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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testore 젠테스토어 Feb 27. 2024

하나의 장르가 되어버린 북유럽 스타일

Culture: Northern Europe


Culture: Northern Europe

하나의 장르가 되어버린 북유럽 스타일






에디터에겐 북유럽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lbbonline.com

버스 정류장에서 넓은 간격을 유지하며 버스를 기다리는 핀란드인들.



저렇게까지 거리를 둘 일 인가 싶지만, 북유럽 사람들이 ‘퍼스널 스페이스’에 대한 개념을 중요시 여긴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공간을 침범당하면 불편함을 넘어 불쾌감을 느끼는 이들이 있기 때문에 이를 존중하여 사진처럼 멀리 떨어져 있는 것.

스웨덴에서도 이러한 북유럽의 개인주의 문화가 드러난 사례가 있었으니. 바로 몇 년 전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스웨덴 게이트’. 해외 사이트 레딧(Reddit)에 올라온 질문이 그 시작이었다. “다른 사람의 집에서 문화, 종교 차이 때문에 겪은 이상한 일이 있다면?”

이에 한 유저가 어릴 적 스웨덴 친구의 집에 놀러 가 저녁 시간이 됐지만 친구의 엄마가 자신에게는 밥을 주지 않았고, 친구가 밥을 다 먹고 올 때까지 방에서 기다려야만 했다는 댓글을 단것이 발단이었다.



©maily.so

좁은 방에 사는 해리포터 사진으로 절묘하게 표현한 스웨덴의 비접대 문화.



손님이 오면 당연히 대접한다는 세계의 보편적인 관습에 반하는 일이라 스웨덴의 ‘비접대 문화’는 더욱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 것. 심지어 그 손님이 어린이일지라도 얄짤없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했는데.. 북유럽의 극적인 개인주의 문화가 고스란히 드러난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개인주의는 지금의 북유럽이 복지국가로서 위상을 가지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개인의 공간과 시간을 존중하는 이들의 문화를 이해하면 앞서 언급한 문화가 이해되기도 한다. 게다가 유럽에서 인구가 적은 편인 북유럽은 애초에 척박한 기후 조건으로 작은 사회의 분위기가 강하기도 하다. 그러니 혹여나 그런 스웨덴 사람을 본다면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자.






북유럽 라이프 스타일, 한 번쯤은 검색해 봤죠?


모든 것엔 양면이 있는 법. 춥고 긴 겨울, 목재가 많았던 자연 환경적 요소 덕분에 전 세계에서 하나의 장르이자 라이프 스타일로 잡은 북유럽 디자인이 탄생할 수 있었으니.


©hgallery.com

20세기 덴마크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한스 웨그너(Hans Wegner)가 디자인한 의자.

©finnishdesignshop.com

조명을 다양한 소재로 감싸는 덴마크 톰 로쏘(Tom Rossau) 조명,
북유럽 인테리어를 대표하는 루이스 폴센(Louis Poulsen)의 조명.



북유럽 국가들을 포함한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이라는 말이 처음 등장한 건 1951년 영국 런던에서였다. 런던의 한 가구점에서 열린 북유럽 가구를 모은 전시회 명칭이 바로 스칸디나비안 디자인 포 리빙(Scandinavian Design for Living)였던 것. 이때부터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은 기능적이면서 자연스럽고 군더더기 없는 단순함을 앞세워 유럽에서 미국, 전 세계로 퍼졌다.



©google.com

구글에 ‘북유럽 스타일’로 검색했을 때 나오는 이미지들.





북유럽이 전 세계에서 행복 지수가 높은 비결


덴마크에는 ‘휘게(Hygge)’라는 단어가 있다. ‘아늑함’을 뜻하는 말로 가족과 친구와 함께하는 삶을 중시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의미한다. 북유럽인이 추구하는 삶 속에서의 휴식과 여가, 행복에 대한 관심을 반영한 단어다. 때문에 휘게를 빼놓고선 스칸디나비아 스타일, 북유럽 라이프 스타일을 논할 수는 없는 일.


스웨덴 스톡홀름 기반 브랜드 TOTEME



휘게와 같은 맥락에서 쓰이는 스웨덴의 라곰(Lagom)이라는 단어도 있다. 스웨덴어로 너무 많지도, 너무 적지도 않는 상태라는 의미의 이 단어는 우리말로는 충분하게 적절하게, 넉넉한, 중간 정도로 설명될 수 있겠다.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일상 속 행복을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이라는 점에서 휘게와 유사하지만 라곰은 더 나아간다. 휴식과 만남에서 갖는 일시적인 행복감을 넘어서 삶에서의 진정한 만족에 이르기 위해 절제와 균형도 추구하는 것이다.



©perfectdailygrind.com

간단한 빵과 커피를 함께 즐기며 여유로운 시간을 갖는 스웨덴의 피카(Fika) 문화.



이러한 가치 중심적 사고 덕분일까. 스웨덴은 실용성과 편의성 그리고 디자인까지 놓치지 않는 힘을 바탕으로 전 세계 소비자들을 매료시킨 H&M, IKEA, Spotify와 같은 세계적인 기업들의 고향이기도 하다.






리얼 피플들을 위한 리얼 패션


북유럽인들의 일상을 중시하는 경향은 이들의 패션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서유럽에서 소수 엘리트, 귀족의 취향을 반영한 심미적이고 과시적인 오뜨 꾸뛰르 패션을 발전시킨 것과는 달리 북유럽 패션은 보통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항상 입을 수 있는 것에 방점이 찍혀있으니 말이다.

이는 북유럽 사회가 가진 ‘평등’에 대한 생각이 반영된 것이다. 전통적으로 ‘사람은 누구나 평등하다’라는 생각이 기본적으로 깔려있는 북유럽 국가들은 보편성의 원칙(Universal Nature)에 따라 모든 국민에게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삶을 보장하는 복지를 제공한다. 무료 보건 서비스와 교육 시스템, 고용 안정성 등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 국가들이 살기 좋은 나라임은 독자들도 익히 알고 있을 터. 여전히 스웨덴엔 국왕이 있지만 여타 국가에 비하면 서민적인 행보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getours.com


북유럽 패션의 핵심 정신은 계층과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향유할 수 있다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겠다. 그야말로 리얼 피플들을 위한 리얼 패션인 것.





오세요 북유럽, 워라벨을 원한다면


전 세계적으로 밤낮없이 일하기로 악명이 높은 패션 업계라지만 북유럽은 예외다. 그 중심에는 스웨덴 스톡홀름 중심부에 본사를 둔 H&M이 있다. 상징적으로도 그렇지만 재정적으로도 스웨덴 패션을 지배하고 있는 이들의 업무 조직은 가족 친화적인 스웨덴 문화의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career.hm.com

H&M 채용 사이트에 올라온 직원들.



직원의 76%가 여성이라는 H&M은 아이가 있어도 일하기 편한 사내 문화를 발전시켰다. 물론 이 안정성이 고도의 변화를 추구하는 패션인이라면 따분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H&M의 캠페인 사진에서도 북유럽의 패션 경향이 드러난다. 평범한 사람들에게 부담스럽지 않도록 스타일링에서 하이패션적 요소를 배제하는 것이다. 유행을 앞서가는 것처럼 보이지 않도록 하는 전략을 내세우기도 한다.



©theimpression.com

H&M 2024 SS Ad Campaign







스칸디나비아 반도가 제시하는 쿨함


60년대 이후 파리나 오뜨꾸뛰르 디자이너들에게서만 독점되던 패션계에서 탈출구를 찾은 스칸디나비아 반도. 스타일리시하면서도 실용적인 동시에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코펜하겐 패션위크부터 스톡홀름 패션위크까지, 이들을 한 데로 모으는 단어는 지속가능성과 다양성이다.



©voguescandinavia.com


놀랍지도 않은 것이, 북유럽의 화두는 언제나 지속가능성과 환경이었다. 나고 자란 자연환경을 그대로 패션에 적용하는 이들의 런웨이에서 자연을 담은 옷들을 찾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Stamm 2024 FW, Gestuz 2024 FW

©vogue.com

Henrik Vibskov 2024 FW, GANNI 2024 FW



스칸디나비아 여성들의 스타일을 기반으로 한 ‘스칸디 쿨(Scandi-Cool)’이라는 말을 들어봤는가. 실제로 있는 말이다.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여성들을 넘어 세계 여성들을 마음을 훔친 CECILIE BAHNSEN도 코펜하겐에서 시작한 브랜드다.



©ceciliebahnsen.com

CECILIE BAHNSEN 2024 SS

Wood Wood 2024 FW, Han Kjøbenhavn 2024 FW, Rolf Ekroth 2024 FW

Paolina Russo 2024 FW, Mfpen 2024 FW, Forza Collective 2024 FW
©vogue.com



런웨이에 서는 모든 브랜드를 하나의 아이덴티티로 규정하기는 힘들다. 이는 패션을 즐기는 북유럽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개인주의적 성향을 맘껏 발휘하여 하이 브랜드와 패스트 브랜드, 빈티지를 넘나들며 한 착장에 담아낸 이들의 스타일링은 편안함과 우아함이 공존한다.



©vogue.com
©elle.com

오락가락하는 북유럽의 날씨 탓에 능숙한 레이어링 솜씨를 엿볼 수 있는 것도 그 특징.



겨울에는 밤이 길고, 인구 밀도가 낮은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 자연은 벗어날 수 없는 존재다. 그러니 자신을 자연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북유럽인들의 가치관은 살기 위해 체득한 태도에 가까울 것이다.

덴마크인들에겐 얀테의 법칙(Jante's Law)이 있다. 11개의 항목으로 이뤄진 이 법칙의 핵심은 이렇다. 스스로를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말 것, 그렇게 겸허한 태도로 일상 속에서 행복을 찾을 것.

결국 우리를 살아가게 만드는 건 거창한 일이 아닌 일상을 꾸려나가는 사소한 애정 어린 순간들이다. 북유럽인들이 만드는 옷, 가구, 디자인이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건 그 안에 담긴 일상의 여유로움에서 생동하는 삶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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