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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testore 젠테스토어 Jun 19. 2024

요정 뉴진스, 쇠맛 에스파 어디서 온 걸까?

Trend: Fairycore


Trend: Fairycore
요정 뉴진스, 쇠맛 에스파 어디서 온 걸까?




다가오는 여름, 좀 더 색다른 스타일에 도전해보고 싶다면? 멀리 갈 필요 없다. 어릴 적 보았던 동화 속에서 그 힌트를 찾을 것!



올해 멧 갈라를 점령한 페어리코어



프랑스 보그는 이번 여름 가장 이상적인 트렌드로 페어리코어(Fairycore)를 꼽았다. 그렇다면 여기서 궁금증 하나. 대체 페어리코어가 무엇이길래.

물론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동화나 전설 속에 등장하는 요정의 무드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이를테면 피터팬의 팅커벨이나,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숲 속의 엘프들처럼 말이다. 하지만 백문이 불여일견. 얼마 전 페어리코어의 진가를 느낄 수 있었던 성대한 이벤트가 펼쳐졌으니, 바로 올해 5월 초 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에서 열렸던 멧 갈라(Met Gala)다.

멧 갈라 애프터 파티에 GIVENCHY 1997 Haute Couture 드레스를 입고 등장한 켄달 제너 ⓒvogue.fr




시간의 정원(The Garden of Time). 벌써 드레스 코드부터 심상치 않다. 왠지 모를 디즈니의 향기도 솔솔 풍기는 게, 아름다운 꽃들로 가득한 정원 안에 옹기종기 모여 담소를 나누는 요정들의 모습이 절로 떠오른다. 레드카펫에 모인 셀럽들 역시도 이러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저마다의 상상력과 미감으로 페어리한 컨셉을 완벽하게 실현해 냈으니까.


칼리 크로스(좌)와 아리아나 그란데(우) ⓒvogue.fr



그중에서도 칼리 클로스(Karlie Kloss)의 벚꽃 장식 핑크 드레스와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의 화이트 LOEWE는 베스트 오브 베스트. 부드러운 색감과 자연물, 특히 식물에 기반한 장식, 곤충의 날개를 닮은 액세서리, 가볍고 얇은 질감의 실크와 시폰 소재 등은 페어리코어의 극적인 면모를 부각하는 데 한몫 톡톡히 해낸다.

ⓒinstyle.com




숨겨왔던 너의 힘을 보여줘



하지만 최근 페어리코어는 좀 더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 중이다. 신비롭고 몽환적인 분위기의 동화 속 요정도 물론 좋지만 한 개인이 가진 내면의 힘과 개성에 초점을 맞춰, 자기만의 특별한 능력을 지닌 마법 소녀, 나아가 현실의 권태와 부조리를 단숨의 부셔줄 이계(異系)의 존재로까지 이어지는 새로운 해석을 시도한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국내 여자 아이돌 씬에 불어온 페어리코어 열풍도 충분히 납득이 간다. 그들은 몰개성의 시대에서 스스로의 주체성을 되찾고, 자신의 재능과 가능성을 믿으며, 보다 진취적인 태도로 삶을 꾸려나가는 신(新) 소녀의 모습을 대변한다. 기존의 나약하고 수동적이며, 사사로운 감정에 사로잡혀 괴로워하던 소녀상과는 이제 그만 작별하고 그동안 숨겨왔던 힘을 맘껏 발휘하라는 듯이.



Heaven by Marc Jacobs 2024 SS ⓒhypebae.com



그렇다면 지금부턴 다채로운 캐릭터로 재해석된 페어리코어 룩의 특징들을 살펴볼 차례다. 내 입맛과 취향에 맞는 쪽을 참고해 이 흥미로운 트렌드를 더 깊게 즐겨보도록.



꿈속에서 만나요



앞서 말했듯 정통 페어리코어는 동화나 신화 속에 등장하는 자연의 요정들의 모습에서 영감을 받았다. 때문에 철저히 자연친화적이다. 숲과 호수를 가득 채운 화사한 색감과 살랑이는 바람의 감촉이 연상되는 실크와 시폰, 반짝이는 별빛을 닮은 글리터와 크리스탈, 나아가 신비로운 엘프의 날개나 높이 솟은 귀를 본딴 장식까지. 이 모든 걸 한 데 모아둔 것이 페어리코어의 정석이다.


뉴진스의 ASAP 뮤비 ⓒimdb.com
Mugler 2024 SS, Carolina Herrera 2024 SS
Shushu/Tong 2024 FW, Aniye Records 2024 SS
Blumarine 2021 SS, Rodarte 2015 SS ⓒtheimpression.com, ⓒvogue.com



하지만 너무 로맨틱한 분위기가 부담스럽게 느껴진다면 페어리코어에 빈티지 느낌을 가미한 그런지(Grunge) 페어리 무드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다. 루즈한 스커트나 원피스, 데미지 디테일의 니트와 스타킹, 부츠 등으로 변주를 주어 원시적이면서도 퇴폐적인 느낌을 강조하는 게 포인트다.


Knwls 2020 FW
Simone Rocha 2022 FW, Frederick Anderson 2022 SS ⓒdazeddigital.com, ⓒvogue.com





문 크리스탈 파워



요즘 가장 핫한 마법 요정 컨셉. 그리고 그 근본엔 달의 요정 세일러 문이 있었다. 원래는 평범한 학생이었지만, 우주의 힘의 수호를 받아 세상의 모든 악과 용맹히 맞서 싸우던 그녀들의 반전 매력. 한 때 모든 소녀들의 마음 한 켠에 슈퍼 파워에 대한 열망을 심어주었던 멋진 언니들. 바라는 건 모두 이루어 질 거라 믿었던 순수한 우리들은 이 웅장한 서사에 그저 홀릴 수 밖에 없었다.

달의 요정 세일러문 ⓒthe-avocado.org


그러나 여기서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요정들의 슈퍼 파워를 더욱 돋보이게 해 주는 독보적인 스타일이다. 등장인물이 그렇게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그들을 헷갈리지 않고 기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캐릭터들의 개성이다. 수호성의 특성별로 상징 컬러를 부여한 것도 그렇고, 각 캐릭터에 맞추어 착장 구성에 조금씩 변화를 준 것도 다 이 개성을 지켜내기 위함이다. 다수로 구성된 아이돌이 이러한 컨셉을 환영하는 이유도 바로 이 지점에 있을 것이다. 각각의 특색을 살리면서도 통일성을 유지하는 독특한 체계가 그들의 니즈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니까.

레드벨벳의 일곱번째 미니 앨범 <코스믹>의 컨셉 포토 ⓒ레드벨벳 공식 X @RVsmtown
Kimhēkim 2022 Pre-Fall ⓒkimhekim.com
아이브가 아센디오 뮤비에서 착용한 액세서리. 일본 아티스트 히토미 마츠노(Hitomi Matsuno)의 작품이다.
히토미의 미감이 돋보이는 아트 피스들 ⓒ히토미 마츠노 인스타그램 @hitomi_matsuno
네일 아티스트 나카가와 토모야(Tomoya Nakagawa)의 작품 ⓒsabukaru.online


특히 그들의 파워풀한 힘의 통로나 다름없는 각종 액세서리는 마법 요정 스타일의 핵심 중 하나다. 세일러 문이 머리에 썼던 티아라를 벗어 던지며 공격 기술을 날리던 장면 덕분에 이젠 그와 비슷하게 생긴 티아라만 보아도 바로 요정의 투지가 샘솟을 정도다.

뿐만 아니다. 어여쁜 요술봉을 닮은 오브제나 어딘지 모르게 마법의 힘을 품고 있을 것 같은 이어링과 팔찌, 벨트까지. 모두 보기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솔직히 일상에 적용하긴 조금 무리가 있는 스타일이지만, 이런 액세서리들만 잘 활용해도 지루한 착장이 금세 위트있는 착장으로 변할 것이다.


Ashley Williams 2024 SS
Shushu/Tong 2020 SS, 2024 SS ⓒvogue.com
VIVIENNE WESTWOOD 2018 FW ⓒtheimpression.com



우린 어디서 왔나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범우주적 차원에서 활약 중인 지구 밖 요정들을 소환할 차례. 이른바 쇠맛으로 대중들을 장악해 버린 에스파(Aespa)를 떠올려보라. 마치 금속성의 피가 흐르고 있을 것만 같은 센캐 컨셉은 앞선 요정들과는 그 뿌리부터 다르다. 고도로 발달된 로봇 같기도, 외계의 신기술이 잔뜩 적용된 미지의 존재 같기도, 인간의 DNA로부터 파생된 돌연변이 같기도 하다. 나아가 선과 악의 진의조차 파악할 수 없을 만큼 해석불가한 의뭉스러움으로 가득한 게 이들의 특징이다. 가끔 넘치는 파워를 스스로 제어할 수 없어 곤혹을 치르기도 하지만.



Versace 1998 FW ⓒpinterest
Alon Livne 2023 FW ⓒalonlivne.com
Iris van Herpen 2022 FW ⓒpinterest


그래서일까. 그들의 스타일은 SF적인 요소들을 적극 차용하고 있다. 은은한 광택과 매끈함으로 신체의 실루엣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메탈릭한 소재와 금속의 날카로운 조형미를 강조한 액세서리, 또한 기계 장치나 미스터리 서클 등 복잡하고 기이한 패턴과 오브제들이 주로 눈에 띈다. 뭔가 서늘해지면서도 도무지 호기심이 멈추지 않게 만드는 신비로운 요정들. 대체 그들은 어디서 왔는가.

Ottolinger 2024 SS
Diesel 2024 RESORT, 2022 FW
Dion Lee 2023 SS, RESORT
Area 2024 RESORT ⓒvogue.com


대부분의 판타지는 그저 머릿속 상상에서 끝나버리지만, 패션에서의 판타지는 예외다. 게다가 실현하는 방법도 너무나 간단하다. 우리가 그것을 입는다면, 입기만 한다면, 언제 어디서든 금세 현실이 되어줄 테니까.




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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