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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testore 젠테스토어 Jun 26. 2024

[Playlist] : 여름이었다

Culture: Summer Vacation Music

Culture: Summer Vacation Music
[Playlist] : 여름이었다




어떤 음악은 추억을 불러온다. 마치 오래된 앨범 속의 사진을 한 장 한 장 들여다 보는 것처럼, 음악도 그 역할을 거뜬히 해낸다. 때론 사진이나 영상보다 더 강렬한 울림을 준다. 이것이 바로 음악의 숨겨진 힘이다.

여기 당신의 여름휴가를 더욱 빛나게 만들어 줄 플레이리스트를 준비했다. 언젠가 먼 훗날, 이 노래와 함께 떠오를 순간들이 부디 아름답기를.



Strawberry Guy : Mrs Magic(2019)


©open.spotify.com, ©plainorpan.com


내 마음을 훔쳐간 딸기 남자. 스트로베이 가이(Strawberry Guy)는 영국 리버풀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드림팝 뮤지션이다. 맨날 딸기 우유만 마실 거 같은 달달하고 밀키한 보이스, 냉랭한 현실에 오로라 필터를 입혀주는 아련한 사운드가 딸기 남자표 음악의 매력 포인트. 물론 드림팝 특유의 둥둥 떠다니는 듯한 공간감도 맘껏 느낄 수 있다. 오죽하면 베드룸 팝(Bedroom Pop)이라는 귀여운 칭호가 붙었을까.




Kingo Hamada : GATSBY WOMAN(1983)


©open.spotify.com, ©pinterest


마츠바라 미키(Miki Matsubara)의 Stay With Me가 쏘아 올린 시티팝 붐이 나를 이 곡에게 데려다주었다. 무려 1983년, 40년 전 태생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세련된 구성과 연주. 일본 시티팝의 대명사로 알려진 프로듀서 하마다 킨고(Kingo Hamada)의 탁월한 감각이 여실히 드러난다. 현란한 네온사인과 북적이는 인파들, 익숙한 도시의 밤풍경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곡이지만 흥겨운 멜로디에 비해 가사는 좀 슬프다. 쿨하게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난 여자에 대한 미련이 가득 담겨있으니.



김현철 : 오랜만에(1889)


©open.spotify.com


그렇다면 우리에겐 김현철이 있다. 대한민국 대중음악 명반 100에, 그것도 연도 별로 갱신될 때마다 순위가 점점 오르고 있는 김현철 1집의 첫번째 트랙인 오랜만에. 이 곡은 정말 산책과 드라이브에 최적화되어 있다. 적당한 템포와 산뜻한 분위기, 누구나 공감할만한 일상적인 가사까지 흠잡을 데가 없다. 게다가 당시 최고의 세션들이 참여해 더욱 풍성하고 고급스러운 사운드를 제공하니 듣는 입장에선 그저 감사할 따름.




Bobby Caldwell : What you Won’t do for Love(1978)


©imdb.com, ©last.fm


평소 리액션에 소울이 없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면? 당장 이 뮤지션을 서칭 해라. 미국 블루 아이드 소울의 대가, 바비 캘드웰(Bobby Caldwell). 나는 여전히 그가 백인이란 사실이 새롭다. 당시 대중들도 그의 무대를 실제로 접한 뒤 나처럼 크게 놀란 반응을 보였다고 하니, 그의 소울풀한 보컬 실력이 얼마나 진하고 깊은지 짐작할 수 있겠다. 수많은 히트곡 중에서도 이 곡을 택한 이유는 순전히 가사 때문인데, 당신은 내가 하지 않았을 일을 사랑을 위해 하게 만들어요...라는 부분이 절실히 와닿아서다. 아마 다들 공감하지 않을까?




KIRINJI : Crazy Summer(2003)


©open.spotify.com, ©last.fm


키린지(KIRINJI)를 모르는 사람에겐 딱 두 곡만 먼저 추천한다. Aliens(2018)와 바로 이 곡이다. 요 두 곡이면 거의 80프로는 어느새 키린지에 입덕해 있다. 그만큼 띵곡이다. 그들의 노래는 대부분 푸른 봄날을 떠올리게 하는데 이상하게 이 노래만큼은 여름날 노을 지는 해변이 그려진다. 뭐, 제목 때문일 수도 있다. 그래서 말인데 왜 제목이 Crazy Summer인지 궁금하지 않은가? 이건 가사 속 한 문장으로 축약할 수 있다. 난폭하게 사랑했지(亂暴に愛した). 대체 어땠길래.





Tahiti 80 : Heartbeat(1999)


©open.spotify.com, ©discogs.com


이보다 더 청량할 순 없다. 한국에도 몇 번 내한한 적이 있는 프랑스 밴드 타히티 80(Tahiti 80)의 음악이면 휴양지 플레이리스트로는 손색없을 것. 그들은 2011년 EBS 공감과의 인터뷰에서 자신들의 음악을 행복의 멜로디라 정의했는데, 정말 그게 딱 맞다. 듣고 있으면 그저 행복해진다. 평소 그리 달달한 노래를 즐겨 듣지 않는 취향인데도 그들의 음악은 왠지 끌린다. 마치 무뚝뚝한 내게 끈질기고 귀여운 애교를 부리는 것만 같다. 그래서 눈 한 번 질끈 감고 넘어가줬다.





Sampha : Treasure(2018)

©open.spotify.com, ©vulture.com


잘 만든 영화 OST 음반이 반가운 이유. 바로 최고의 컴필레이션 음반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영화까지 끝내준다? 이건 뭐 더할나위 없는 축복이다. 영화 뷰티풀 보이(Beautiful Boy, 2018)의 OST가 그중 하나다. 특히 영국 출신 뮤지션 샘파(Sampha)의 농축된 음색과 몽환적인 사운드 구성이 돋보이는 곡 Treasure는 앨범의 첫 번째 수록곡으로, 듣는 순간 미지의 세계에 뚝 떨어진 것만 같은 묘한 기분을 선사한다. 꾹꾹 눌러두었던 모험심이 절로 솟아날만큼.




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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