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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testore 젠테스토어 Mar 19. 2024

당신이 긱 시크에 끌리는 이유

Trend: Geek Chic


Trend: Geek Chic

당신이 긱 시크에 끌리는 이유




독자들도 이미 숱하게 봐왔을 거다. 드라마 혹은 애니메이션의 클리셰로 등장하는 장면으로, 뻔한 괴짜이던 인물이 새롭게 조명되는 방식을. 마침내 세상이 그들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되는 순간은 그 괴짜가 안경을 벗었을 때였으니까.



©twitter.com




우리가 괴짜에 끌리는 이유


그야말로 못생김의 상징이던 안경과 함께 하던 괴짜의 이미지가 이제는 오히려 사랑받고 있다. 뻔하지 않아서 일까. 덥수룩한 머리에 도수가 짐작 가지 않는 두꺼운 뿔테안경을 쓰고선 집에만 틀어박혀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만 열광하며 평생 유행이라곤 관심도 가져본 적 없을 법한 부류의 사람들, 이들을 일컫는 단어로 사용되던 단어 너드(Nerd).


너드의 정석. ©032c.com



누군가는 이들의 한 가지에 몰두하고, 다른 일에는 신경을 전혀 쓰지 않는 모습에서 고유한 아름다움을 발견했고, 이를 ‘너드미(美)’라 이름 붙였다. 게다가 기존의 너드 룩에서 더 나아가 괴짜, 바보를 의미하는 ‘긱(Geek)’과 세련됨을 뜻하는 ‘시크(Chic)’가 만나 ‘긱 시크’라는 이름의 트렌드가 되어 우리 앞에 나타났으니!

타고난 완벽함에 대한 욕구가 원동력이 되는 올드머니와 같은 트렌드에 비하면 긱 시크는 주류와 정반대되는 것을 추구하는 태도와 맞닿아 있다. 소셜 미디어에서 완벽한 이미지를 갈망하는 시대에서 비주류인 괴짜들에게 눈을 돌려 미학을 발견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또한 숱한 ‘코어’나 트렌드의 물결 속에서 긱 시크 트렌드가 눈에 띄는 이유는 하이 브랜드 런웨이와 스트리트 스타일을 이끄는 셀러브리티, 둘 모두에게 적극적으로 지지 받은 스타일이기 때문.




시크하지 않으면 긱 시크가 아니지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The Devil Wears Prada, 2006)>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남긴 슈퍼 모델 지젤 번천(Gisele Bündchen). 보아라, 지적인 검은색 베요네타 안경과 매끈한 머리, 관능적인 셔츠까지. 지금의 긱 시크가 지향하는 룩의 이데아가 있다면 바로 의심할 여지 없이 그녀의 모습일 테니.


©vogue.com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 등장한 지젤 번천.

©032c.com



긱하기만 하면 긱 시크로 불릴 수 없다. 특유의 세련된 느낌이 있어야 완성되는 이 스타일의 완성은 몸에 딱 맞는 실루엣에서 나온다. 도서관 사서, 비서를 떠올리는 룩에 은근한 관능미와 함께 건들면 물 것 같은 날카로움과 예민함이 그 특징인 ‘오피스 사이렌(Office Siren)’ 트렌드와 결을 함께 하는 긱 시크는 주로 핏한 벙벙한 느낌의 루즈핏보다는 바디라인을 따라 자연스럽게 핏되는 니트, 가디건, 스커트나 팬츠와 함께 주로 스타일링 된다. 여기에 날렵한 앞코의 하이힐까지 착용하면 더할 나위 없을 테고.





런웨이에서 맛보고 즐기는 긱 시크



긱과 시크, 그 어딘가에 자리한 MIU MIU


긱 시크 트렌드를 이끈 주역은 이미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바로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수없이 언급된 MIU MIU. 최근 몇 년간 시즌을 거듭하면서 미우치아 여사가 너드의 진화를 어떻게 ‘시크’하게 풀어냈는지를 훑어보는 것도 흥미로운 요소다.

2022 FW만 해도 순도 100프로 너드 그 자체였다면, 그도 호락호락하지 않은 세상맛을 본 건지.. 점점 타락(?)한 모습이다. 안경이 더 날렵해지고, 소매도 걷히고, 레더 글로브까지 착용하며 모종의 시크함이 룩 전체를 휘감고 있으니 말이다. 그 일련의 진화 과정이 MIU MIU 런웨이에서 어떤 모습으로 등장했는지 궁금하다면, 망설이지 말고 스크롤을 내려 보시라.



©vogue.com

MIU MIU 2022 FW, MIU MIU 2023 FW

©vogue.com

MIU MIU 2024 SS

©vogue.com

MIU MIU 2024 FW





긱 시크의 대표 아이템: 안경


오랜 시간 너드의 상징이었던 악세사리인 안경을 빼놓고는 긱 시크 패션을 논할 수 없을 것.  미디어에서 비춘 괴짜에 대한 진부하고도 뻔한 묘사에는 항상 안경이 함께였으니까. 오로지 안경 본연의 기능에만 집중한 듯한 클래식한 무테든 두꺼운 뿔테든. 누군가는 안경만 쓰면 다 긱 시크 스타일 아니냐고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로 대표적인 아이템이다.



©hypebae.com, ©vogue.com

SHUSHU/TONG 2023 FW, Markgong 2024 SS



긱 시크의 매력은 너디한데 시크하고, 너디한데 섹시한 데서 온다. 무슨 말이냐 하면 의외로 각 잡지 않고 입어도 된다는 말이다. 원래 무드와 충돌해도, 의외라고 생각되어도 괜찮으니. 어떻게 입든 안경 하나만 툭 걸쳐보자.



©vogue.com

OUR LEGACY 2024 FW, HODAKOVA 2024 SS

©vogue.com

Mfpen 2024 FW, Coperni 2024 FW





특유의 범생이 매력에 찰떡궁합, 셔츠 스타일링


캐주얼한 룩부터 포멀한 룩까지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는 이 아이템에 주목하자. 클래식하면서도 다양한 스타일링이 가능한 폴로 셔츠는 긱 시크 스타일에서 아주 요긴하다. DRIES VAN NOTEN부터 HODAKOVA까지 다양한 브랜드에서 선보인 스트라이프 패턴 폴로 셔츠는 특유의 범생이 같은 매력으로 스타일링의 묘미를 더해줄 테니까.



©vogue.com, ©fuckingyoung.es

DRIES VAN NOTEN 2024 SS, 8ON8 2024 FW

©vogue.com

HODAKOVA 2024 SS, Undercover 2024 FW



폴로 셔츠보다 성숙한 느낌을 내고 싶다면 오버핏 셔츠에 주목하자.

Bally처럼 긴 기장의 스커트를 함께 착용하면 그야말로 오피스 룩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긱 시크 스타일링을 시도할 수 있을 테니.

LUAR처럼 상체 실루엣을 부풀린 셔츠에 하의에서는 숏한 기장의 팬츠를 입어 준다면? 실루엣 대비를 준 긱 시크의 괴짜스러운 독특한 매력을 배로 발산할 수 있다. 셔츠 컬러에 맞춘 안경 컬러까지. 이렇게 자꾸 돌아보고 싶은 묘한 너드가 있을까 싶은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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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ly 2024 FW, LUAR 2024 SS





옷장에 하나씩 있는 니트 한 벌이면 충분하죠


굳이 긱 시크 스타일을 위해 새로운 아이템을 살 필요는 없다. 옷장에 하나씩은 다 있는 베이직한 컬러의 니트를 꺼낼 때다. 특히 셔츠 위에 레이어드를 해주면 특유의 단정한 무드의 정석적인 긱 시크 스타일을 즐길 수 있다.


©vogue.com, ©hypebeast.com

The Row 2024 FW, Random Identities 2024 FW


긱 시크의 말 그대로 ‘시크’한 매력을 즐기고 싶다면 착 달라붙는 셔츠에 단추를 풀어주는 것도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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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CCI 2024 SS, CARVEN 2024 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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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ADA 2024 FW, Bianca Saunders 2024 FW





섹시한 너드미의 정석, 수트 셋업


분명 정제된 것 같지만 어딘가 괴짜 냄새를 풍겨 더욱 매력적이다. 섹시하면서도 지적인 매력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던 SAINT LAURENT 2024 SS에서는 이브 생로랑(Yves Saint Laurent)이 귀환한 듯한 모습의 모델이 슈트 셋업으로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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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 LAURENT 2024 SS



그레이 컬러는 고지식함의 상징이기도 했지만, 긱 시크 스타일과 만나면 개인의 지적인 매력을 드러내는 ‘오피스 사이렌’ 트렌드와도 연결된다. 전의 너드 패션이 그저 개인의 지적인 면모에 집중했다면, 긱 시크의 방점은 그로부터 나오는 섹시함에 찍혀 있으니까. 이는 요즘의 긱 시크 스타일이 과거의 그저 뻔하디뻔한 너드의 정의로부터 얼마나 멀리 왔는지를 보여 주는 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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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ctoria Beckham 2024 FW, PRADA 2024 FW

©stevenpassaro.com, ©vogue.com

Steven Passaro 2024 FW, Martine Rose 2024 FW






다시 만난 긱 시크


사실 긱 시크는 완전히 새로운 흐름은 아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메간 폭스(Megan Fox), 제니퍼 가너(Jennifer Garner) 등 셀 수 없이 많은 스타들이 직사각형 프레임의 안경을 쓰고 셔츠의 단추를 푼 모습으로 스타일링한 모습이 여러 차례 목격되어 왔으니.



©032c.com

아드리아나 리마(Adriana Lima), 메간 폭스(Megan Fox), 2007, 제니퍼 가너(Jennifer Garner), 2004





본체의 자신감에서 나오는 아우라


이 시대의 긱 시크 트렌드를 이끈 브랜드가 MIU MIU라면, 스트리트에서 영향력을 발휘한 장본인은 벨라 하디드(Bella Hadid)다.

그녀가 전부터 자주 착용해 화제가 된 ‘베요네타 안경’, 그 이름은 2009년 발매한 비디오 게임 베요네타(Bayonetta)의 주인공 ‘베요네타’가 늘 착용하고 등장하는 안경과 닮아 붙여진 것으로, 직사각형 프레임의 옆이 볼드한 아세테이트 소재의 안경을 말한다.



©vogue.com, ©eurogamer.net

벨라 하디드, 게임 ‘베요네타(Bayonetta)’의 주인공, 베요네타.



이제는 그녀의 시그니처 아이템이 된 얄쌍한 빈티지 안경부터 트랙 탑 혹은 핏한 탑에 클래식한 체크 패턴의 스커트까지. 긱 시크 룩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자신의 것으로 만든 벨라 하디드의 룩은 인터넷 곳곳을 떠돌며 소녀들의 영감이 되어주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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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많은 이들이 그녀의 스타일에 열광하는 건 단순히 스타일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단단한 내면에서 나오는 아우라는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것이기 때문. 평소에 일기를 쓰고 독서를 하며, 명상도 꾸준히 하는 벨라의 내면의 라이프 스타일이 자연스레 스타일에도 드러나는 것이다.





이쯤 되면 감이 올 것이다. 긱 시크라는 건 흔한 안경이나 셔츠만으로 완성되는 건 아니라는 것. 확실한 자신만의 정체성과 내면에서 나오는 자신감에 그저 아이템이 얹어졌을 뿐이라는 걸. 이 말은 다시 생각해 보면 자신만의 자신감만 있다면 긱 시크야말로 큰 부담 없이 자신만의 스타일을 더해 시도해 볼 만한 스타일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elle.com, ©hypebeast.com, ©cosmopolitan.com
©elle.com, ©gq.com, ©hypebeast.com




겉으로 보이는 ‘룩’뿐만이 아닌 개인의 관심사와 라이프 스타일에서 자연스레 어우러졌을 때에서야 패션은 진정성을 가진다. 진정성이 없다면 트렌드도 그저 옷에 지나지 않을 것.

그러니 진정한 ‘긱 시크’는 자신이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지성과 태도가 겸비되었을 때 가능한 것이 아닐는지. 이번 시즌 긱 시크 스타일에 어쩐지 눈길이 갔던 당신이라면 잊지 말자. 긱 시크의 완성은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근거 있는’ 자신감이다.




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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