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nd LAB: LOEWE
Brand LAB: LOEWE
누가 잠자는 LOEWE를 깨웠나
패션, 디자인, 예술 그리고 공예의 경계를 넓혀가는 중인 조나단 앤더슨(Jonathan Anderson). 패션이 더 나은 무언가가 될 수 있다는 믿음 하에 나아가는 그와 LOEWE에 대하여.
‘패션 플랫폼 LYST 선정 2024 상반기 최고의 핫한 브랜드 1위.’
그 주인공은 스페인 럭셔리 하우스 LOEWE였다. 그리고 그 주역은 ‘2024 타임지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조나단 앤더슨.
지금 패션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을 꼽으라면 단숨에 언급될 그는 LOEWE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다. 정말 그렇다. 그의 손끝에서 창조되고 있는 LOEWE는 어디에나 있으니까.
올해 멧 갈라(Met Gala)에는 LOEWE의 커스텀 룩을 입은 스타들이 수두룩했고, 코스튬 디렉터를 맡은 영화〈챌린저스(Challengers)〉 배우들은 조나단의 의상과 만나 스크린 속 연기가 더욱 빛을 발했다.
‘로에배우(로에베+배우의 줄임말)’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조나단 앤더슨의 배우 사랑은 각별하다. 오죽하면 지금 가장 핫한 배우들이 궁금하다면 LOEWE 컬렉션 쇼장 프런트 로우를 보라는 말이 있겠는가. 영화, 음악을 매개로 대중 앞에 나서는 배우와 팝 스타의 스타일에서도 그의 코스튬 디자인을 만날 수 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역량은 옷을 잘 만드는 것에만 있지 않다. 얼마나 브랜드의 존재감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느냐에 달렸다. 이는 조나단 앤더슨의 아주 능숙한 부분이다.
특히 지브리(GHIBLI) 애니메이션과의 콜라보와 게임 속에서 방금 튀어나온 듯한 착시 디자인이 돋보이는 2023 SS의 픽셀레이트 의상은 LOEWE나 패션에 크게 관심 없는 이들도 한 번쯤은 봤을 법하다.
이를 통해 조나단 앤더슨은 대중에게도, LOEWE를 사랑하는 골수팬에게도, 브랜드를 제대로, 아주 영민하게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처럼 어디에나 있었던 LOEWE의 행보를 보니, 조나단의 몸이 열 개여도 부족하겠다는 경외심이 들 정도다.
‘어딘가 LOEWE 느낌이 난다’라며 바이럴 되던 토마토 밈 게시물을 캡처해 올리더니, 이틀 뒤 똑같이 생긴 클러치를 공개했다. 브랜드에 주어진 기회를 부지런히 잡아내는 조나단 앤더슨은 마케팅 부분에서도 역시, 귀재다.
이쯤 되면 그가 가진 특유의 재기발랄함과 기발함이 LOEWE를 성공으로 이끌었다는데 반박할 이는 없으리라 믿는다. 밈을 가져와도 브랜드의 이야기와 엮어 재밌게 풀어내는 덕에 기분 좋은 유쾌함을 남기는 조나단 앤더슨과 그의 LOEWE.
어느덧 10년이 훌쩍 지났다. 30살의 조나단 앤더슨이 LOEWE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은 2013년으로부터.
숱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이 1, 2년 후 금세 교체되는 소식이 들리는 요즘, 조나단은 LVMH 소유 브랜드 중에서도 가장 장수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다. 수년간 자신만의 확고한 생각을 관철하며, LOEWE는 더욱 강력한 아이덴티티를 가진 브랜드가 되어가고 있다.
다채로운 소재와 컬러를 기반으로 한 지금의 LOEWE. 이 브랜드의 위트는 어딘가 장난기가 섞인 동물 형상과 만화를 기반으로 한 디자인에 있는데, 이런 스타일은 그의 초창기 컬렉션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금은 LOEWE를 묘사할 때 조나단 앤더슨을 빼고 말할 수 없지만, LOEWE 역사적 관점에서 봤을 때 조나단 손을 잡은 것은 꽤 짧은 시간이다. 1846년 엔리케 로에베 로에스버그(Enrique Loewe Roessberg)라는 독일 출신 가죽 장인이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LOEWE를 설립했다. 독일어로 ‘사자’라는 뜻을 가진 LOEWE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럭셔리 브랜드 중 하나다.
1905년 스페인 왕실의 공식 공급 업체로 지정되었을 정도로 고품질의 가죽을 다루는 장인의 기술은 두말하면 입 아프다. 깊은 역사를 가진 이들의 대표 아이템은 1975년 출시된 아마조나 백(Amazona bag)!
당시 LOEWE는 장인 정신을 대표하는 럭셔리 브랜드였지만, 뚜렷한 브랜드 정체성은 부재했다. 조나단 앤더슨 이전 LOEWE 컬렉션을 살펴보면 지금과는 확연히 다른 미니멀한 룩 위주로, 의류보다는 가방이 중점적으로 보이는 걸 알 수 있다.
“당시 LOEWE는 놀라울 정도로 작은 브랜드였고, 많은 이들이 아마 성공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나는 내가 맡은 일을 제대로 했고, 그게 LOEWE에게 필요한 것이었다고 느낀다.” -조나단 앤더슨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는 유서 깊은 LOEWE 하우스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새롭게 디자인함과 동시에 예술적이면서, 장인 정신을 보존한 현대적인 하우스로 재탄생시켰다. 기존에 LOEWE가 지닌 DNA를 존중하면서도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LOEWE를 선보인 것.
예술성과 상업성이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조나단 앤더슨표 LOEWE의 행보는 현재 진행형이다.
최근 2025 SS 쇼에서는 모델들이 모두 금색으로 칠해진 긴 꿩 깃털을 머리에 고정하고 등장했고, 2024 SS에서는 봉제 중인 원단을 고정하는 거대한 시침 핀을 연출한 탑이 인상적이었다. 모두 조나단 앤더슨의 괴짜 같으면서도 창의적인 면모가 드러난 컬렉션이었다.
조나단 앤더슨의 실험은 계속해서 이어진다. 신발에서 자라는 풀, 드레스에 자리한 꽃, 밟으면 터질 것 같은 풍선 힐. 지금의 LOEWE가 사랑받는 이유는 엉뚱한 상상력에 더해진 재치 있는 디테일이 아닐까?
위의 컬렉션 이미지에서도 드러나듯, LOEWE를 논할 때 공예를 빼놓을 수 없다.
조나단 스스로도 LOEWE를 럭셔리가 아닌 문화에 관한 브랜드라고 정의한다. 소비자들이 LOEWE를 구매하는 이유는 품질과 전통을 중시하는 진정성을 가진 장인정신의 브랜드라고 믿기 때문이라는 것.
“나는 궁극적으로 LOEWE를 문화적인 브랜드로 만들고 싶다. 럭셔리는 그저 좋은 옷을 파는 것이 아니다. 당대 문화 예술과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그 옷을 누가 만들었는지, 그것을 만들기 위해 어디서 영감을 받았는지,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만드는지 보여줘야 한다.”
작은 회사였던 LOEWE가 차별화된 하우스가 되기까지 결정적이었던 건 ‘문화’의 힘에 집중한 덕분이다.
1980년대부터 LOEWE는 재단을 설립해 미술과 디자인에 애정을 갖고 꾸준히 후원해 왔다. 그 공로로 2002년 스페인 정부로부터 미술 공로 금메달(Gold Medal for Merit in the Fine Arts)을 수상하기도 했는데, 이후 조나단 앤더슨이 LOEWE에 합류하며 2016년 LOEWE 재단 공예상이 탄생하게 되었다. 이 상의 목표는 트렌드 중심의 협업을 위해 순간 인기 있는 아티스트를 좇는 게 아니라 진정성 있는 아티스트를 발굴하는 데 있다.
현대적인 예술성과 장인의 치열함이 담긴 LOEWE의 정신을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반가운 소식이 있다. 조나단 앤더슨의 손길이 닿은 CASA LOEWE Seoul이 서울 청담동 문을 열었다는 것. 수집가의 집(Collector’s home)이라는 공간 콘셉트로 그가 직접 큐레이션 한 패션, 예술, 공예, 디자인 가구가 어우러진 공간이라고 하니, 이 글을 읽고 LOEWE에 관심이 생겼다면 방문해 보는 것도 좋겠다.
우연히 보게 된 짧은 인터뷰 영상, 이 영상을 계기로 조나단 앤더슨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사람들은 내가 매일 택시만 타고 다니고, 45명의 직원이 있는 집에서 호화로운 삶을 산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은 하루에 40개의 담배를 피우고, 초콜릿으로 끼니를 때운다. 그리고 브랜드를 유지하기 위해 24시간 내내 일한다. 월말에 가장 중요한 일은 직원들에게 월급을 지급하는 거다. 그것이 나의 가장 큰 책임이다. 나는 내 직업과 그리고 사업과 결혼했다.”
부단한 노력과 책임감. 누가 봐도 성공적인 디렉터인 삶이지만, 그가 얼마나 사명감을 가지고 브랜드를 운영하는지를 알 수 있다.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가 LOEWE와 함께 보여줄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