도, 독특한 컬러와 소재를 이용해 실험적 시도까지 병행하는 디자이너의 패기 넘치는 도전 정신이 발견된다. 이윽고 그 정신은 길이길이 계승되어 2024년의 피터 도에게까지 도달했으니, 이쯤 되면 아카이브의 힘이 피부로 체감될 정도.




1994 FW







1998 SS






2000 SS







JIL SANDER

JIL SANDER 2023 7 DAYS SHIRTS 컬렉션 ⓒjilsander.com



섬세하고 절제된 기교로 패션계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 JIL SANDER. 그들의 영향력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창립자인 질 샌더(Jil Sander)의 미니멀리즘 사랑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라프 시몬스(Raf Simons)를 거쳐 현 디렉터인 루크 앤 루시 마이어 부부(Luke & Lucie Meier)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아카이브에서 발견된 순수한 정체성은 바로 정제된 아름다움이다. 세상에서 가장 담백한 옷을 선보이는 브랜드답게 디테일 대신 순수한 형태를 살려내는 게 특기다.




JIL SANDER 90’s AD




2002 FW










MIU MIU


MIU MIU 2023 FW ⓒwwd.com



미우치아 프라다(Miuccia Prada)의 청춘을 향한 메시지. MIU MIU는 언제나 도전적인 여성들의 룩을 선보여 왔다. 트렌드를 적당히 이해하면서도, 그에 너무 몰입되지 않고 독립적인 색을 유지하는 게 롱런의 비결. 특히 2000년대 초반의 런웨이는 요즘 MIU MIU 스타일의 근원을 잘 보여주는데, 그 뚝심 있는 행보가 오히려 항상 앞서가는 스타일로 발현되는 듯하다.





MIU MIU 90’s AD





1999 SS




2000 FW





BALENCIAGA


BALENCIAGA 2024 SS ⓒhypebeast.com


창립 이후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항상 패션계의 핵심 브랜드로 지목받는 BALENCIAGA. 그들의 유전자는 확실히 다른 브랜드와 뭔가 다르다. 분명 투철한 실험 정신을 가진 DNA가 어딘가에 탑재되어 있다.


덕분에 그들의 아카이브는 놀라움의 연속이다. 특유의 컨셉추얼 한 느낌이 10년 전에도, 20년 전에도 목격되는 걸 보면 이 브랜드의 매력은 매번 ‘탈피’에 가까운 변화를 꾀하는 데에서 오는 게 분명하다.




BALENCIAGA AD









1998 FW







2003 FW










UNDERCOVER


UNDERCOVER 2024 PRE-FALL ⓒstore.undercoverism.com



UNDERCOVER의 아카이브는 거대한 서브컬쳐 아카이브의 궤적을 좇고 있다. 펑크와 SF, 스릴러, 애니메이션, 때로는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유명한 명화까지. 그들의 컬렉션은 예술과 문화를 사랑하는 이들에겐 가장 훌륭한 굿즈나 다름없다. 내가 진짜진짜 좋아하던 것을 옷으로 척척 만들어 주니까.



이처럼 그들의 컬렉션 속엔 항상 정확한 ‘무엇’이 접속되어 있다. 그것은 무슨 개념이나 사상처럼 추상적인 것이 아닌, 어떤 장르나 영화, 실존 인물, 특정 캐릭터처럼 구체적이다. 때문에 난해한 디자인임에도 불구하고 이해가 쉽다.




UNDERCOVER의 티셔츠 그래픽들




1994-95 FW






2008 FW






GIVENCHY


GIVENCHY 2023 FW ⓒvogue.com


GIVENCHY하면 오드리 헵번의 블랙 드레스를 떠올렸던 이들에겐, 지금의 GIVENCHY는 모던함과 세련됨으로 무장한 투사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브랜드의 존속을 위해선 의미 있는 변화가 필수니까.


아무리 그래도 매해 걷잡을 수 없이 스타일이 급변하는 그들. 그 두서없음이 일관적이라 보는 맛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과연 무엇이 GIVENCHY지? 라는 질문엔 아직 선뜻 무어라 대답하기 힘들다. 그래서 준비했다. 2001년까지 디렉팅을 맡았던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의 GIVENCHY를. 그의 무한한 실험 정신의 시작점이 바로 여기니까.





1997 SS COUTURE





1998 FW COUTURE





1999 FW



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



CELINE, MAISON MARGIELA, RAF SIMONS의 아카이브와 더 많은 컬렉션 이미지를 보고싶다면? 아래 링크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https://jentestore.com/promotion/event_view?no=648&event_category=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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