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s: Nostalgia
누구나 잊지 못할 기억 하나쯤은 있는 법. 향수, 즉 '과거에 대한 동경'을 뜻하는 노스탤지어(Nostalgia)가 2023년 패션 트렌드의 새로운 키워드로 떠올랐다!
유행은 20년 주기로 돌고 돈다. 패션계에 돌았던 이 근거 없는 소문은 2010년대 유행했던 90년대 그런지 룩(Grunge Look)과 올해 급부상한 Y2K 스타일의 귀환으로 이제 정설이 된 추세.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20년 전으로 시선을 돌려 당시의 패션을 차근차근 살펴보는 것이다. 그럼 끝까지 집중하시라. 좀처럼 종잡을 수 없는 트렌드의 선두에 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니!
Alexander McQueen 2003 SS, PRADA 2003 SS
Chloé 2003 SS, Ralph Lauren 2003 SS
Dolce & Gabbana 2003 SS, Rick Owens 2003 SS
2000년대 초 패션계는 그야말로 대혼돈의 유니버스였다. 눈이 시릴 정도의 강렬한 컬러와 타이트한 실루엣, 주렁주렁 매달린 액세서리들 까지. 무채색과 오버사이즈, 고프코어가 점령하던 최근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다.
하지만 지금으로부터 딱 20년 전인 2003년의 런웨이는 달랐다. Stella McCartney의 2003 SS 컬렉션은 최근의 MIU MIU를 떠올리게 하고, Calvin Klein의 2003년 SS는 Coperni의 2023년 SS 런웨이와 미묘하게 닮아있다. 20년 전의 SAINT LAURENT은 어떠한가!
이번 시즌 GIVENCHY와 놀라울 정도의 싱크로율을 보인다. 결국 패션계는 이 아이템들을 거쳐 과거로 회귀하기 위한, 본격적인 시간 여행을 준비 중인 것일까?
Stella McCartney 2003 SS, MIU MIU 2023 SS
Calvin Klein 2003 SS, Coperni 2023 SS
SAINT LAURENT 2003 SS, GIVENCHY 2023 SS
인터넷 검색 엔진이 등장하기 시작한 2000년대는 그야말로 파파라치 전성시대였다. 전 세계 사람들이 클릭 한 번으로 그날의 셀럽 패션을 알 수 있는 환경이 도래하였으니! 비록 지금은 뜸하지만, 한때 잘 나갔던 언니 오빠들의 착장들을 통해 당시의 패션 코드를 분석하고 앞으로 다가올 트렌드까지 예측해 보자.
발레코어의 유행으로 플랫 슈즈가 다시 핫한 아이템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그 시작엔 배우 커스틴 던스트(Kirsten Dunst)가 있었음을 잊어선 안된다. 우리나라에선 스파이더 맨의 그녀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녀의 필모그래피엔 이보다 더 쟁쟁한 영화들이 가득하다. 특히 라스 폰 트리에(Lars Von Trier) 감독의 멜랑콜리아에선 신들린 연기로 칸 영화제의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커스틴의 패션은 미니멀리즘의 모토, '최소한의 것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는 데에 충실하다.
스트레이트 진에 화이트 티, 뉴트럴 톤 셔츠와 심플한 블레이저 등 누구나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법한 기본 아이템으로 꾸안꾸의 정석을 보여주니까. 거의 모든 룩엔 플랫 슈즈나 장식이 없는 샌들, 스니커즈 등을 매칭해 절제된 마무리로 완결. 액세서리는 블랙 선글라스 하나면 오케이다.
이 정도면 일상에 응용하기 최적의 착장. 오죽하면 그녀의 패션에 열광하는 팬들이 '키키'라는 애칭까지 붙여주었을 정도다.
대부의 감독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Francis Ford Coppola)의 딸로도 유명한 영화감독 소피아 코폴라(Sofia Coppola) 역시 이러한 미니멀리즘 행렬에 동참한다. 디자이너 마크 제이콥스(Marc Jacobs)의 뮤즈이자, Louis Vuitton에선 그녀의 이름을 딴 코폴라 백까지 런칭했을 정도로 대단한 존재감을 어필했던 그녀. 하지만 그녀의 데일리 룩은 대담함이나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Louis Vuitton의 코폴라 백
베이직한 니트와 진, 시크한 블랙 아이템들로 성숙하고 우아한 분위기를 연출한 소폴라의 패션. 커스틴과 마찬가지로 액세서리는 과감히 생략했다. 실제로 소피아와 커스틴은 감독과 배우로 자주 합을 맞추며 서로에게 깊은 영감을 주는 각별한 사이기도 한데, 그래서인지 패션 역시 비슷한 분위기를 풍긴다.
빈티지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언제나 클로에 세비니(Chloe Sevigny). 사실 클로에가 패셔니스타의 위치에서 내려온 적은 단 한 번도 없던 것 같지만, 2000년대 초반이야말로 그녀의 스트릿 스타일이 가장 주목받던 시기가 아닐까 싶다. 중고거래의 붐이 꾸준히 이어지며 럭셔리 빈티지의 주가가 고속 상승 중인 요즘, 빈티지 믹스 매치의 달인인 그녀의 패션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
클로에의 패션 감각이 남다르게 느껴지는 건, 바로 각 착장에 담긴 특별한 무드 때문일 것이다. 엉뚱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소녀의 모습을 닮은 트위(Twee)와 프레피(Preppy) 스타일은 물론 때로는 현대적 감수성이 물씬 풍기는 시크한 스타일도 전부 자신만의 느낌으로 소화해 내는 그녀. 때로는 과감한 시도도 서슴없이 행할 정도로 승부사다.
이런 독보적 아우라 때문인지 패션계에 종사하는 여러 사람들이 롤 모델로 자주 언급할 만큼, 그녀의 패션은 시대를 초월한 사랑을 받고 있다.
쌍둥이 배우에서, 이젠 어엿한 브랜드의 수장이 된 올슨(Olsen) 자매의 룩도 빼놓을 순 없다. 그들은 직접 큐레이팅한 빈티지 컬렉션을 독립적으로 판매할 정도의 탁월한 안목을 자랑하는데, 그래서인지 일상룩에서도 자주 럭셔리 빈티지가 목격되는 편. 디자인만큼이나 품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들의 브랜드 THE ROW처럼, 오랜 시간 지나도 가치가 훼손되지 않을 빈티지 제품들을 꼼꼼히 선별해 낸다고 한다.
실제로 올슨 자매를 검색하면 그들의 스타일 연대기가 타임라인으로 작성되어 있을 정도로, 패션계에 그들이 미친 영향력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이들의 파파라치를 감상하다 보면 정말 다양한 분위기의 착장들을 마주하게 되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사랑을 받았던 건 단연 보헤미안 시크룩. 에스닉한 느낌의 프린트 드레스와 튜닉, 맥시한 벨트, 화려한 액세서리를 활용해 자유분방한 캐릭터를 연출했다.
본 투 비 스타. 하이엔드 브랜드로 온몸을 휘감은 엄친딸들의 일상룩은 이미 20년 전부터 화제몰이를 해왔다. 그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힐튼 가의 상속녀 패리스 힐튼(Paris Hilton)은 그녀를 주인공으로 한 TV 리얼리티 쇼까지 방영했을 정도로 엄청난 관심을 받았던 인물. 비록 미국 최고의 막장 유명인이란 타이틀로 불명예의 주인공이 되어버렸지만, 미움 속엔 애정이 깃들어 있는 법. 2007년엔 MBC 무한도전 게스트로 출연했을 만큼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렸다.
패리스의 패션은 사치와 향락을 추구하는 그녀의 라이프 스타일과 매우 닮아있다. 절제된 미니멀함이나 독특한 무드보다는 도시적이면서 화려한 분위기를 지향하는 데 집중한다. 특히 파티의 여왕답게 작정하고 드레스업 한 사진들이 많은 편인데, 대부분 팝 컬러나 글리터, 란제리, 크롭 톱과 로우 웨이스트 스커트를 즐겨 매칭했다. 특히 올해 화제가 되었던 하의 실종 패션이나 마이크로 미니도 그녀의 룩에선 흔하게 목격될 정도로 정말 트렌디한 모습.
VERSACE 2023 SS 런웨이에 나타난 패리스 힐튼
Published by jentestore 젠테스토어