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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testore 젠테스토어 Mar 29. 2024

사색하기 좋은 카페 3곳

3인 3색 카페 운영자를 만나다

완벽한 커피를 찾는 데 긴 시간을 바친 커피 애호가이자 커피 업계 종사자 3인을 만나 커피 그리고 취향에 관해 물었다.



MANUFACT COFFEE

로스터 주노혁




Q1.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매뉴팩트 커피에서 일하는 주노혁입니다.







Q2. 커피콩이 한 잔의 커피로 만들어지기까지 로스팅은 필수조건인데요, 로스팅 공장에서 어떤 하루를 보내는지 로스터의 하루 일과가 궁금합니다.

당일 로스팅 당일 출고로 업무 시작 시간이 빠른 편입니다. 8시까지 출근해 발주를 확인하고 콜드브루 추출, 로스팅, 패킹 후 택배에 상차되면 그날 업무가 마무리됩니다.




Q3. 커핑, 테이스팅 및 품질 관리를 위해 많으면 하루에 커피를 200잔 이상 마시는 경우도 있다고 보았습니다. 로스터 노혁 님은 하루에 몇 잔의 커피를 즐기시나요?

200개의 원두를 맛보더라도 말 그대로 “맛”만 보기 때문에 일종의 귀여운 허언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저의 경우 업무 제외 하루에 1잔의 커피를 마십니다.




ⓒhttps://manufactcoffee.com





Q4. 로스터로 근무하며 “이 맛에 일한다.”라고 느꼈던 순간이 궁금해집니다.

커피를 직접 내리는 분이라면 대부분 공감하겠지만 원두가 담겨있는 봉투를 열었을 때 커피에서 나오는 압축된 가스의 향기를 무척 좋아합니다. 그런데 그 향기를 신선하게 하루 종일 맡을 수 있으니, 만족도 최상입니다.




Q5. 출근룩으로는 어떤 옷을 입나요?

5일 내내 같은 작업복을 입습니다. 약속에 나갈 땐 스타일이 크게 바뀌지는 않지만, 걸친 옷의 가격대가 소폭 상승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Q6. 패션처럼 커피산업에도 트렌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커피 애호가로서 올해 커피 트렌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커피를 좋아하지만, 한국 카페 트렌드에 관심이 더 많은 편입니다. 애매하지 않고 확실하게 이국적인 개념이 소비자들에게 어필이 되는 것 같습니다. 즉, 앞으로도 접해보지 못한 다양한 국적의 느낌을 전하는 카페가 인기를 끌 것이라 예상됩니다.




Q7. 요즘 빠져 있는 원두 한 가지를 소개해 주세요.

최근엔 매뉴팩트커피의 "RUDOLPH” 블렌드를 가장 좋아합니다. 원두를 갈자마자 올라오는 구운베리의 향은 누가 맡아도 마시고 싶다는 말이 절로 나올법한데요, 절판되었기 때문에 홍보는 아닙니다.




(왼) 매뉴팩트커피 시즌 블랜드 커피 RUDOLPH(루돌프)ⓒmanufactcoffee.com





Q8. 좋아하는 브랜드에 대해서도 묻고 싶습니다.

일본의 아웃도어 브랜드 go slow caravan을 좋아합니다. 과한 듯 아닌 듯 캐주얼한 포인트를 주기에 좋은 브랜드입니다. 개성도 챙기고 편안함까지. 왜 어른들이 등산복을 좋아하는지 조금씩 이해가 되는 것 같습니다.




Q9. 커피 외 관심사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J-POP을 정말 좋아합니다. 시티팝은 물론이고 시부야케이 2000년대 힙합과 소울까지 안 듣는 장르가 없을 정도입니다. 주변 멋진 디제이 친구들의 영향으로 최근에는 바이닐까지 수집하는 취미도 생겼습니다. 다가오는 봄에 어울리는 노래 추천드리자면 ORIGINAL LOVE - 接吻-kiss- 그리고 mitsume - Delay




(오) mitsume 5집 앨범 "Ghosts”ⓒmitsumeband




Q10. 마지막 질문입니다. 나에게 커피란?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기 위해 카페를 가는지, 카페를 가기 위해 커피를 마시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카페는 음악과 커피 그리고 사람이 있으므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제가 카페를 좋아하는 이유이고 커피를 만드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소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 이유도 추억들도 경험들도 생각해 보자면 모두 커피를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제 사회의 중심은 커피였고, 저에게 있어 커피란 삶의 매개체라고 표현하고 싶네요.









Paori

논커피 카페 문지호







Q1. 논 커피 메뉴에 대한 개인적인 갈증으로 파오리를 시작하셨다고. 가장 첫 번째로 개발했던 메뉴는 무엇인가요?

코코넛, 사과의 달콤함과 라임의 상큼함 그리고 페퍼민트의 산뜻함을 조화롭게 느낄 수 있는 음료, 파오리에서만 맛볼 수 있는 독특한 아이스티입니다. 쿨해 보이고 싶어서 이름은 평범하게 아이스티로 지었어요. 취향에 맞는다면 가장 놀라운 반응을 끌어내는 음료 중 하나입니다.




Q2. 음료를 개발할 때 무엇을 참고하는지 궁금해요.

파오리의 음료 대부분은 파오리에서만 경험할 수 있다고 자부합니다. 진짜 시그니처예요. 다른 곳의 메뉴를 참고하지 않고 오직 저의 상상력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Q3. 처음 카페 방문했을 때 음료만큼이나 카페의 따스한 분위기가 인상 깊었습니다. 특히 신경 썼던 부분이 있나요?

이곳에 터를 잡게 된 것은 창문 밖에 보이는 커다란 나무 때문이었어요. 햇빛이 나뭇잎을 금빛으로 물들이는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거든요. 날씨가 좋을 때 창문을 열어 놓으면 길을 가던 손님들도 풍경에 이끌려 들어오기도 한답니다.

그리고 파오리의 인테리어는 쿨하고 러프하면서 따듯해야 했고, 불편할 수 있지만 편안해 보여야 했고,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러워야 했습니다. 밸런스가 중요했어요. 그런데 예산과 시간의 구애가 없었더라면 더 잘했을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첫 가게는 애증의 가게라고 다들 그러나 봅니다.




채광이 잘 드는 카페 파오리



Q4. 문지호 님의 집도 파오리를 닮았나요?

최근에서야 자취를 시작했는데 집을 꾸미는 것은 처음이라 교토 에이스 호텔 객실을 참고하고 있습니다.




Q5. 카페 이름은 왜 파오리인가? 설마 포켓몬에서 이름을 따왔나요?

맞습니다. 포켓몬 파오리. 우선 글자 수와 음절, 글자 형태의 밸런스가 좋았고 어감이 동양적이면서도 서양적인 느낌을 함께 가지고 있어 좋았습니다.

초등학교 체육대회 날 포켓몬 코스프레를 했는데 다들 멋지고 인기 있는 포켓몬을 선택한 와중에 저는 아무도 안 하는 파오리를 했습니다. 그래서 커피집도 찻집도 아닌 음료집을 할 것이니 그 이름이 적합하다고 생각했어요.

파오리 이름의 유래는 ‘오리가 파를 지고 왔다’라는 일본 속담인데요. 오리 전골을 하려는데 오리가 파를 지고 와서 바로 요리해 먹을 수 있어서 안성맞춤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파오리도 음료를 마시러 왔는데 커피도 디저트도 맛있더라는 뜻으로도 연결됩니다.




Q6. 처음 카페를 방문했을 때 사장님의 패션을 보고 말을 걸었던 것이 기억나요. 카페 출근할 때는 주로 어떤 옷을 입나요?

노동량이 상당해서 일할 때는 정말 편한 옷을 입어요. 잠옷으로도 입던 RE/DONE과 James Perse의 티셔츠들은 2년 가까이 입고 있습니다. 후줄근하고 편하다는 것이 장점이죠. 신발은 가지고 있는 것 중 가장 편안한 착용감을 자랑하는 VISVIM을 신고 다녀요.




(왼) VISVIM Kuiva 스웨이드 부츠




Q7. 방문객 중 사장님의 패션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실제로 많은지 궁금합니다.

손님 중에 패션에 관심이 많은 분이 꽤 있는 편입니다. 조금 웃픈 이야기지만 실제로 저의 겉모습이나 스타일에 따라 파오리에 대한 만족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체감했습니다. 그래서 활동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패션에 신경을 쓰는 편입니다.




Q8. 내가 가진 아이템 중 가장 아끼는 물건은 무엇인가요?

좋아하는 물건으로 굳이 뽑자면 며칠 전 구매한 Aleksandr Manamis의 롱 블레이저와 방패막이 되어준 VISVIM 쿠이바 그리고 7년 전에 구매한 OUR LEGACY 파라슈트 야상 정도가 되겠다.




Q9. 이외에도 Paul Harnden, UMA WANG, Elena Dawson 등을 좋아한다고. 다소 매니악하고 페미닌한 무드가 풍기네요.

19세기 복식에 흥미를 느끼는 편이에요. 면이랑 린넨 등 자연에서 난 소재로 만들어진 옷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20대 초반에는 옷에 빠져 살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패턴사인데, 그 영향으로 잠깐 옷을 배우기도 했습니다. 그때 축적해 두었던 취향과 정보가 그대로 이어져 오고 있죠.




ⓒAleksandr Manamis, ⓒUMA WANG




Q10. 문지호 님 이 그리는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오랜 세월 꾸준히 사랑과 인정받는 장인 같은 작은 가게를 상상합니다.









Hwandae

바리스타 장현석




Q1. 카페 이름이 ‘환대’입니다. 사전적 의미를 확인하니 ‘반갑게 맞아 정성껏 후하게 대접함.’ 해당 의미로 카페 이름을 정한 게 맞는지 궁금합니다.

맞습니다. 별 다른 이유 없이 단어의 의미가 너무 좋았던 거 같아요. 하지만 제가 그 의미대로 잘할 수가 있을까 싶어 주저하기도 했습니다.







Q2. 카페 인테리어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rtek 가구를 좋아하는데요. 빈티지를 더 선호했지만, 영화 <카모메 식당>을 접한 후에는 빈티지보다 새것이 더 좋아졌습니다. 가구와 가구를 사용하는 사람이 시간을 보내며 같이 나이 들어가고 닮아가는 게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때문에 카페 모든 가구를 Artek으로 배치하고 싶었고 새 것들로 장만하는 데에 신경을 많이 쓴 것 같습니다. 재고라는 게 항상 존재치 않으니까요.




영화 <카모메 식당> 한 장면
(왼) 페르난두 페소아 ‘불안의 서’ 800쪽이 넘는 벽돌책 ‘불안의 서’ 그리고 ARTEK 체어 65,(오) ARTEK 알토 테이블, 체어 66, 스툴 60





Q3. 카페를 혼자 운영하면서 고요하고 외로운 순간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시간을 어떻게 소비하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그런 순간들을 좋아하는 편이긴 합니다. 좋아하는 음악과 덩그러니 있는 느낌이 좋달까요. 보통 책을 읽거나 메뉴 개발을 합니다.




Q4. 환대는 중심가를 조금 벗어나 조용한 골목에 자리 잡고 있는데요, 어떤 분들이 주로 카페를 찾으시나요?

책을 읽고 잠시 집중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 방문하는 분이 많습니다. 저 또한 하나에 몰입하고 싶은 순간 카페를 찾는데요, 같은 목적을 가진 사람들로 카페가 가득 찼을 땐 왠지 모를 뿌듯함으로 가득합니다. 공간이 더욱 빛을 발하게 되는 순간처럼 느껴진달까요.




Q5. 환대에서는 어떤 음악이 흘러나오나요. 그리고 어떤 기준으로 음악을 고르는지도 알고 싶습니다.

잔잔한 울림이 있는 음악들을 좋아합니다. 가끔 벅찰 정도로 좋은 음악을 마주하는데 스스로 그렇다고 느끼는 음악들을 틀어놓는 편입니다.




(왼) 피아니스트 ‘키스 자렛(Keith Jarrett)’, (오) ‘저스티스 데르(Justice Der)’





Q6. 휴일은 어떻게 보내시나요?

일찍 나가서 일찍 집에 귀가하는 것을 이상적인 휴무로 여깁니다. 가장 이상적인 휴무가 되려면 도넛을 가득 사서 집으로 돌아와 보고 싶은 영화를 보며 먹는 것. 말하다 보니 휴무가 기다려지네요.




Q7. 다크 로스팅 vs 라이트 로스팅

라이트 로스팅. 편안하게 마실 수 있는 티라이크 커피를 더 선호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우유가 접목된다면 그건 또 전자로 기우는 것 같네요.




Q8. 카페로 출근할 때는 어떤 옷을 입으시나요? 휴일 혹은 일정이 있는 날과 많이 대비되는지도 궁금합니다.

어느 순간부터 편안함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일을 할 때도 편해야 하고, 약속이 있을 때도 편안함이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무겁거나 거추장스러운 옷을 입으면 피로함이 빨리 느껴진달까요. 출근할 때와 약속 있을 때의 스타일은 구분 없이 동일시되는 것 같습니다.




Q9. 좋아하는 브랜드를 하나 꼽아 주세요.

많은 디테일이 담긴 옷보다는 좋은 소재를 다루는 브랜드를 좋아합니다. 가장 최근에는 미국 브랜드 Lady White 후디를 구매했는데요, 입어보거나 신어보고 마음에 들면 색깔별로 구매하는 편인데 해당 아이템이 그런 것 같네요.




ⓒLadywhiteco.com





Q10. 나에게 커피란?

‘깨달음’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커피를 좋아하지 않았던 때로 거슬러 생각해 보면 닫혀있던 것들이 많았습니다. 커피를 좋아하게 된 이후, 깨어있고 열려있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바뀌게 된 부분도 많고요. 앞으로도 저의 삶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커피와 유의미한 순간을 채워나가고 싶은 소망입니다.




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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