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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testore 젠테스토어 Apr 19. 2024

완벽한 슈트를 향한 에디터의 좌충우돌 여정기

누구나 한 벌쯤은 갖고 있다는 흔한 슈트가 내게는 없었다는 걸 깨닫다

Stories: Guide to Women's Suits

완벽한 슈트를 향한 에디터의 좌충우돌 여정기




완벽한 슈트는 무엇으로 이루어지는가? 맘에 쏙 드는 단 한 벌의 슈트를 찾기 위한 에디터의 좌충우돌 고군분투 여정기.





누구나 한 벌쯤은


큰일이다. 친척의 결혼식이 코 앞인데 아무리 옷장을 뒤져봐도 입을 옷이 없다. 동생에게 물으니 그냥 단정하게 정장이나 입으면 되잖아,라는 간단한 대답이 돌아온다. 그렇지. 그럼 되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다 문득 깨닫는다. 누구나 한 벌쯤은 갖고 있다는 그 흔한 슈트가 내게는 없다는 걸.



영화 클루리스(1995)ⓒbuzzfeed.com



결국 큰맘 먹고 슈트를 구매하기로 마음먹는다. 대충 적당한 가격대에서 맞춰 보면 되겠지. 하지만 멈칫한다. 그동안 슈트가 없어 고생했던 기억들이 차례로 떠오른다. 수많은 결혼식과 장례식들, 떨리는 면접들, 해마다 벌어지는 각종 연례행사들과 프로페셔널한 인물들로 가득했던 모임 자리들. 하물며 과거 햇병아리였던 내게 첫 월급을 안겨주었던 도슨트 시절까지. 대체 나는 그때 어떤 옷을 입고 있었단 말인가!

더 이상 지체할 수가 없다.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슈트의 필요성을 절실히 깨달았으니 다행이다. 그러나 이거 호락호락하지 않다. 나는 직업 특성상 매일 슈트를 입어야 하진 않기에, 여러 벌을 장만할 필요는 없다. 허나 중요한 자리에 가면 항상 멋쟁이들이 득시글거리고 있기에 그들에게 지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다. 고민이다. 대체 어떤 슈트가 나의 이런 소소한 고민들을 말끔히 해결해 줄 수 있을까. 슈트는 어디에나 있지만 나를 만족시키기 위한 완벽한 슈트는 어디에나 있진 않다는 걸, 여실히 느끼는 순간이다.



이런 느낌을 원해!ⓒelle.com


어쨌든 세상은 넓고 괜찮은 슈트는 많다. 이 많은 슈트들 중에서 날 만족시킬 아이 하나 없으랴. 자, 지금부터 철저히 에디터의 니즈에 맞춘 슈트 찾기 대작전이 시작된다. 당장 오월의 결혼 시즌이 공포로 다가온다면, 이 여정에 동참할 것을 적극 권장한다! 분명 우리는 답을 찾아낼 것이다.





퍼스널 컬러 잘 모르는데


어떤 아이템을 쇼핑할 때 가장 고민되는 부분은 단연코 컬러. 특히 슈트 셋업에선 더욱 그렇다. 단순한 무채색 계열이 무난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무 무난하다면 거대한 무채색 슈트 군단에 뒤섞여버릴 테니까. 게다가 간혹 직원들의 유니폼과 흡사해 오해를 사는 경우도 생기니 그것도 걱정이다.



1966년 오드리 햅번의 슈트룩ⓒthisisglamorous.com




그렇다면 컬러감이 강렬한 쪽으로 눈을 돌려볼까? 그러나 역시. 이것도 쉽지 않다. 서양권 언니들의 습자지 같은 컬러 소화력이 너무나 부러운 순간. 하지만 다행히도 요즘은 퍼스널 컬러 진단이 잘 보급화되어 있어 운만 좋으면 자신의 피부톤에 맞으면서, 지루하지도 않고, 패션 감각도 돋보이는 찰떡의 컬러 슈트를 발견할 수도 있다. 이를테면 이 언니들처럼 말이다.



ⓒpinterest, ⓒglamour.com




그러나 이 갈대 같은 마음은 결국 돌고 돌아 무채색으로 향한다. 블랙이나 네이비, 혹은 그레이도 나쁘지 않다. 대신 색감에 조금 디테일을 첨가한 쪽으로 마음을 굳힌다. 얇은 스트라이프나 잔잔한 크리스탈, 벨벳이나 실크, 트위드 등으로 색감에 깊이를 준 아이템들을 체크한다. 블랙이라고 다 같은 블랙이 아닌 것, 철저히 소재의 특성으로부터 세세하게 구별되니 말이다.



ⓒpinterest, ⓒeonline.com




무채색 슈트의 강점은 화려한 액세서리로 다양한 포인트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볼드한 이어링이나 브레이슬릿 등 평소 애정하던 주얼리를 한껏 활용하거나, 여러 개의 네클리스를 레이어링함으로서 평탄한 무드를 어느 정도 희석시켜 줄 수 있겠다. 그리고 참, 타이도 있다! 어쩌면 반짝이는 보석보다 좀 더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을 것.



ⓒpinterest, ⓒlifestyleorder.com, ⓒvogue.com







트렌디와 클래식의 사이에서


컬러를 대충 정했다면 이젠 실루엣의 차례다. 어쨌든 나는 철저한 I의 성향이라 튀지 않는 무채색으로 맘을 굳혔으니, 실루엣에서라도 존재감을 챙기지 않으면 안된다.



오버사이즈 핏이냐 클래식 핏이냐 그것이 문제로다ⓒelle.com



한 해에도 몇 번이나 바뀌는 트렌드는 가끔 우릴 무기력하게 만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이밍에 절묘히 맞아떨어지기만 하면 극도의 만족감을 안겨준다. 도파민 뿜뿜이다. 슈트도 마찬가지다. 재작년부터 불어오기 시작한 오버사이즈 테일러링 트렌드는 여전히 건재하다. 몸을 옭아매지 않으면서도 자유롭고 쿨한 분위기의 센스 만점 여성 이미지까지 톡톡히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wwdjapan.com, ⓒthefrankieshop.com, ⓒvogue.co.uk
Uma Wang
MAISON MARGIELA, VALENTINOⓒvogue.com



키가 작으면 안 되지 않나요? 라고 묻는다면, 키가 작아도 상관없는 핏을 찾으면 된다. 아래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슈트처럼 적절한 길이에서 커팅된 크롭 기장의 재킷은 와이드한 핏의 팬츠와 잘 어우러지며 신체의 단점을 살뜰히 보완해 준다.



ⓒvogue.co.uk


하지만 솔직히 이런 트렌디한 실루엣은 면접이나 학회용으론 완전 꽝이다. 애티튜드를 무시하는 고집스러운 패션쟁이는 되고 싶지 않으니, 클래식한 핏도 무조건 고려 대상에 올려두기로 한다. 과하지 않으면서도 고급스러운 소재에 집중해 촘촘하고 단단한 실루엣을 재현하는 슈트들도 있으니까.

또한 온몸에 자연스럽게 밀착되면서도 심심치 않게 재치 있는 디테일을 첨가한 의상들도 눈에 띈다. 이를테면 소매나 허리 부분에 색다른 변주를 주는 것으로 말이다. 이너만 잘 선택한다면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다른 이들에게 묻혀버리지 않는 그럴듯한 룩이 완성될 것 같은데... 아, 역시 클래식이 답인가.



ⓒvogue.com, ⓒthecut.com
AURALEE, YOHJI YAMAMOTO
Alexander McQUEEN, Tod'sⓒvogue.com





따로 또 같이


그렇다면 여기서 조금 더 욕심을 내볼까. 철저한 한 몸임을 자랑하던 슈트를 반으로 뚝 잘라(?) 하의는 하의대로, 상의는 상의대로 활용하는 경지까지 가 보는 것이다.

고백하자면, 나는 요즘 벨트에 제대로 꽂혀있다. 오버사이즈 재킷에 벨트를 두르는 PRADA의 룩이나 ROKH에서 보여준 롱 벨트 장식이 너무나 취향저격이다. 허리에 실루엣을 살려 페미닌함을 부각하면서 몸을 휘감은 와일드한 질감의 벨트가 강인함과 섹시한 무드를 물씬 풍기기 때문이다.



ROKH, PRADA
ⓒvogue.com



테일러링 팬츠 같은 경우는 드레스 베스트와 함께 매칭하면 날씨에 구애 없이 신선한 아웃핏을 연출할 수 있다. 너무 가벼워 오오티디에 맞지 않는 것도 아니고, 적당히 예를 갖추면서도 기온이 푹 해질 때 간단히 걸쳐버리면 그만이니까.



ⓒpinterest, ⓒvogue.co.uk

Eudon Choi, Hermès
Sacai, Maggie Marilynⓒvogue.com



너무 포멀한 게 싫다면 셔츠나 블라우스 대신 상체의 실루엣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신 팬츠의 컬러감을 고려한 시스루 셔츠나 슬리브리스를 선택해 우아하면서도 발랄한 느낌을 살린다. 가볍게 잡힌 약속이라해도 어느 정도 구색은 맞추어야 하니 정반대 무드의 상의를 매칭하여 개성을 살리는 전략이 좋을 듯.



Calvin Klein, Peter Do
Kwaidan Editions, 3.1 Phillip Limⓒwwd.com, ⓒvogue.com



다시 한번 말하지만, 슈트는 어디에나 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슈트는 웬만한 열정이 없으면 발견하기 어렵다. 자, 시간이 얼마 없다. 아직 보지못한 선택지가 한가득이다. 당분간 고뇌의 파도가 계속 몰아칠 예정이지만... 바로 이 아찔한 고민의 순간이 패션에 있어 가장 큰 묘미가 아니겠는가.





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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