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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testore 젠테스토어 Apr 02. 2024

일탈을 꿈꾼다면 인디 슬리즈

Culture: Return of Indie Sleaze


Culture: Return of Indie Sleaze

일탈을 꿈꾼다면 인디 슬리즈




2000년대 음악, 패션, 대중문화에 한 획을 그은 인디 슬리즈(Indie Sleaze)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접수했다. 잠시 시간을 돌려 그 시절로 돌아가 보자.





그땐 그랬지, 아이코닉한 그 시절


2000년대 중반부터 2010년 초반 사이의 스타일을 말하는 인디 슬리즈. 당시 어두컴컴한 클럽에 모여 술과 담배, 록과 디스코 음악을 즐기던 힙스터들은 쾌락주의와 반항을 탐미했다. 그 시절 패션이 어땠냐면..



©colleen.nz, ©papermag.com
©maplemag.com, ©vice.com




사진만 봐도 풍기는 그 자유 분방하고 퇴폐적인 분위기. 여기서 잠깐. 지금 우리가 회상하는 그때 그 시절에는 ‘인디 슬리즈’라는 용어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실! ‘인디 슬리즈’라는 이 단어는 패션 라이터이자 틱톡 트렌드 예측가 맨디 리(Mandy Lee)에 의해 탄생한 것이다.



©@indiesleaze

계정에서 소개하는 인디 슬리즈 정복하기.



이후 @indiesleaze 인스타그램 계정이 당시 사진들을 열정적으로 업로드하며 추억을 소환하는 중인데, 이 계정의 소개 글은 이렇다. “2012년 사망한 인디 슬리즈 파티 장면을 기록한다.” 이미 지나가버린 시절에 애정을 가지고 아카이브 하는 이의 사명감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1980년대 패션과 그런지 스타일에 영향을 받은 이 문화의 키워드는 쾌락주의, 파티 문화, 록 음악, 힙스터 등을 꼽을 수 있겠다. 그야말로 인디 슬리즈는 정제되지 않은, 젊고 무모한 불완전한 감정들이 그대로 담긴 문화 현상이었다. 특히 <스킨스>만큼 이 시기를 잘 대변하는 TV 시리즈는 없었다. 2007년부터 2013년까지, 장장 7시즌 간 큰 인기를 끌면서 방영된 이 쇼가 그려낸 건 인디 슬리즈 그 자체였다. ‘Indie’의 지칠 줄 모르는 파티 문화와 동시에 ‘Sleaze’의 ‘더티함’까지 고스란히 담아냈으니 말이다. 그전의 미디어가 청춘들의 젊음을 그저 아름답게 표백해서 보여주는데 중점을 뒀다면, 이 시리즈는 더 나아가 음주, 마약, 섹스, 섭식 장애 같은 얼핏 청소년과 어울리지 않는 세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정신 건강 문제도 드러내는 진지한 면모를 보여줬다.



©telegraph.co.uk

영국 드라마 <스킨스>의 파티 장면은 인디 슬리즈의 정신 그 자체다.



대충 감이 오겠지만, 사실 인디 슬리즈가 거창한 철학이 담긴 현상은 아니다. 아무렴 어떤가. 우리에게 한번 보면 잊을 수 없는 퇴폐미를 가진 패션 아이콘들을 남겨주었으니. 워낙 아이코닉 했기 때문에 이들의 패션은 계속해서 소환되는 중이다. 어떤 이들은 이 시절을 흑역사로 치부하기도 하지만, 누구나 흑역사는 있는 법. 우리 모두 알고 있다. 과거 없는 현재는 없다는 것을.







그 시절 나쁜 GIRL들은 인디 슬리즈를 입었다

에피 병 유발하는 카야 스코델라리오


전 세계에 창궐했던 <스킨스>의 캐릭터 에피(Effy)의 이름을 딴 에피 병. 당시 사춘기를 맞이한 에디터 또한 그 병의 환자(!)였다고 자랑스럽게 고백하겠다. 핸드폰 사진첩은 그녀의 사진으로 꽉꽉 채우고, 배경 화면까지 설정 완료했었으니.



©tumblr.com

에피 병은 이 캐릭터의 치명적인 매력에 심취한 나머지 자신도 현실에서 에피이길 바라는 10-20대 사이에서 유행했던 말이다.



특유의 시크함과 자기만의 세계에 빠진 에피는 지금 봐도 여전히 매력적이다. 그 매력을 더 해준 건 역시 패션이었다. 에피의 패션은 반항적이고 알 수 없는 그녀의 성격을 반영해 영국 그런지 스타일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특유의 짙은 스모키 메이크업과 레더 라이더 재킷에 매치한 디스트로이드 진 혹은 찢어진 스타킹 그리고 보헤미안 무드 한 스푼 더한 목걸이 레이어드까지.



©pinterest.co.kr

그 시절 화질은 덤이다.





헤로인 시크의 정석, 스카이 페레이라


가수 스카이 페레이라(Sky Ferreira) 또한 사진첩의 큰 지분을 차지하던 나의 그녀다. 밤새 즐기고 정돈되지 않은 백금발과 퇴폐미를 물씬 풍기는 아이라인 번진 퀭한 눈이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 거기에 자연스레 우러져 나오는 몽환미까지. 그야말로 헤로인 시크(Heroine Chic)의 정석.



©tangerineefizz.blogspot.com




크롭 톱에 플레어 스커트는 그녀를 대표하는 룩이었다. 그 시절 옷장에 하나쯤은 있었던 아메리칸 어패럴(American Apparel)의 스타일링을 재현해 내면 바로 스카이 페레이라가 아닐지. 거기에 자유분방한 애티튜드와 그녀가 끈적하게 부르는 어딘가 다크한 음악들이 더해져 특유의 시크한 분위기를 완성했다.



©pinterest.co.kr






나열하자면 끝이 없죠


솔직히 그때의 워너비 스타는 한 명 한 명 다 소개하기 어려울 정도다. 알렉사 청(Alexa Chung), 라나 델레이(Lana Del Rey), 케이트 모스(Kate Moss) 등 숱한 스타들이 그 시절을 지나며 퇴폐미 어린 시절의 사진 한 장씩은 남겼으니. 그 사진들은 여전히 인터넷을 떠돌며 새로운 세대에 스타일 영감을 주는 중이다.



©lofficielibiza.com, ©pinterest.co.kr, ©@indiesleaze

알렉사 청(Alexa Chung), 라나 델레이(Lana Del Rey), 케이트 모스(Kate Moss)



맥시멀리즘과 쾌락주의, 파티 문화가 한데 얽힌 인디슬리즈 룩의 대명사 스타들, 전 세계 여성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그 나쁜 여자들도 알고 보면 그렇게 나쁜 여자들은 아니다. 무슨 말이냐면 다 사정이 있다는 거다. 성장통을 겪는 이들은 시대와 세대를 막론하고 언제나 있기 마련. 게다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겪을 수 있는 상위 버전의 누군가를 동경한다는 점에서, 이 나쁜 여자들의 스타일은 영원하다.





음악을 빼놓고 인디 슬리즈를 논하지 말라


인디 슬리즈는 그 이름에 ‘Indie’가 있는 만큼 그 영향은 ‘인디 록’ 음악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 2000년이라는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린 가장 흥미진진한 음악의 대부분은 전통적인 음악에 도전하는 일렉트로닉한 기류를 담고 있었다. 그리하여 새로운 음악의 탄생을 알린 것.

게다가 감각적인 아티스트들이 옷을 허투루 입을 리 없다. 밴드 The Stroke를 필두로 MGMT, Yeah Yeah Yeahs, LCD Soundsystem, Crystal Castles은 음악뿐만 아니라 스타일로도 시대를 풍미했으니.



©indie-mag.com, ©colleen.nz, ©elle.com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MGMT, Crystal Castles, M.I.A



이렇듯 음악과 패션은 실로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디자이너가 바로 에디 슬리먼(Hedi Slimane). 록스타에 영감을 받은 그가 Dior Homme 시절 전반기와 SAINT LAURENT 에서 한 작업들을 살펴보다 보면 그가 얼마나 음악에 진심이었고, 인디 슬리즈 문화를 애정했는지 알 수 있을 것.

“내겐 음악이 항상 먼저였고, 패션은 그 음악을 받쳐주는 존재로서 음악에 대한 내 애정을 극대화시켰다”
-에디 슬리먼(Heidi Slimane)

2000년대 초반, 처음 Dior Homme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패션계에 존재감을 드러낸 그는 당시 뉴욕의 음악 씬을 대표하는 록 뮤지션들의 무대 의상을 담당했다.



©dazeddigital.com

Franz Ferdinand, 2005, The Libertines, 2004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가 남성복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도 앨범 커버 속 무대 의상을 보고 패션에 끌렸기 때문이니까. 이렇게 음악과의 애정 어린 관계는 그의 창작의 원천이 되었고, 패션과 언더그라운드의 재능 있는 뮤지션션의 연결 고리가 되었다.

밴드 The Killers의 프런트 맨 브랜든 플라워스(Brandon Flowes)는 에디 슬리먼이 디렉팅을 맡았던 2000년도부터 2007년도 당시 Dior Homme 제품만 구매했다고 한 인터뷰에서 밝히며 그에 대한 애정을 밝히기도.



©vogue.com, ©lookslikeleather.blogspot.com

Dior Homme 2005 SS, 밴드 The Killer의 브랜든 플라워스(Brandon Flowes)

©vogue.com, ©malefashionista.wordpress.com

Dior Homme 2006 SS

©vogue.com, ©talkslikeagentleman.blogspot.com

Dior Homme 2006 FW



음악 하면 파티가 빠지면 섭섭하다. 밤새 노는 파티에 최적화된 옷들을 런웨이에서 선보였던 제레미 스캇(Jeremy Scott)도 그 시절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디자이너다. 구글에 ‘Indie Sleaze’ 키워드로 검색하면 셀럽들과 함께 찍힌 파티 사진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


©purewow.com

그 시절의 칸예 웨스트(Kanye West)와 디자이너 제레미 스캇(Jeremy Scott)

Jeremy Scott 2010 FW, VERSACE 2011 SS



특유의 밤새워서 놀아야만 할 것 같은 시대정신이 읽히는 당시 런웨이가 쏟아 내던 옷들을 보라.



©nssmag.com

BALMAIN 2009 SS, Jean Paul Gaultier 2011 SS, Dolce & Gabbana 2010 SS





다시 만난 인디 슬리즈


패션은 돌고 돈다. 런웨이에 다시 인디 슬리즈를 세운 건, 역시 에디 슬리먼이었다. 그것도 ‘Age of Indieness’라는 아주 정직한 이름으로.

CELINE 2023 FW에는 2000년대를 풍미한 록 밴드 화이트 스트라입스(The White Stripes)의 ‘Hello Operator’가 사운드 트랙으로 울려 퍼졌고, 런웨이 직후엔 이기 팝(Iggy Pop), 스트록스(The Strokes), 인터폴(Interpol) 그리고 DJ 더 킬스(The Kills)의 라이브 공연이 펼쳐졌다. 에디 슬리먼은 리지 굿맨(Lizzy Goodman)과의 인터뷰에서 그 이유를 밝혔다. 그의 말에서 읽히는 건 인디 슬리즈라는 문화가 왜 지금 다시 언급되고 있는지와 맞닿아 있기도 하다.

“디올 옴므 시절의 디자인과 록 음악 씬을 담은 내 사진 작업물을 돌아봤다. 이 인디 슬리즈 시기가 소셜미디어, 특히 틱톡에 언급되기 시작한 것도 몇 년이 지났다. 우리 모두가 음악, 패션, 문학, 사진을 통해 인디 슬리즈의 정의를 확립하고 있을 때 지금 세대가 태어났고 말이다. 항상 그래왔듯 한 사이클이 지난 지금, 새로운 세대가 이를 돌이켜보았을 때 영감을 받고 그들만의 것으로 만들어내는 데 적합한 시기라고 느꼈다. 아울러 이러한 변화를 마주하며 새로운 인디 시대와 맞물려 간다는 게 꽤 흥미롭게 다가왔다.”



©tag-walk.com

CELINE 2023 FW



그 시절을 지나, 지금의 런웨이가 궁금한 독자들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준비했다. 에디터가 따끈한 런웨이들을 뒤져 찾아낸, 지금 우리가 입기 좋은 인디 슬리즈 정신이 물씬 담긴 아이템들을.

우선 스카프 하나를 준비하자. 70년대 록스타들의 정신이 담긴 가늘고 긴 스카프는 인디 슬리즈를 대표하는 아이템! 목이 심심하면 진정한 인디 슬리즈 러버라고 할 수 없을 것. CELINE처럼 목걸이를 최대한 레이어드하는 것도 방법.



©elle.com, ©hypebeast.com, ©vogue.com

CELINE 2023 FW, OUR LEGACY 2023 FW, GUCCI 2024 FW


록 밴드 티셔츠는 어쩌면 너무 뻔하다. 티셔츠에 있는 로고나 메시지가 아이러니하면 할수록 좋다. 당신의 남다른 개성은 물론 그 자체로 룩에 포인트가 되어 줄 테니.



©vogue.com

VETEMENTS 2024 FW, AVAVAV 2024 FW, Doublet 2024 FW



플래시 감성 낭낭한 그 시절 인디 슬리즈 사진들을 보다 보면 꼭 나온다. 퍼 재킷을 입고 담배 피우는 시크한 그녀들이. 게다가 잘 마련한 퍼 재킷 한 벌은 두고 두고 활용할 수 있으니 이만한 효자템이 없다. 요즘은 인조 퍼가 아주 잘 나온다는 사실도 잊지 말자.



©vogue.com

MIU MIU 2024 FW, OTTOLINGER 2024 FW, Casablanca 2024 FW



진정한 락스타의 옷장에 레더 재킷은 필수 아니었던가. 얇은 옷에 하나 걸쳐주면 입고 벗는 것만으로 분위기 전환이 가능하니까. 꼭 블랙을 고수할 필요는 없다. 버건디 색상의 레더 재킷으로 또 다른 시크한 매력을 선보인 ANN DEMEULEMEESTER처럼 말이다.



©vogue.com, ©tag-walk.com

MARINE SERRE 2024 FW, ANN DEMEULEMEESTER 2024 FW, CELINE 2024 SS



어두운 댄스 스테이지에서 존재감을 발산하려면 소재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반짝거리는 메탈릭 소재는 남다른 파티를 즐기고 싶다면 적극 고려해 보길.



©vogue.com

Andreas Kronthaler for Vivienne Westwood 2024 FW,
Vaquera 2024 SS, Xander Zhou 2024 SS



마지막 필살기는 액세서리. 과하면 과할수록 좋다. 막연하게 상상만 했던 걸 현실로 풀어보자. 남의 시선 따위 신경 쓰지 않는 쿨한 애티튜드야 말로 인디 슬리즈의 완성이니! BALENCIAGA의 키링으로 빼곡히 채운 목걸이와 몸 곳곳을 타고 흐르는 체인은 그 좋은 예시다.



©vogue.com, ©fashionweekonline.com

BALENCIAGA 2024 FW, BALENCIAGA 2024 FW, NOKI 2024 SS



지저분하고 자유로운 미학이 쿨하고 섹시했던 그때 그 시절의 인디 슬리즈. 한 시절을 대표하는 이 스타일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굳이 완벽함을 추구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아닐지. 그래서 그 시절의 록 음악과 디스코, 밤 새워 자신을 놓고 놀던 인디 슬리즈에 다시 심장이 반응하는 것일지도!




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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