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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가 섹시가 되기까지,
안경의 찬란한 역사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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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가 섹시가 되기까지, 안경의 찬란한 역사





마릴린 먼로의 캣아이: 안경으로 백만장자를 유혹하는 법


ⓒeye-see-mag.com, ⓒimbd.com


“아! 정말 너무 못생겼다.”

캣 아이(Cat Eye) 안경, 정확한 명칭은 할리퀸(Harlequin) 안경. 이를 처음 개발한 알티나 쉬나시 (Altina Schinasi)가 우연히 길을 걷다 마주한 안경원에서 본 안경을 보고 뱉은 말이다.



“미국의 유명 시인이자 비평가 도로시 파커(Dorothy Parker)는 ‘남자들은 안경을 쓴 여자에게 관심을 갖지 않지 Men never make passes at girls that wear glasses’라는 구절을 남발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나는 생각했습니다. 벤자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이 썼을 것 같은 구린 안경 말고, 더 괜찮은 무언가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고요.”

-알티나 쉬나시, 다큐멘터리 Altina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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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캣 아이가 탄생했다.


본인에게 무엇이 잘 어울리는지부터 고민했고, 베네치아의 카니발 시즌에 가면 볼법한 가면, 할리퀸 가면이 떠올랐다고 한다. 그건 얼굴의 미를 해치지 않고 오히려 돋보이게 해주니까.



23.jpg ⓒeditioncnn.com, ⓒforbes.com



처음에는 종이로 모양을 오려가면서 실험했다. 그리고 몇몇 개 안경원의 문을 두드리며 그가 탄생시킨 안경의 사진을 보여줬다고. 대부분은 우스꽝스럽다며 퇴짜를 놨다. 그러다 뉴욕 매디슨가에 있는 Lugene’s의 대표가 6개월간 할리퀸 안경을 독점 판매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고, 그렇게 세상에 소개되었다.



ⓒvanityfair.com, ⓒpinterest

LUGENE 사의 카탈로그 이미지



결과는 물론 성공적!

그러나 본격적으로 너도 나도 착용하게 된 시기는 다름 아닌 영화 백만장자와 결혼하는 방법 How to Marry a Millionaire가 개봉한 이후부터다. 아니 정확히는 영화 속 마릴린 먼로(Marilyn Monroe)와 그녀의 안경, 그리고 성공적인 러브라인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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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times.co.uk, ⓒwordpress.com


극 중 폴라(Pola)는 시력이 나쁘다. 그렇지만 안경을 쓴 여자는 매력적으로 느끼지 않는다는 남자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안경을 벗은 채로 길을 헤매기도 하는 엉뚱한 캐릭터다. 한 날, 비행기를 잘못 타는 실수를 범하고, 급기야 태연한 척 독서를 시작하는데 책은 거꾸로 들려있으니, 옆자리에 앉은 프레디(Freddie)는 그녀에게 안경을 쓰라고 권유하면서 자연스레 이야기를 건넨다.


프레디 역시 눈이 좋지 않아 안경을 쓰고 있었고, 놀림을 당할까 두려운 마음에 안경을 쓰지 않았던 시절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망설이던 폴라의 마음을 움직인다. 안경을 쓰니 더 아름답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고, 특히 안경 프레임이 얼굴의 매력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고 꼬집어 말하는 프레디. 둘은 다름 아닌 안경이 이어준 인연.


ⓒthefilmexperience.net, ⓒreddit.com


이러한 폴라의 용기에 힘입어, 수많은 여성이 더욱 당당하게 안경을 착용하기 시작했다고 전한다. 미디어의 힘은 역시나 대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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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연중에 남아있는 마릴린 먼로가 연기한 폴라의 느낌 때문일까? 길거리에서 캣츠 아이 안경을 착용한 사람을 보면 왠지 모르게 말괄량이 소녀 같은 귀여움과 스마트함, 그리고 일종의 도전 의식이 적절히 섞여 묻어난다. 알티나 쉬나시는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임으로써 여성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는데 확실한 기여를 했다.





마우리치오 구찌의 조종사 안경: Gucci라는 황홀경


전설적인 리들리 스콧(Ridley Scott) 감독의 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 House of Gucci는 이탈리아의 럭셔리 브랜드 Gucci 가문을 둘러싼 이야기다. Gucci라는 브랜드의 명성, 그것의 위대함과 화려함을 손에 쥐고자 욕망에 눈이 멀어 허우적거리는 나약한 인간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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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cci 가족 경영의 마지막 CEO였던 마우리치오 구찌(Maurizio Gucci). 구찌와 파트리치아 레지아니(Patrizia Reggiani)는 한 파티에서 만나, 급속도로 사랑에 빠진다. 평범한 가정 출신의 파트리치아를 구찌 가문에서 반기지 않았지만, 완강했던 마우리치오는 그녀와 결혼에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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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es-standard.com, ⓒarchitecturaldigest.com
ⓒforbes.com


그러나 머지않아, 파트리치아의 집착과 탐욕으로 인해 구찌는 파트리치아와 점점 거리를 두게 된다. 그리고 1984년 어느 날, 구찌는 출장이라는 명목으로 짐을 싸서 집을 떠났고, 바로 그다음 날 가까운 친구가 그가 영영 떠났음을 전했다. 이혼이 확정된 후 1995년 마우리치오는 오피스 바로 앞에서 피격당해 사망에 이른다. 이탈리아를 포함해 전 세계인에게 충격으로 남았던 사건. 범인으로 지목된 것은 다름 아닌 전 부인 파트리치아 레지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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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배우들의 연기와 실제 1980년대 유럽을 고스란히 옮겨 담은 듯한 아름다운 장면. 레이디 가가의 54가지 의상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배우와 인물 간의 싱크로율도 상당하기에 더욱 흥미롭게 느껴진다. 특히 구찌를 연기한 아담 드라이버가 착용하는 안경에 눈길이 간다. 왜냐하면 마우리치오 구찌도 살아생전 매우 비슷한 안경을 착용했기 때문.


ⓒAssociated Press, ⓒcosmopolit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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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mero.com, ⓒpeople.com


비행사 안경(Aviator Glasses) 혹은 에비에이터(Aviator)라고 불리는 이것은 흔히 물방울 모양의 렌즈와 그것을 감싸는 커다란 프레임, 그리고 그 두 렌즈를 잇는 두꺼운 코다리(Bridge)로 이루어져 있다. 이름을 통해서 유추할 수 있겠지만, 에비에이터 안경은 군대와 전쟁을 배경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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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gue.com, ⓒusarmynavystore.com, ⓒ44thcollectorsavenue.com



1935년 American Optical에서 최초로 제작했다는 이 안경은, 파일럿들이 기존에 착용하던 무겁고 불편했던 안경의 대체제 역할을 했다. 초기 명칭은 미군 육군 항공대 선글라스(U.S. Army Air Corps D-1 Sunglasses). 이후 AN6531로 이름이 변경된다. A와 N은 각각 육군과 해군을 상징했다. 다른 안경보다 유독 큰 렌즈를 가진 이유는, 조종사가 어떤 각도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든, 제어판을 조작하든, 강한 자외선으로부터 눈이 부시지 않도록 하기 위한 장치였다. 때문에 처음에는 선글라스로 착용한 모습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vogue.com

2021 Resort, 2022 SS


군용품에서 마우리치오 구찌, 그리고 오늘날 빈티지한 감성을 물씬 풍기기 위해 사용되기도 하는 에비에이터 안경! Gucci는 그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패트릭 베이만의 완벽한 뿔테:

섹시한 아메리칸 사이코를 완성시킨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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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부진 몸, 깔끔하게 뒤로 넘긴 머리, 잡티 하나 없는 피부, 그리고 완벽한 수트 핏을 자랑하는 패트릭 베이만(Patrick Bateman)은 영화 아메리칸 사이코 American Psycho의 주인공이다. 흠잡을 데 곳이 없어 보이는 베이만, 뉴욕 월스트리트의 금융맨, 심지어는 부사장인 그는 사실 영화의 제목처럼 미치광이 연쇄살인마다.


ⓒgrazia.co.in, ⓒlithub.com

패트릭의 유명한 모닝루틴



여느 때와 사무실 책상에 나란히 앉은 패트릭과 동료 루이스. 루이스는 곧바로 패트릭의 수트를 칭찬하면서 VALENTINO의 제품이냐며 추궁한다. 그러던 중 알렌이 들어와 넥타이에 대한 코멘트를 남긴다. 그런데 아뿔싸, 알렌은 패트릭과 같은 부서에 있는 다른 이와 혼동해 그의 이름을 잘못 부른 것이다.



ⓒmanofmany.com, ⓒfilmdaze.net


패트릭은 분노를 가라앉히며 속으로 생각한다. “그래, 착각할만하지, 나랑 같은 부서에 심지어 VALENTINO 수트를 즐겨 입고, Oliver Peoples 안경을 곧잘 착용하니까. 심지어 나랑 동일한 바버샵에 다니지. 그렇지만 내 머리 스타일이 조금 더 낫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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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소름 끼치는 사이코와 그의 직장 동료들이 환장하는 안경은 다름 아닌 Oliver Peoples의 대표 모델, 오말리(O’Malley). 당시의 월스트리트 금융맨들은 어째서 이런 취향을 갖게 된 걸까? 이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1980년대를 소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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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daze.com, ⓒdazeddigital.com


우리나라에는 오렌지족이 있다면 미국에는 여피족(Yuppie)가 존재했다. 여피는 영 어번 프로페셔널즈(Young Urban Professionals)를 뜻하며, 젊고 유능하여 좋은 직장에 취직해 그 이상의 패셔너블하고 모던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한다. 당시의 부유하고 트렌디한 남성 사이에서 크나큰 인기를 끌었다는 올리버 피플스. 타 브랜드와는 차별화되게 안경사와 의사가 함께 제품을 만듦으로써 뛰어난 착용감과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자랑하는 Oliver Peoples. 디테일에 집착하는 아메리칸 사이코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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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의 유산을 이어받고 비틀며.

2023년의 아이웨어


지금까지 총 네 명의 아이코닉한 인물과 안경을 살펴보았다. 현재는 안경의 유산을 이어받고 비틀어가며 더욱 다양하게 우리의 일상을 장식하고 있다. 실패 없는 아웃핏을 완성하기 위한 공식처럼, 룩이 자칫 심심하다고 느껴지면 포인트가 되어줄 안경을 얹어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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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u Miu 2023 FW


트렌디함으로 완벽하게 무장한 안경은 2023 FW 런웨이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번 FW 시즌, 안경 하면 빼놓을 수 없는 MIU MIU. 방금 자다 깬 것처럼, 정돈되지 않은 부스스한 머리에 오버사이즈 자켓 그리고 이들의 출근룩을 완성한 뿔테 안경. 긱 시크(Geek Chic)의 정수를 보여주었다. 이외에도 BALENCIAGA, LOUIS VUITTON, Ottolinger가 패션 아이템으로 안경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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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ENCIAGA 묵직한 검정으로 무장하고,

투명테로 가볍게


ⓒvogue.com

BALENCIAGA 2023 F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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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UIS VUITTON 파리지앵의 과감한 믹스매치와 도발적인 안경의 조화


LOUIS VUITTON 2023 FW





Ottolinger 크면 클수록 좋다, 더욱 반짝거리며 빛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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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olinger 2023 FW


엄청난 카리스마와 단호한 결의가 느껴지는 하금테, 여성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 할리퀸, 군용품으로 시작을 알렸지만 긱 시크로 소환되는 에비에이터, 그리고 이지적이면서도 편안한 고급스러움을 선사한 오말리 뿔테까지.


기술과 디자인, 콘셉트 등 다방면에서 많은 선택지가 쏟아져나오는 지금. 청바지도 핏 별로, 컬러별로 구비하듯, 안경도 TPO에 맞춰서 활용해야 할 때. 그러나, 내 얼굴형의 단점을 보완해주는 안경을 찾는 것 보다는 안경에 담긴 2000년의 역사를 들춰보고, 가장 매력적인 스토리를 들려줄 안경을 골라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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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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