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Winter Fleece
Trend: Winter Fleece
이건 사두면 오래 입겠다
겨울 패션의 일등 공신하면 어떤 아이템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얼어 죽어도 코트? 든든한 국밥 패딩? 물론 둘 다 막강한 위력을 자랑하는 건 인정. 하지만 플리스의 범용성은 웬만해선 따라잡기 힘들다. 초가을부터 봄철 꽃샘추위까지, 계절과 상황에 관계없이 스리슬쩍 걸쳐주기만 하면 그만이니까. 더군다나 요즘 같은 영하권의 날씨엔 훌륭한 이너로도 손색없다.
사실 플리스란 이름 앞에서 잠깐 멈칫한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 당신이 생각하는 그 아이템이 맞다. 우리 사이에선 뽀글이 또는 후리스로 통용되는 그 복슬복슬한 옷 말이다. 하지만 정식 명칭은 플리스(Fleece). 사전적 의미는 양이나 염소, 또는 긴 털을 가진 소의 일종인 야크(Yak)의 털을 지칭하나, 실제로는 양털 느낌이 나는 의류 전반을 가리키는 패션 용어로 쓰이는 경우가 더 많다. 폴리에스터 같은 합성 섬유를 기반으로 하는 것 역시 포함이다. 플리스를 한 번도 안 입어본 사람은 있어도, 물론 이젠 없겠지만, 한 번만 입을 수 있는 사람은 절대 없다는 중독성 강한 아이템. 그 자르르한 감촉과 폭신한 착용감에 빠지면 정말 출구가 없다.
아웃도어에서 리얼 웨이로. 게다가 최근엔 여러 럭셔리 부티크에서까지 플리스의 모습이 꾸준히 목격된다. 이쯤 되면 패션계의 세계관을 뒤흔들어 놓은 괴물 아이템이라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등산할 때나 입는 줄 알았던 게 어느새 출근복이 되어 있고, 그저 출근복인 줄만 알았던 게 하이패션 룩에 떡하니 출현하다니. 비유하자면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 대박을 터뜨려 멀끔한 모습으로 데뷔한 소꿉친구의 낯선 모습을 마주한 느낌이랄까.
요새 에디터의 마음을 훔쳐간 유죄템. MIU MIU의 플리스는 그야말로 완벽하다. 플리스만의 스포티한 느낌을 살리면서 동시에 MIU MIU의 페미닌한 느낌과도 잘 어우러지는 게 팔방미인이 따로 없다. 선택지도 무려 세 가지나 된다. 기본의 스웨트셔츠, 보다 트렌디한 크롭 버전, 기능면을 보강한 다운재킷. 캐주얼한 차림부터 드레시한 차림까지 입맛대로 매칭하면 그만이다.
프렌치 시크의 정석. ISABEL MARANT도 브랜드의 개성을 한껏 담은 플리스를 선보인다. 보헤미안 무드가 물씬 풍기는 패턴과 빛바랜 듯한 컬러감이 인상적이다.
근본이 아웃도어에 있으니 기능성이 보장된 것 역시 플리스만의 장점. 생각보다 많은 브랜드에서 플리스를 출시하고 있으니 평소의 취향을 고려해 잘 고르면 투자대비 고효율을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아이템이다. 지금부턴 에디터의 레이더에 포착된 플리스 추천 시간.
알프스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디자이너 안드레아스 슈타이너(Andreas Steiner)가 수장으로 있는 Rier. 그는 제품에 있어 품질과 실용성,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 중인데 그 결정체가 바로 브랜드의 시그니처 플리스다. 검증된 소재와 자연 친화적인 생산 방식, 나아가 뛰어난 내구성까지 흠잡을 데 없는 아이템. 다양한 컬러와 고급스러운 지퍼 디테일이 경쟁력을 높인다.
일본 아웃도어 브랜드인 and wander의 플리스는 다양한 형태로 진화 중이다. 심플하면서도 기능성을 톡톡히 챙긴 아노락부터 아우터 안에 덧입으면 딱 좋은 카디건, 후드를 부착해 보온성을 높인 재킷 버전까지 과연 아웃도어 전문 브랜드 다운 접근이다.
뉴욕 젊은 층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Aime Leon Dore의 플리스도 주목해야 한다. 특히 플리스를 봄버 재킷과 팝 오버(Pop Over) 셔츠르 변형시킨 디자인은 결코 가볍지 않은 고급스러움을 물씬 풍긴다. 스트릿한 느낌을 베이스로 하면서도 고퀄리티의 제품을 선보이겠다는 브랜드의 취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듯.
또한 플리스는 스트릿 패션 포토의 단골손님이기도 하다. 루즈한 데님이나 카고 등 스트릿 패션 근본템과 환상의 궁합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특히 스트릿 패션의 명가 Supreme은 2007년부터 무려 20회 이상의 플리스 콜라보를 진행하며 뭇 남성들의 지갑 털이를 서슴치 않았는데, 그 중 몇 가지 제품은 Grailed 사이트에서 무려 $2000에 거래되고 있다.
물론 콜라보 제품만 예쁜 건 아니다. 최근 공개한 FW24 컬렉션 플리스는 가히 역대급이다. 제품명은 정직하게도 Kate Moss Fleece Jacket. 일본에서 생산된 브러시드 플리스를 사용해 부드러운 촉감을 살렸다고.
허나 뭐니뭐니 해도 이 제품의 킥은 플리스 뒷면 전체를 장식하는 케이트 모스 프린팅이다. 아더 컬러로 레드도 있는데, 훗날 Grailed에 리셀하려면 아이보리 컬러를 더 추천하겠다.
마지막으로 아웃도어의 대가. 이젠 모르는 사람을 찾기 힘든 Patagonia사의 플리스다. 놀랍게도 플리스를 처음으로 상업화한 브랜드가 바로 Patagonia다. 하지만 가격이 가격인지라 접근이 쉽지 않았던 게 사실. 하지만 아웃도어 룩이 리얼 웨이에 침투하기 시작하면서, 패션에 관심이 있는 이들은 이 귀한 아이템의 진가를 인정하고 기꺼이 투자하기 시작했다. 파스텔과 네온 컬러까지 한계 없는 다채로운 컬러 조합이 킬포. 물론 기능성은 두 말할 것도 없고.
추운 겨울, 우리가 온기를 지켜내야 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생존을 위해서. 가을엔 가볍지만 단단한 바람막이로, 겨울엔 아우터가 미처 챙기지 못한 빈틈을 메꾸어 주는 히든카드로, 초봄엔 아직 가시지 않은 냉기에 대비하는 다정한 안내자로. 플리스가 이토록 사랑받는 데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