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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testore 젠테스토어 May 09. 2024

2024년 올해의 신발로 선정된 아이템은 과연 무엇일까

ALAIA가 트렌드를 점령하게 된 이유

Brand LAB: ALAÏA

모든 것은 여성의 필요에 의해 탄생된다





대체 불가한 감각으로 전 세계를 사로잡은 ALAÏA. 그 독보적인 존재감의 정체를 탐구하다.





그 가방 어디 거예요


재작년인 2022년부터 스멀스멀 보이기 시작하더니 이내 셀럽 파파라치와 인플루언서 피드에 단골손님이 된 아이템이 있다. 바로 ALAÏA의 하트백. 정말 이름처럼 완벽한 하트 모양을 하고 있으니 온 세상 여심이 이 백으로 쏠리는 건 우연 아닌 필연.



©pinterest




ALAÏA의 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피터 뮐리에(Pieter Mulier)는 이 하트백을 일종의 ‘주얼리’와 같다고 표현한다. 독특한 실루엣으로 조형미를 강조하여 보통의 백이 가진 실용성 그 이상을 추구하려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그의 시도는 보란 듯이 성공한다. 기존의 하트 형태에 충실함과 더불어 입체적인 볼륨감을 첨가해 치명적인 존재감을 획득해 냈으니.



©harpersbazaar.com



그렇다고 해서 실용성을 완전히 무시했느냐. 그것도 아니다. 핸드폰은 물론 필수적인 잡동사니는 가뿐히 들어갈 만큼 넓은 내부를 갖췄다. 기발하면서도 로맨틱한 디자이너의 상상력이 놀라운 결과로 실현된 것이다. 2022년 1월 출시된 이후부터 꾸준히 높은 판매량을 보이는 이 백은 레더는 물론 레오파드 패턴과 스터드, 크리스탈 장식 등 흥미로운 자태로 변신해 등장하며 고객의 니즈를 섬세히 채워준다.



©maison-alaia.com



뿐만 아니다. 시원해 보이는 디자인 덕에 매해 여름 필수템으로 거론되는 펀칭 디테일 백은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인기몰이 중. 특히 미나(Mina) 라인은 가로길이 16부터 32센티미터까지의 다양한 크기로 출시되어 보다 풍족한 만족감을 안겨준다. 때문에 만만치 않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한 사람이 2개 이상 갖고 있다는 후기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그만큼 실용성이 끝내준다는 게 이 백이 가진 최고의 메리트. 게다가 브랜드의 정체성이나 다름없는 펀칭 디테일이 완벽한 대칭을 이루고 있어 보고만 있어도 힐링된다.

하지만 사실 에디터의 위시리스트는 따로 있다. 요즘 떠오르는 샛별인 르 테켈(Le Teckel) 라인. 안정감 있는 곡선과 든든한 수납력까지 탑재했으니 데일리 백을 찾고 있다면 눈여겨봐 두는 게 좋을 듯. 다채로운 컬러로 구성되어 있어 선택지도 풍부하다.



ALAÏA 로즈마리 백을 든 에밀리 라타이코프스키 ©diply.com
다양한 사이즈의 미나 백 ©starstyle.com, ©laiamagazine.com
떠오르는 샛별인 르 테켈 백 @thezoereport 인스타그램
©maison-alaia.com







모든 것은 여성의 필요에 의해 탄생된다


1981년, 첫 컬렉션을 선보이며 패션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ALAÏA. 튀니지 출신의 디자이너 아제딘 알라이아(Azzedine Alaïa)가 설립자이며, 2017년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줄곧 수장의 자리를 지켜냈다. ALAÏA가 본연의 유니크함을 지켜낼 수 있었던 이유 역시 이처럼 한 디자이너의 사상과 미감이 고스란히 함께하였기 때문. 이후엔 16년간 라프 시몬스(Raf Simons)의 조력자를 맡았었던 피터 뮐리에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되어 지금까지 활약하고 있다.



ALAÏA의 설립자 아제딘 알라이아 ©vogue.co.uk



현재 새로운 ALAÏA를 꾸려가고 있는 피터는 2023년 12월 VOGUE와의 인터뷰에서 브랜드를 현대화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음을 강조한다. “젊은 사람들은 ALAÏA를 잘 몰라요. 엄마는 입어도 딸은 입지 않죠.” 때문에 자신이 맡은 새로운 ALAÏA는 좀 더 젊은 세대와 소통할 수 있길 바랐다. 그 해결책은 무엇이었을까. 답은 가까운 곳에 있었다. 설립자인 아제딘의 철학을 철저히 계승하는 것.

피터가 발견한 ALAÏA의 뿌리는 바로 혁신이었다. 과거의 아제딘 식 ALAÏA 역시 평범함을 거부한 대담한 시도에 끈질기게 초점을 맞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제딘이 디자이너들이 동경하는 디자이너에 당당히 이름을 올릴 수 있었던 것도 다 이러한 뚝심 덕분이 아니었을까.



현 ALAÏA의 디렉터 피터 뮐리에 ©anothermag.com



아제딘은 어릴 때부터 예술에 대한 열정이 넘쳤다. 때문에 진로 역시 당연히 예술 분야를 선택했다. 그는 튀니지의 예술학교에서 조각을 공부하며 커리어의 초석을 다졌으며, 이 때문인지 패션에 있어 신체를 대하는 감각도 남달랐다.

그는 여성의 몸에 빈틈없이 밀착되는 환상적인 실루엣을 완성하며 ‘밀착의 귀재’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옷을 대하는 태도 역시 꽤나 보수적이어서 여체를 거스르는 형태의 실험적 사고는 지양했다. 대신 섹시함과 우아함에 몰입하여 자신만의 독자적인 영역을 스스로 일구어 나갔다. 그의 시그니처인 잘록한 허리를 강조한 곡선 재단은 알라이아 셰이프라고 불리며 1980년대 후반의 트렌드를 선도했다.



1988 SS
1992 SS
2001 FW
ALAÏA의 주력 상품이었던 Bandelettes 드레스 ©vogue.com, ©scadfash.org



ALAÏA가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되는 또 다른 강점은 바로 내구성. 이 역시 아제딘의 오랜 신념을 뒤따르는 부분으로, 자신의 디자인을 구매하는 여성들을 수십 년 간 책임지는 것은 물론 미래 세대에게까지 물려줄 만한 품질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철칙을 지켜가고 있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이 꽤 고가임에도 꾸준히 ALAÏA를 고집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이유다.



2003 SS ©anothermag.com








멀리 보아도 가까이 보아도 한결같이 아름답다


ALAÏA의 백에 마음을 빼앗겼던 당신. 그렇다면 다른 제품군에도 관심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그냥 지나치기엔 너무나 아까운 보석들이 가득한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우선 발레코어 트렌드에 힘입어 인기 급상승 중인 발레 플랫을 놓칠 순 없다. 익숙한 펀칭 디자인을 가미한 건 기본이며 덥고 습한 계절을 겨냥한 메쉬 소재, 크리스탈이 빼곡히 박힌 제품까지 화려한 변주로 우리 마음을 설레게 만든다. 요즘 정말 수많은 발레 플랫들이 쏟아져 나오는 중이지만 이만큼 고급스러운 슈즈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어느 착장에나 부담 없이 매치하기 좋은 아이템이자, 자칫하면 뻔해질 수 있는 여름 패션에 은은한 포인트로 제격.



©glamourmagazine.co.uk, ©pinterest



서서히 ALAÏA의 매력에 스며들고 있다면 이젠 본격적인 의류 라인으로 진출해 볼 차례다. 2024년의 ALAÏA는 이전과는 달라진 분위기로 보다 광범위한 고객층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아제딘의 ALAÏA가 신체 라인을 강조한 실루엣을 고수했다면, 피터의 ALAÏA는 그런 미감을 헤치지 않으면서 현대적인 실루엣과 소재의 다양성을 첨가해 훌륭한 타협점을 찾아낸다. 과거에 강박적인 밀착에서 약간의 개방감을 허용하고, 때론 풍성한 디자인을 과감히 선택함으로써 말이다.



2024 FW, 1988 FW
2024 SS, 1990 SS
2021 FW, 1992 SS닮은 듯 다른 뉴 ALAÏA(좌)와 올드 ALAÏA(우)©vogue.com



ALAÏA의 의류에 감탄할 수밖에 없는 건 멀리서 보아도, 가까이 보아도 한결같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그건 과거나 현재나 마찬가지다. 시야에서 멀어질수록 의상이 가진 조형미가 부각되며, 자세히 살펴볼수록 소재의 효과적 활용과 제작 기술에 놀라게 된다.



2024 SS
2024 FW ©vogue.com



특히 역동적인 형상으로 페미닌함을 재해석한 2023년 시즌, 저마다의 특징을 한껏 살린 소재들의 향연이 인상적인 요번 2024년 시즌은 뉴 ALAÏA가 지닌 잠재력을 서서히 드러내는 중요한 계기로 보인다. 물론 호불호가 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앞으로의 컬렉션을 기대하기엔 이 정도면 차고 넘친다.



2023 SS
2023 FW ©vogue.com




나는 패션을 둘러싼 소음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여성들, 그의 친구들을 위해 드레스를 만들고, 그걸 입은 그들이 스스로를 아름답다고 느끼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그런 그들을 보면 나 자신도 행복해지니까요. 때문에 더욱 완벽한 옷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겠다고 생각합니다.
(아제딘 알라이아, AnOther Magazine, 2016년 10월)



ALAÏA는 이러한 수장 밑에서 단단히 성장했다. 참 복도 많다. 이렇게 성실하고 다정한 아버지를 만났으니 말이다. 또한 이런 그의 신념으로부터 다시 한번 배운다. 순수하고, 끈질긴 마음만 있다면 그 무엇이던 해내지 못할 게 없다고. 우리는 이러한 마음을 진심이라 부르기로 했으니.





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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