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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testore 젠테스토어 Mar 05. 2024

영화 <듄>의 세계관을 완성하는 패션

Stories: The Best Looks From the Dune

Stories: The Best Looks From the Dune

영화 <듄>의 세계관을 완성하는 패션




3년 만에 베일을 벗은 영화 <듄: 파트 2>.
그 장엄한 세계관 속 존재감을 드러낸 패션을 조명하다.

<듄> 배우들의 시사회 착장이 연일 화제다. 얼마 전 영화 홍보차 한국 땅을 밟은 티모시 샬라메(Timothee Chalamet), 그가 시사회에서 입고 나타난 건 국내 브랜드 JUUN.J. 현지 디자이너를 서포트하고 싶었다는 게 그 이유였다.


©tmz.com


이뿐만이 아니다. 소셜 미디어에서 뜨거운 화제를 불러일으킨 사이보그를 연상시키는 착장의 젠데이아(Zendaya)가 있으니. 런던 시사회에서 선보인 해당 착장은 MUGLER 1995 FW에서 선보였던 아카이브 피스였다. 그간 SF 장르 영화 <듄>에 맞는 스타일링을 선보이며 시사회에 등장했던 젠데이아지만,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아주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


©people.com

런던 프리미어에서 각자의 개성이 돋보이는 룩을 선보인 <듄: 파트2> 출연진.


©GARETH CATTERMOLE/GETTY IMAGES, ©Vianney Le Caer/Invision/AP




성공한 덕후가 영화를 만들 때

장대한 스케일과 압도적인 세계관의 <듄>을 세상에 내놓은 드니 빌뇌브(Denis Villeneuve) 감독.

감독 드니 빌뇌브 ©twitter.com


어린 시절부터 소설가 프랭크 허버트(Frank Herbert)의 <듄>을 읽으며 자란 덕후로 알려진 그는 스크린에 <듄>을 제대로 구현해내는데 진심이다.


드뇌 빌뇌브 감독이 13살의 나이에 친구와 함께 그린 <듄> 스토리보드 ©twitter.com


SF라는 장르가 가진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어떤 공간, 캐릭터, 의상, 이동 수단 등을 진짜처럼 보이게 하려는 그의 노력은 말하면 입 아플 정도다. 이번에 개봉한 <듄: 파트2>도 실제 같은 느낌을 주고자 대부분 실제 사막에서 직접 촬영했고, <듄> 세계관을 대표하는 잠자리 헬리콥터 '오니솝터' 또한 직접 제작했다고 하니 말이다.


©cntraveler.com

요르단 아부다비 사막에서 주로 촬영된 영화 <듄>의 한 장면.

©screenrant.com

직접 제작한 잠자리 헬리콥터 '오니솝터'.

©polygon.com


이미 여러 차례 영화화된 <듄>이지만, 데이비드 린치(David Lynch)같은 거장 감독들이 지나온 길을 그대로 답습하는 작업에는 관심이 없는 듯한 드뇌 빌뇌브 감독. 자신이 어린 시절 본 SF 소설이 지닌 힘을 믿고 자신만의 영화적 언어로, 혼신을 다하는 것이 그의 스타일이다.


첫 <듄>이 개봉한 이후 휴식 시간을 가질 틈도 없이 바로 <듄: 파트2> 촬영에 돌입해 결과물을 완성해 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는 <듄: 파트2>를 두고 "열심히 일했지만, 기술적으로나 다양한 방면으로 쉽지 않았다. 내 커리어상 가장 어려웠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듯 세계적인 거장에게도 쉽지 않은 도전이었음을.




방대한 세계관에 맞먹는 방대한 패션


방대한 세계관 속 등장하는 인물들이 입은 적절한 코스튬이야말로 이 영화가 전 세계 팬들에게 사랑받는 이유일 것. 뻔한 SF가 아닌 현실적인 느낌을 주고 싶었던 드뇌 빌뇌브 감독은 <듄>의 의상을 업계 최고의 코스튬 디자이너 재클린 웨스트(Jacqueline West)와  밥 모건(Bob Morgan)에게 일을 맡겼고, 그들은 완벽한 결과물로 답했다.


코스튬 디자이너, 밥 모건(Bob Morgan)과 재클린 웨스트(Jacqueline West) ©costumedesignersguild.com


한 인터뷰에서 함께 작업한 배경을 언급한 재클린 웨스트.


“나는 감독에게 SF 영화 작업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건 내 일이 아니었다”며 처음에는 단호히 거절했다고. 그러고 드니 뵐뇌브 감독이 다시 연락이 와서 “(내 영화가) SF처럼 보이고 싶지 않아서 오히려 당신과 일하고 싶다. 오히려 나는 영화가 고전적인 느낌을 주기를 원한다”라며 설득해 작업이 시작됐다고 한다.



<듄> 콘셉트 코스튬 아트워크 ©thewrap.com



오로지 영화 <듄>을 위해 2천 벌에 가까운 의상에 디자이너 200여 명이 동원됐다고 하니, 여타 SF 영화들과 비교해도 엄청난 규모다. 게다가 극 중 프레멘들이 주로 입었던 ‘스틸 슈트’를 제외하고는 원작 소설에 의상에 대한 세부적인 설명이 따로 없었다고. 코스튬 디자이너들이 얼마나 머리를 싸매며 고민해야 했을지 상상이 가는 대목이다. <듄>의 특색 있는 의상들이 디자이너가 엄청난 상상력을 발휘하여 전부 새로 만들었던 것이라니!





10,191년, 먼 미래에서 온 의상을 구현해내다


이번에 개봉한 <듄: 파트2>는 더 넓어진 세계관만큼 등장하는 의복 또한 더 다채롭다. 수많은 캐릭터와 배경이 있지만 하나하나 설명하다간 이 글을 영원히 끝낼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하다는 것만 알아 두자. 지금 여기서는 영화 속 주요 인물들이 입는 의상에 집중해 볼 예정이다.



내가 왕이 될 상이라니, 티모시 샬라메


끝내주는 옷걸이의 티모시 샬라메. 극 중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레토 공작의 아들이자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후계자인 폴 아트레이데스다.


©variety.com

미래의 운명에 맞서는 그의 스타일에선 언제나 특유의 여유로운 멋이 느껴진다.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위엄이 드러나는 깃 세운 코트에 가죽 롱 글로브까지. 가문의 클래식하고 미니멀한 무드는 이러한 깔끔한 제복 스타일에서 드러난다. 이는 러시아 제국의 마지막 왕조인 ‘로마노프(Romanov)’ 가문의 옷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wikipedia.org, ©twitter.com

러시아 제국의 마지막 왕조인 ‘로마노프(Romanov)’ 가문, 아트레이데스 가문 의상.



당시 로마노프 가문의 옷은 깔끔한 귀족 의상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권력과 명예를 가진 이들이 결국 마지막엔 몰락했다는 점에서 모티프를 얻었다는 점이 흥미로운 대목이다.


©vogue.com

Hermès 2024 FW, Dior Men 2013 FW

©vogue.com

Haider Ackermann 2020 FW, Saint Laurent 2023 SS




광활한 사막을 살아내는 젠데이아의 스틸슈트


<듄> 시리즈의 여주인공이자 폴의 연인 챠니. 앞서 언급했듯, 프랭크 허버트 소설에서 유일하게 의상에 대한 세밀한 묘사가 있었던 스틸 슈트(Stillsuit)를 주로 입고 등장하는 ‘프레멘(Fremen)’의 뛰어난 전사다.


©vogue.com


거친 사막을 살아가는 프레멘들에게 스틸 슈트는 그야말로 필수품이라고 할 수 있다. 체내의 피, 침 그리고 땀 등 모든 수분을 모아 정화해 깨끗한 물로 만드는 특수한 옷이기 때문이다. 옷이 검은색인 이유도 햇빛을 최대한 흡수하게 해 땀을 내, 물을 더 모으기 위해서라고.


©pinterest.co.kr


겉으로만 그럴듯하게 보이는 게 아니었다. 실제로 코스튬 디자이너들은 신체 수분을 식수로 변환하는 콘셉트의 이 의상을, 쿨링 기능이 탑재된 의상으로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다고 하니. 무더운 사막에서 촬영을 이어나가야 했을 배우들에게 단비 같았을 것이라 예상해 본다.


스틸 슈트는 처음부터 각 배우의 몸에 맞게 제작되어 기능성 스포츠 원단, 나일론, 아크릴 그리고 면을 겹쳐 제작한 것이었다. <듄> 세계관의 상징과도 같은 이 투박하고 슬림한 실루엣의 기능적인 옷을 보고 있자면 모터사이클 슈트, 부츠를 재해석한 BALENCIAGA 컬렉션이 떠오르기도 한다.


©vogue.com, ©hero-magazine.com, ©vogue.com

BALENCIAGA 2020 FW, BALENCIAGA 2023 FW

Johanna Parv 2024 FW, Ann Demeulemeester 2018 FW





피도 눈물도 없는 어둠의 하코넨 전투복


창백한 얼굴에 칠흙같은 어둠만이 가득한 하코넨의 전투복.


©epicdope.com


디자이너에 따르면 이 전투복의 디자인은 독일 나치의 슈츠슈타펠과 개미, 거미, 딱정벌레와 같은 곤충에서 영감받은 것이라고. 실제로 슈츠슈타펠의 악명 높은 제복은 전신이 검은색이며 헬멧도 곤충의 겹눈처럼 이루어져 있다고 하니. <듄>에서 제일 마주치고 싶지 않은 캐릭터를 꼽으라면 이들이다.


하코넨 공식 코스튬 아트 ©latimes.com


이들은 사막 행성인 아라키스에선 겉으로는 그럴듯한 후드를 착용하지만,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병사들의 공격을 제대로 방어하지도 못하고, 프레멘들의 크리스 나이프에 단번에 뚫리며.. 의외로 외강내유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니 명심하자. 겉모습이 다가 아니다.


©vogue.com

LUIS DE JAVIER 2024 SS, Heliot Emil 2023 FW

©hypebeast.com, ©theimpression.com

Han Kjøbenhavn 2024 FW, YEEZY Season 9




새롭게 등장한 섹시한 대머리 빌런, 오스틴 버틀러


<듄: 파트 2>부터 새롭게 등장하는 하코넨 가문의 귀족 청년이자 무정한 암살자 페이드 로타 하코넨역의 오스틴 버틀러.



©twitter.com
©people.com



서늘한 인상의 뱀파이어를 떠오르게 하는 이 캐릭터를 두고 드니 빌뇌브 감독은 "페이드 로타는 어떻게 보면 사이코 같은 킬러고, 믹 재거(롤링 스톤즈의 리더이자 보컬리스트)와 같은 남성적인 섹시함을 잘 표현한 상징적인 캐릭터"라고 표현했다. 그런 만큼 검정, 스판덱스, 레더 소재의 갑옷을 입고선 언제든 칼을 빼들고 싸울 태세를 갖춘 옷차림이다.



중세 암흑기 관련 이미지들을 바탕으로 제작된 하코넨 의상.

©vogue.sg
©vogue.com, ©rickowens.eu

Rick Owens 2024 FW, Rick Owens 2019 SS

©vogue.com

Mugler 2011 FW, Hood By Air 2016 FW




강한 여성의 화려한 실크 드레스, 레이디 제시카


<듄> 세계관의 ‘여자’들은 조용히 강하다. 초자연적 관찰 능력을 가진 레이디 제시카는 <듄>에서 가장 강력한 인물 중 하나로, 제국의 왕좌에 앉을 수는 없어도, 그 왕자에 앉은 남자를 조종할 수 있는 인물이다. 그래서인지 영화 속 옷차림도 차분한 색조가 주를 이루지만, 아이템 하나하나를 보면 화려한 것이 특징.


©movieweb.com


그중 소개하고 싶은 착장은 레이디 제시카의 드레스. 중세 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우아한 드레스와 헤드피스는 모두 수작업으로 제작되었다고 하는데.. 이는 의상 디자이너가 어렸을 때 본 인상 깊은 장면이 반영된 것이었다. 당시 신학교에서 수녀들이 복도를 걸어갈 때 바람에 베일이 날리는 신비로운 모습에서 착안해 게세리트들은 베일을 착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tumblr.com


물론 허버트의 <듄> 소설 속 설정이 컴퓨터와 AI가 사라지고, 장인 정신이 돋보이는 수작업 의류들이 더 많다는 설정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중세의 성모 마리아나 타로 카드의 퀸 소드,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와 지오토의 그림에서 영감을 받은 것.


©thehighculture.resultco.com, ©metmuseum.org

마돈나와 아이(Madonna and Child), 프란시스코 고야(Francisco de Goya)의 작품.

©nataniabarron.com, ©archipanic.com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CRISTOBAL BALENCIAGA)의 이브닝 코트, 1954



<듄: 파트2>에서 제시카의 지위가 바뀌면서 그 또한 의상에서 드러난 것도 관전 포인트다. 전보다는 소재면에는 수수하고, 화려한 장신구도 없지만, 프레멘 알파벳을 핸드 프린트로 예복에 새겨 넣어 옷을 통해 더욱 서사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듄: 파트 2>의 제시카 ©time.com



음산하고도 오묘한 기운의 베네 게세리트


긴 예식모를 쓰고 전체적으로 검은 복장을 한 베넨 게세리트. <듄> 영화의 초반부, 의자에 앉아 상대방을 꿰뚫는 듯한 이들은 항상 검은 가운을 두르고 있다.


©vogue.com


우주의 주요 세력 중 하나이자 초능력자 집단인 이들의 엄숙하고도 장엄한 분위기는 의상이 제 역할을 해낸 것으로 볼 수 있다.


©vogue.com

Comme des Garçons 2015 FW, Yohji Yamamoto 2015 FW Fall

©wwd.com, ©vogue.com

Gareth Pugh 2013 SS, Richard Quinn 2023 SS




헤드 피스의 무게를 견뎌라, 플로렌스 퓨


©imdb.com


마지막으로 <듄: 파트 2>의 새로운 등장인물 중 한 명인 황제의 딸 이룰란 공주 역의 플로렌스 퓨. 존재감 있는 메탈릭 헤드피스를 하고서 등장한 모습이 눈길을 끄는데, 어디서 온 것인고 하니.


©twitter.com

Rabanne의 20 FW과 Alexander McQueen 2012 SS 컬렉션을 리폼한 것으로 보인다.



중세 시대 가문들의 옷에서 영감을 받은 <듄>의 다른 의상들이 그렇듯, 미래를 배경으로 하지만 고전적인 미학을 담고자 한 드니 빌뇌브 감독의 미학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코스튬이라고 할 수 있겠다.


©nowfashion.com

Rabanne 2020 FW

©vogue.com

Alexander McQueen 2012 SS



드니 빌뇌브 감독에게 <듄>의 영화화는 어린 시절부터 꿈꿔온 일이자, 그의 평생에 걸친 노력의 결과다. 방대한 세계관으로 소개되는 이 영화가 매력적인 이유는 불가능을 현실로 만드는 힘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tumblr.com

<듄: 파트2>의 관전 포인트는 폴(티모시 샬라메)과 챠니(젠데이아)의 사랑 이야기다.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SF 소설을 스크린 속의 현실로 구현해 내기까지, 의상을 만든 코스튬 디자이너를 비롯해 얼마나 많은 스태프들의 애정과 노력이 들어갔을지 감히 가늠하기 어렵다. 영화 속 캐릭터들의 옷은 곧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들과 맞닿아 있고, 그 치열한 고민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듄: 파트2>는 그래서 더욱 사랑할 수 밖에 없다.




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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