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nd LAB: CHOPOVA LOWENA
패션계는 물론이고 많은 셀럽과 아이돌의 무대 의상에 꼭 등장하며 주목받은 런던 기반의 브랜드, CHOPOVA LOWENA가 포용과 사랑으로 브랜드 정체성을 구축하는 법.
요 몇 년간 주목받는 젊은 듀오 디자이너들의 이력을 훑어보다 생각했다. 패션 스쿨에서 뜻이 맞는 친구를 만나 함께 브랜드를 시작하는 경우가 꽤 되는 것 같다는걸. 분명 혼자보다 둘이 나을 때가 있다. 이는 듀오 브랜드 CHOPOVA LOWENA의 엠마 초포바(Emma Chopova)와 로라 로웨나(Laura Lowena)도 마찬가지였으니.
2011년 런던의 패션 스쿨 센트럴 세인트 마틴(Central Saint Martins)의 여성복 학사 과정을 전공하며 처음 만난 초포바와 로웨나. 이들을 끈끈히 이어준 건 불가리아 전통 의류와 공예 그리고 스포츠 웨어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된 유대감이었다. 그 후 듀오로 같은 학교 석사까지 함께하며 졸업 후 2017년부터 지금까지 각자의 성에서 따온 CHOPOVA LOWENA라는 이름으로 함께 하는 중이다.
이 듀오의 대표적인 아이템은 단언 카라비너가 달린 플리츠 스커트다. 불가리아의 전통문화와 80년대 스포츠 웨어에서 영감받아 새로운 아름다움을 창조해 나가는 이들의 미학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작업의 정수라 할 수 있겠다. 역시 패션의 묘미는 발상의 전환 아니겠는가.
CHOPOVA LOWENA 이전에 그 누가 암벽등반할 때 쓰는 카라비너를 스커트에 장식할 생각을 했을까. (클라이밍에서 카라비너의 쓰임이 궁금하다면 Stories: Climbing을 참고하자.) 함께 센트럴 세인트 마틴 석사 프로그램을 시작한 이 듀오는 학위 과정의 일환으로 컬렉션을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이러한 스커트가 탄생하게 된 것. 졸업 후에도 개발에 개발을 거듭했고, LVMH 프라이즈 최종 후보에도 오르며 패션계에서 확실한 눈도장을 찍는다.
불가리아의 전통 의상 스커트인 '브루흐니크(bruchnik)'에서 영감받은 CHOPOVA LOWENA의 스커트.
불가리아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미국인 초포바와 암벽 등반에 관심이 많은 영국인 로웨나는 불가리아 전통 민속 의상에 후크, 하네스, 등산용 카라비너 등 스포티한 소재를 접목시켰다. 이러한 디자인의 스커트는 불가리아의 전통 의상 스커트인 '브루흐니크(bruchnik)'에서 따온 것.
처음에는 옷 사이에 주름을 만들기 위해 100번 가량 젖게 하고 다시 말리는 과정을 반복했다고. 하지만 이 과정 자체가 너무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했기 때문에 후에는 세계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의류 주름 회사 중 하나인 CIMENTING PLEATING와 협업하며 더욱 본격적인 스커트 제작에 들어가게 된다.
패션계에서 지속 가능성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저 공허한 외침일 뿐. CHOPOVA LOWENA는 이 부분을 제대로 알고 있다. 그래서 지속 가능성에 대해 잘 모르는 소비자의 윤리적 구매를 이끌어내고자 디자인을 비롯한 미학에 더, 더, 더 집중한다.
CHOPOVA LOWENA 2020 FW RTW, CHOPOVA LOWENA 2022 FW RTW
실제로 환경에 대한 깊은 책임 의식이 옷 제작 공정에서 드러난다. 브랜드나 공장의 남은 직물을 찾아내어 새 생명을 불어넣고 그와 동시에 옷에 새로운 맥락을 부여하고 공예적인 면모를 담아낸다.
지속 가능한 건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의류 소재뿐만이 아니다. 옷을 디자인하고 만들기 위해 함께하는 이들과의 관계도 ‘지속 가능’해야 한다. 지구 환경 문제는 물론 제작 과정에 관여하는 모든 인재를 윤리적으로 책임감 있게 돌보는 데 집중한다.
처음엔 둘이었지만 본격적으로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디자인을 제외한 비즈니스 업무를 해야 하는 순간이 찾아왔다. 이때 이 듀오는 주변에서 답을 찾았다. 회계사로 일한 적 있는 로웨나의 어머니가 회계를 맡고, 초포바가 자란 불가리아의 공장 장인들에게 교육을 제공하며 정교한 작업이 필요한 가죽 벨트와 카라비너로 장식된 킬트를 제작했다는 사실. 또, 초포바의 어머니는 장식 키링을 만들기 위해 투명 레진에 생화를 넣어 보존하는 방법을 배우기까지 했다고.
디자이너는 컬렉션으로 말을 한다. 2020년부터 지금까지 브랜드를 전개해왔지만 실제로 런웨이에 선 건 단 두 번. 매 시즌 어떤 트렌드가 다가와도 흔들림 없이, 독보적인 아이덴티티로 승부하는 강단이야말로 CHOPOVA LOWENA를 대표하는 단어다.
런던 포체스터 홀(Pochester Hall)에서 열린 첫 번째 런웨이 쇼. 이 듀오가 얼마나 이 쇼를 기다려왔을지는 짐작 가능할 터. 공교롭게도 쇼가 열린 즈음 런던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로 국가적인 애도 분위기 속에서 여타 럭셔리 브랜드들이 쇼를 취소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산 자들의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 결연함이 느껴지는 모델들의 표정과 타탄 프린트, 주름 장식, 메탈 주얼리, 만화 프린팅이 뒤섞이며 혼돈 속에도 듀오 디자이너가 지향하는 민속적인 컬트 펑크룩은 선명하게 보였다.
CHOPOVA LOWENA 2023 SS RTW
로웨나의 고향, 영국 서머셋(Somerset)에서 열리는 고대 봄 축제 ‘Flora Day’에서 영감받은 2024 SS 컬렉션. CHOPOVA LOWENA가 가족을 비롯해 남자친구, 친구, 동료들을 직접 무대에 세워 더 흥미로웠던 이 쇼가 열린 장소는 바로 런던의 BAYSIXTY6 스케이트 파크였다. 레이스와 프릴 디테일을 필두로 아일렛 셔츠, 카라비너 플리츠 스커트, 꽃무늬 단추가 눈길을 사로잡았는데..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시크한 스케이터 보이 무드를 상상하여, 그 자리에 데려다 놓은 것이었다.
CHOPOVA LOWENA 2024 SS RTW
Vogue는 ‘왜 모두가 CHOPOVA LOWENA 스커트를 입는가’ 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기도 했을 정도로 아이코닉한 아이템으로 자리 잡은 카라비너 체크 스커트.
핫한 디자이너 브랜드라면 누구보다 먼저 입고 나타나는 Dua Lipa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CHOPOVA LOWENA로 차려입은 모습.
두아 리파(Dua Lipa)
확실한 트렌드였던 90년대, Y2K 스타일과 함께 잇템으로 자리 잡은 CHOPOVA LOWENA 스커트는 팝스타들이 즐겨 입는 아이템 중 하나다. 어떻게 코디 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의 무드를 자아낼 수 있기 때문.
Charli XCX(찰리 XCX), 마돈나(Madonna)
줄리아 폭스(Julia Fox), 릴 나스 X(Lil Nas X)
누구나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을 때가 있는 법. 그럴 때 CHOPOVA LOWENA는 탁월한 선택이 되어줄 것이다.
키치한 무드의 프린팅 탑을 전면으로 드러내기 부담스럽다면? A$AP Rocky처럼 탑 위에 베스트를 입어 주는 것도 방법.
로잘리아(Rosalía), 리한나&에이셉 라키(Rihanna&A$AP Rocky)
과거와 현재, 복잡성과 균형 그리고 클래식과 펑크, 얼핏 보면 상반된 요소들을 조합하여 하나의 피스로 아우르며, 지속가능성이라는 하나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CHOPOVA LOWENA. 이는 지구와 주변의 다양한 존재에 대한 사랑과 포용 정신이 없다면 분명 불가능한 일. 그러니 어떤 성별, 체형, 국적을 가졌건 당신도 이 듀오의 뮤즈다.
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