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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testore 젠테스토어 Feb 13. 2024

빌딩 숲에서 카우보이 스타일로 살아남기

Trend: Cowboy Core

Trend: Cowboy Core

빌딩 숲에서 카우보이 스타일로 살아남기




뜨거운 태양 아래 모래와 날카로운 바람 속 말을 타며 땀 흘리던 카우보이 한 명 정도는 마음에 품어두자. 그들이 입던 웨스턴 스타일은 잊을만하면 돌고 돌아 다시 올 테니까.




미국 서부 개척과 함께 탄생하다

미국 서부 개척의 주역인 카우보이. 하지만 이들의 원조는 멕시코였다. 역사적 배경을 보면 카우보이 문화로 유명한 텍사스, 캘리포니아 같은 지금 미국의 남서부 지역은 오랜 시간 멕시코와 스페인의 지배하에 놓여있었기 때문. 말과 소를 관리하던 풍습을 가지고 있던 이들을 ‘Vaqueros’로 불렀는데 이 호칭 또한 스페인어에서 비롯된 것이다.


멕시코의 원조 카우보이 ‘Vaqueros’.©tamusa.edu
©freerangeamerican.us, ©enfntsterribles.com


어디 새로운 곳을 개척해가는 일이 아름답기만 하겠는가. 서부를 향해 나아가던 미국인들에게 저항하던 인디언들과 시도 때도 없이 본인과 가족, 소를 노리는 이들로 인해 카우보이에게 총은 항시 필수품이었다. 법과 제도가 무색한 시기였기에 스스로를 지켜야 했던 당시의 시대상은 아래의 영화들만 봐도 알 수 있을 것. 1920년부터 할리우드가 제작한 카우보이 소재의 영화들은 카우보이 스타일이 세계적인 인기를 얻는데 큰 역할을 한다.


©cinemorgue.fandom.com, ©movies.fandom.com, ©discover.hubpages.com

영화 ‘와일드 번치(The Wild Bunch, 1969),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Once Upon a Time in the West, 1968), 영화 ‘수색자(Searchers, 1956)






런웨이에서 만나요, 카우보이

기존에 카우보이들이 입던 옷이 하나의 패션 스타일이 되면서, 하우스 디자이너들은 이들이 가진 멋을 재발견해 런웨이에 세웠다. LOUIS VUITTON의 남성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퍼렐도 마찬가지. 2024 FW 맨즈 컬렉션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그의 쇼는 지금의 카우보이들을 쇼장에 가득 세워 보였으니.


LOUIS VUITTON 2024 FW ©vogue.fr



챙이 넓은 카우보이 모자부터, 웨스턴 셔츠, 빈티지한 데님, 프린지 디테일의 코트, 화려한 웨스턴 부츠까지. LOUIS VUITTON 하우스의 유산인 프랑스 감성과 카우보이 미학을 섞어 전통적인 파리 스타일에서 벗어난 미국 서부 스타일을 선보인 퍼렐.


미국 서부의 먼지 낀 평원을 거닐되, 뻔한 스테레오 타입은 거부할 것. 그가 보여준 카우보이의 정신이었다.


LOUIS VUITTON 2024 FW©vogue.com


트렌드를 넘어 스테디로 자리 잡은 웨스턴 스타일이지만 웨스턴이라고 해서 다 같은 웨스턴은 아니다. 퍼렐이 이번 컬렉션을 준비하며 미국 서부 스타일, 일본의 워크웨어, BODE, Ralph Lauren같은 브랜드들을 참고한 것처럼 말이다.



원조의 진정한 맛을 보여주겠다

왜 수많은 맛집들이 그토록 ‘원조’를 내세우는 것일까. 실제로 맛보면 클라스가 확실히 드러나기 때문이지 않을까. 그렇다면 카우보이 패션에서 원조 격인 브랜드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그간 만들어 낸 패션이 ‘미국적’의 상징, 그 자체가 된 Ralph Lauren 말이다. 당연하게도 이들의 런웨이에선 카우보이 스타일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Ralph Lauren 2024 RTW, Ralph Lauren 2023 SS ©vogue.com


Marc Jacobs와 Dries Van Noten 밑에서 일하던 미국 디자이너 스펜서 핍스(Spencer Phipps)가 2017년에 시작한 브랜드인 PHIPPS. 카우보이 스타일과 아웃도어 활동을 섞어 새롭게 조합해 내는 그의 컬렉션은 보는 이로 하여금 웨스턴 바람을 한껏 불어넣는다.


PHIPPS 2023 FW ©vogue.com


흥미로운 건 미국 발 브랜드들은 꼭 성조기가 그려진 카우보이 스타일의 아이템을 빼먹지 않고 만든다는 것.



BODE 2024 RTW, BODE 2024 FW ©vogue.com



웨스턴에 유럽 취향 한 스푼 더했더니

스파게티 웨스턴(Spaghetti Western)이라는 용어가 있다. 카우보이들이 말을 타던 미국 서부를 배경으로 유럽에서 제작된 영화를 뜻한다. 이름에 스파게티가 들어가는 건 대부분 이탈리아의 자본을 바탕으로 촬영됐기 때문.

그 영화들처럼 유럽의 패션 하우스들 또한 미국의 카우보이들에 대한 자신의 해석을 제시해 보였는데 이탈리아 밀라노의 Dsquared2는 프린지 디테일이나 가죽 벨트 같은 웨스턴 코드를 가져와 재미있게 풀어냈다.


Dsquared2 2024 FW ©vogue.fr
Christian Dior Resort 2023 ©vogue.com
Martine Rose 2024 FW ©showstudio.com


카우보이를 대표하는 디테일인 프린지가 주렁주렁한 가죽 재킷을 선보인 Egonlab.


Egonlab 2024 FW ©vogue.com





웨스턴 스타일이지만 제조국은 일본이랍니다

서양에서 카우보이가 탄생했다면, 아시아에는 일본이 재해석한 카우보이 스타일이 있다. NEEDLES, WACKO MARIA, KAPITAL, 아래의 사진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알게 될 것이다. 거칠고 섹시한 카우보이를 어떻게 브랜드들이 각자의 방식들로 길들였는지.


NEEDLES 2024 SS ©orimono.plus
WACKO MARIA 2023 FW ©wackomaria.co.jp



일본을 넘어 세계에 이름을 알린 브랜드 중 하나인 TOGA. 이들이 내놓는 아이템 속 곳곳에는 스터드 디테일 같은 웨스턴 무드가 묻어난다.



TOGA PULLA X PORTER, TOGA VIRILIS 2023 SS ©hypebeast.com
Sasquatchfabrix 2020 SS ©orimono.plus
VISVIM 2022 FW, VISVIM 2017 FW ©highsnobiety.com, ©hypebeast.com



빌딩 숲에서 살아남는 요즘 카우보이&걸 되는 법

도시를 살아가는 우리라지만, 가끔은 날 것 그 자체인 카우보이 스타일에 끌리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준비했다. 이대로만 입으면 당신도 카우보이&걸 스타일 완전 정복 가능.



일단 머리부터 발끝까지 데님으로


카우보이라는 단어가 주는 날 것의 느낌이 있다. 마치 돌도 씹어 먹을 것 같은. 단순한 편견은 아닐 것이다. 실제로 카우보이들은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말 위에서 작열하는 태양과 매서운 바람에 맞서며 보내야 했으니까. 당시 뛰어난 내구성과 동시에 대량 생산으로 구하기 쉬웠던 데님(Denim)은 카우보이에게 최적의 소재였다.


©levi.com

카우보이 데님 웨스턴 핏의 정석.



처음에는 단순히 편안함과 투박함이 일상복이자 작업복으로 자리 잡게 한 이유였지만, 지금은 그 모든 시간을 지나 가장 미국스러움을 상징하는 아이템 중 하나가 된 데님. 게다가 한 번 장만하면 오랫동안 두고두고 클래식한 무드를 연출할 수 있는 건 덤이다.


ISABEL MARANT 2024 SS ©hypebeast.com
KOZABURO 2024 SS ©hypebeast.com
KENZO x Levi’s 2023 FW ©complex.com
PRADA 2023 SS ©vogue.com


꼭 머리부터 발끝까지 웨스턴 아이템으로 중무장하지 않아도 된다. 포인트가 될 아이템 하나만으로도 색다른 스타일링을 하기엔 충분하니.




웨스턴 부츠만 신어도 됩니다


카우보이 스타일에서 딱 하나의 아이템만 사야 한다면 주저 없이 웨스턴 부츠를 택할 것이다. 어떤 룩에도 웨스턴 부츠만 신어주면 그날은 카우보이의 개척 정신이 대담한 선택의 길로 이끌어 줄 것만 같으니까.


©harpersbazaar.com

웨스턴 부츠 앞 코가 뾰족한 이유?
정답: 말 위를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는 사람에게 유리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디자이너들의 웨스턴 부츠 사랑. 긴 기장의 원피스에 입어도, 숏한 스커트에 입어도 뾰족한 앞코와 특유의 화려한 패턴이 룩에 존재감을 확실히 살려준다.


GANNI 2024 SS, GANNI 2023 SS ©vogue.com, ©voguescandinavia.com


Dries Van Noten 2023 SS ©hypebeast.com
LOUIS VUITTON 2024 FW, PRADA 2023 SS ©footwearnews.com, ©vogue.com



웨스턴 셔츠도 물론 잊지 말고요


스터드 디테일, 보안관 브로치, 섬세한 자수 패턴이 그려진 웨스턴 셔츠는 카우보이 스타일을 대표하는 룩 중 하나다. 실제로 서부 개척이 한창이던 시기에 카우보이 활동만으로는 생계를 꾸려나갈 수 없던 카우보이들이 보안관으로 활동했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

Richardson 2023 FW ©hypebeast.com
WYTHE 2023 SS, Dries Van Noten 2023 SS ©vogue.com


여느 때처럼 무채색이 주를 이뤘던 LEMAIRE 쇼에서 돋보였던 건 칼라 장식의 웨스턴 셔츠였다.


LEMAIRE 2024 FW ©lemaire.fr
The Letters 2024 FW ©the-letters.net



체온과 스타일 모두 지켜 줄 자켓 걸치기


언제나 밤은 찾아온다. 서늘한 공기 속 체온을 유지해야 하는 우리의 카우보이&걸들에게 필요한 건 가죽 자켓.


Casablanca 2023 SS ©hypebeast.com
Dsquared2 2023 FW, KNWLS 2023 FW ©vogue.com, ©knwls.com
Aimé Leon Dore 2023 SS, BED.J.W 2023 FW ©porhomme.com, ©hypebeast.com



카우보이 모자로 완성


이제 마지막이다. 여기까지 읽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웨스턴 스타일을 도전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 카우보이 모자를 추천한다. 쓰는 것만으로도 웨스턴 무드를 물씬 풍길 수 있을 테니.


MIU MIU, Cult Gaia 2023 SS ©miumiu.com, ©vogue.com
KNWLS 2022 SS, Malbon Golf 2023 FW ©hypebeast.com



미국 패션의 대표 주자 랄프 로렌의 조카로 알려진 Greg Lauren. 챙 넓은 카우보이 모자가 햇볕을 막기 위해 그리는 특유의 곡선은 어쩐지 사람을 들뜨게 하는 힘이 있다.



Greg Lauren 2023 SS ©vogue.com


인생을 살다 보면 때때로 의도와는 다르게 흘러가는 순간들을 마주한다. 한 번 빠지면 좀처럼 헤어 나올 수 없는 마성의 카우보이 스타일도 그렇게 탄생했다. 거친 황야에서 자신과 가족, 소를 지켜야 했던 카우보이들이 원했던 건 멋보다는 생존이었을 테니.


거친 섹시함으로 대표되는 이들의 스타일이 실은 지켜야만 하는 삶의 무게와 애정에서 비롯되었다는 걸 깨달으면, 누군가에겐 카우보이 스타일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갈지도 모르겠다.




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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